퇴사일기 #21
일단 면접까지 왔다면 준비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과정들은 많이 지나간 것이다. 이제부터는 면접관을 어떻게 이해시키느냐의 싸움이 시작될 것이다. 이직자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많다. 면접에서 약점이 많기 때문이다. 차라리 신입이라면 경력이 깨끗해서 물어볼 것도 뻔한데 이직자는 사회생활의 족적이 남아있는 만큼 면접관에 따라서 까다로운 질문을 받을 수도 있다.
면접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은데 일단 준비하는 방법부터 알아보자. 면접은 보통 1차-실무자 면접, 2차-임원면접으로 진행된다. 면접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예상 문답을 만들어 어느 정도 외워서 가야 한다. 특히 자기소개는 기본이니까 꼭 준비하는 게 좋다. 답을 연습할 때는 반드시 입으로 소리 내서 말하는 게 중요한데 왜냐하면 우리가 머릿속으로 맴도는 생각과 실제로 정리되어 입으로 나오는 표현은 다르기 때문이다.
중요한 순간에 버벅거리지 않으려면 이런 준비가 필요하다. 그리고 면접은 항상 정제된 표현을 써야 하는데 마음이 급하면 비속어나 엉뚱한 말을 할 수 있어서 미리 표현을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면접이란 머리카락 한 올을 보고 그 사람의 건강을 측정하는 것과 같다. 그만큼 비약이 심하다는 것이다. 단어 하나 잘못 써서 오해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 어찌 보면 우리나라의 면접방식 자체가 잘못되어있다고 할 수도 있는데 이렇게 편협한 면접이 그 사람의 진짜 능력을 판별할 수 있는지에 대해 회의가 든다.
외국계 기업의 면접을 본 적이 있는데 그곳은 1차 면접이 전화 면접이었다. 갑자기 전화가 와서 면접 본다기에 아무것도 준비 못 하고 보았는데 실무자들과 돌아가며 통화를 했다. 그리고 매우 실무적이고 실질적인 이야기가 오갔다. 준비가 안 되어있던 나는 제대로 답변을 못 해서 좋은 결과를 얻지는 못했지만 그런 방식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직원을 뽑는 면접에서 실질적인 이야기가 오가야지 면접관이라고 잔뜩 어깨에 힘만 들어가서 무슨 ‘슈퍼스타K’처럼 독설이나 하고 사람 난처하게 만드는 질문만 하는 게 면접은 아니란 얘기이다. 이런 면접 문화가 언제나 바뀔지 참으로 안타깝다.
이런 면접문화를 당장 바꿀 수 없으니 구직자들이 상황에 맞게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 일단 면접에서는 매번 비슷한 질문이 나오기 때문에 기출문제를 미리 봐 두는 게 유용하다. 그리고 면접 경험을 계속 쌓으면서 기본적인 문답 리스트를 정리해두면 좋다. 처음에는 긴장하는 바람에 면접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은데 경험이 좀 쌓이면 긴장이 풀리고 질문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면접은 준비 기간 자체는 길지 않지만 필기, 서류를 통과한 사람에게만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자주 기회가 오지 않는다. 그래서 경험 쌓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이직 기간을 자의적으로 설정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나는 두세 달 쉬면서 공부해서 이직할 거야"라고 말해도 정말 두세 달이 걸릴지 1년이 걸릴지 아무도 모른다. 따라서 이직 기간을 미리 설정하지 말고 최대한 회사에 다니는 동안 준비를 마쳐야 한다. 그래야 최단기간에 이직을 완료할 수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면접의 형태에 대해 알아보자. 면접은 다양한 형식이 있고 나 역시 수십 군데 면접을 보면서 별의별 면접을 경험했다. 그 데이터를 기준으로 분석해 보겠다. 우선 면접 시 한 번에 면접 보는 인원은 한 명에서 열댓 명 규모까지 다양하다. 한 번에 열 명 가까이 들어가 면접을 보는 것은 서류, 필기에서 거의 결정이 나 있다는 얘기와 다름없다. 면접에서 자세히 보겠다는 의지가 없는 것이다. 면접이 중요하긴 해도 필기시험이 있는 곳은 필기를 가장 중점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한 번에 한 명씩 보는 단독 면접은 질문 받고 생각할 시간이 별로 없으므로 압박이 심한데 면접관이 4명, 피면접자가 1명이라면 사실상 4:1의 간단한 토론이 되는 것이다. 웬만한 달변가라도 이 상황에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단독 면접은 피면접자를 낱낱이 뜯어보겠다는 의도가 강하다고 봐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시간을 낭비해가며 한 사람씩 불러서 할 이유가 없다. 내 경험에도 단독 면접은 압박 성향이 강했다. 내 최악의 경험은 한 가지 질문을 가지고 말꼬리를 잡으며 계속 비슷한 질문을 받았을 때였다. 그 질문이 뭐였냐면 “왜 이직하려고 하느냐?”라는 것이었다. 반드시 나올 질문이지만 그때는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 내가 약간 실수하자 말꼬리를 잡으며 계속 공방이 이어졌다.
면접은 공방이 이어지면 안 된다. 공격적인 답변을 할 수 없는 피면접자가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방이 이어지면 면접관의 기분이 상할 수 있어서 득 될 게 없다. 면접 시 경력자에게 자주 하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1. "왜 이직하려고 하세요?"
2. "전 직장도 좋은데 우리 회사에서 일할 수 있겠어요?"
3. "우리 회사에 대해(업무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말씀해보세요."
4. "전 직장에서는 무슨 일을 하셨죠?"
이 질문들에 정답은 없다. 어떤 대답을 해도 공격받을 수 있다. 그러나 원칙은 있다. 절대로 전 직장을 욕하거나 깎아내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전 직장을 험담하면 옹졸하고 투덜거리는 사람으로 보이게 된다. 이렇게 피면접자는 답변에 제한이 있어서 애초에 공방으로 가서는 안 된다. 궁지에 몰리게 되면 차라리 패배를 인정하고 다음 질문에서 만회하는 게 낫다.
분야에 따라 답변은 다를 수 있지만 전 직장의 단점보다는 면접 보는 회사의 좋은 점을 부각해 그것 때문에 지원하게 되었다는 답변이 가장 이상적이다. 이것이 그나마 공격의 소지가 작다. 이직자의 입장에서는 전 직장 얘기는 가급적 안 하는 게 좋고 그 이야기가 나오면 불리한 입장에 놓이니 조심해야 한다. 소개팅하는데 전에 사귀던 사람 얘기를 하면 좋을 게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전 직장에 대한 질문이 계속 나와도 자꾸 새 직장 쪽으로 화제를 유도해야 한다. 보통 1번 질문에 대한 답변이 신통치 않을 때 2번 질문을 한다. 2번 질문을 먼저 할 때도 있다. 1번과 2번 질문이 다른 점은 1번은 이직 자체에 포인트를 맞추고 있지만 2번은 전 직장보다 더 조건이 안 좋을 수도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그래도 괜찮겠냐고 묻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직을 하다 보면 연봉이 낮아지는 경우도 숱하게 있다. 그 회사의 위상이나 지리적 위치, 안정성 등 다른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2번 질문에는 분명히 답변하는 것이 좋다. 면접 보는 회사가 이전 회사보다 어떤 점에서 우월하고 자신은 그것을 중요시하므로 문제가 없다고 하는 것이다.
3번 질문은 분위기 전환용인데 잘 답변하면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회사에 대해 예상외로 상세한 것을 알고 있다든가 남다른 인연이 있다면 큰 플러스 점수가 된다. 대부분 지원자는 이 질문에 회사 홈페이지에 있는 회사 소개 내용 정도로 답변을 하지만 예를 들어 자동차 회사에 입사한다고 했을 때 비록 내 직종이 자동차와 관련 없는 분야라고 해도 자동차 분야에 특별한 관심과 지식을 표현하면 가점을 받을 수 있다. 이것은 어느 회사나 마찬가지인데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 업종밖에 모른다. 그리고 자기 회사가 최고인 줄 안다.
그런 사람들에게 그들이 아는 얘기, 그 회사 직원들끼리 했을 법한 이야기를 해주면 당연히 좋아할 수밖에 없다. 그 회사가 주최한 전시회에 갔던 이야기, 그 회사가 큰 기록을 달성했던 이야기, 그것도 아니면 그 회사 건물 1층에서 본 슈퍼 디테일한 이야기 같은 것을 해주면 면접관이 싫어할 리가 없다. 회사에 대한 기대 이상의 관심이 확인되면 면접관은 그것을 충성심으로 판단하고 가점을 주게 된다. 우리나라 회사에서 모든 능력을 제치고 제일 우선으로 보는 것이 충성심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면접장에서라도 그런 면모를 보이지 않고서는 승산이 없다. 똑똑하고 자기애 강한 사람보다 좀 덜 똑똑하고 충직한 돌쇠가 낫다는 게 기업 고위층의 마인드이다.
4번 질문은 이직이니까 당연히 물어볼 수밖에 없는데 지원할 직종과 연관 지어 설명하는 것이 가장 좋다. 예를 들어 전 회사에서 잡일만 했다고 해도 비품 관리 등을 했다면 자산관리, 총무 일을 잘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고 워드만 쳤다고 해도 보고서 작성에 경험이 있다고 해야 한다. 이건 거짓말이 아니니 양심의 가책을 느낄 필요가 없다.
실제로 회사에서 일해보면 완전한 잡일은 청소 말고는 별로 없다. 자료 찾는 일도 보고서 작성에 도움이 되고 복사만 했다고 해도 행정 일을 하는 데 중요한 부분을 한 것이다. 보고서를 어떤 양식으로 만들고 스테플러는 어느 쪽에 박는지 그런 걸 봐 두는 게 다 경험이다. 가능하면 면접관이 한 번에 알아들을 수 있는 쉬운 단어로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다. 너무 지엽적이거나 전문적이어서 못 알아들으면 허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