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퇴사일기 23화

퇴사 후 알게 되는 것들

퇴사 일기 #23

by 키르히아이스

회사 다닐 때는 그렇게도 안 가던 시간이 퇴사하고 나니 금방 지나갔다. 퇴사한 지 벌써 몇 달이 흐른 지금 나는 어떤 것을 느끼고 어떤 것을 알게 되었을까?


퇴사 후에 내가 느낀 것이 세 가지 있다.


1. 내가 없어도 회사는 잘 돌아간다.

2. 회사 밖에도 넓은 세상이 있다.

3. 나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일을 하고 있다.


1번에 대해 먼저 얘기하자면 보통 사람들은 본인이 없으면 회사 업무에 당장 문제가 생기거나 상당 기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한 사람이 나가면 다른 사람이 곧 대체한다. 아주 작은 회사일 경우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회사는 누가 없어져도 큰 문제없이 돌아간다. 이것이 조직의 힘이다. 어떻게든 빈자리를 메꾼다는 것이다. 그래서 책임감이나 일에 대한 애착 때문에 퇴사를 망설일 필요는 없다.


재미있는 사실은 회사 안에서 그렇게 중요했던 일들이 퇴사하고 나서 밖에서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 울타리 안에서만 중요한 일이었던 것이다. 나 역시 내가 하는 일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고 살았던 적이 있다. 그래서 받은 스트레스가 너무나 컸다. 평범하게 출퇴근하고 사람 대우받으며 일하는 게 꿈이었지만 잘되지 않았다. 지금 나와서 보니 내가 하던 일은 세상 사람들이 신경도 쓰지 않는 일이었다. 그 일을 목숨처럼 붙잡고 있었던 내가 우습다.


이런 일도 있다. 내가 어떤 자리에 배치되면 그에 맞춰 일도 생기고 내가 거길 떠나면 그 일도 사라진다. 다른 사람들도 이런 경우가 있을 것 같은데 ‘일이 들러붙는 사람’ 말이다. 나는 어느 회사를 가든지 없던 일이 생기고 몇 년 만에 하는 프로젝트도 나에게 떨어졌다. 내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것은 내가 일하는 스타일에도 원인이 있었다. 내가 있을 때와 내가 없을 때 조직이 그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보면 알 수 있다. 내가 있을 때는 나에게 계속 요구하고 꼭 해야 할 일처럼 하다가 내가 없으니까 흐지부지 묻혀버리는 일이 있었다.


회사나 직장 상사가 시키는 일이 모두 ‘해야 할 일’은 아니다. 직장 상사도 사람을 봐가면서 일을 시킨다. 만약 일을 해낼 만한 사람이 들어오면 그동안 묵혀뒀던 일, 구상하던 일들을 다 준다. 그래서 그 일이 완료되어 실적이 나오면 자기가 한 것처럼 광고한다. 그 일을 하느라 파괴된 부하직원의 일상과 건강 따위는 관심도 없다.


조직이란 이렇게 일부 인원의 희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직 속에서 개인은 마치 소모품처럼 달아버리고 만다. 큰 회사도 엘리트 몇 사람에 의해 움직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직장 상사가 아무리 친한 척하고 성군처럼 굴어도 절대로 당신의 사적 행복을 알아서 챙겨주지 않는다. 자기가 가는 곳마다 데리고 다녀도 결국 자신이 부리기 편해서이다. 당신이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언제든 내쳐질 것이다. 일이 당신에게 들러붙는 게 아니고 당신이 있기 때문에 그 일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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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상사 입장에서는 아랫사람이야 항상 만나고 헤어진다. 써먹을 만한 인재를 만나면 짜낼 때까지 짜내고 빈둥거리는 인재를 만나면 그만큼의 일만 준다. 가끔 앞뒤 안 가리는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 그 사람들은 작은 불이익만 생겨도 고발하고 상사에게 대들거나 문제를 크게 만든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상사도 함부로 못 한다. 강한 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한 것이다. 남에게 싫은 말 못 하고 차라리 손해 보는 게 편한 성격이라면 상사에게 노예 취급받기 쉽다.


보통 한 팀에 써먹을 만한 인재가 한 사람은 있으므로 그 사람에게 일이 몰리게 마련이다. 그래서 항상 팀 상황에 주시해야 한다. 새로운 팀에 갔다면 팀원들의 면면을 보라. 과연 이 속에서 내 역할은 무엇인가? 내가 하고 싶은 역할이 아니라 할 수밖에 없는 역할이 무엇인지 봐야 한다.


만약 건축회사에 다니는데 공사 기간을 턱없이 짧은 기간으로 단축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어쩔 수 없이 보고를 속이거나 날림공사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많은 공사 현장에서 이런 상황이 있다.


원칙주의적 성격을 가진 사람은 이 상황에서 매우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자기 몸을 희생해서라도 날림공사를 피할 수 있으면 하겠지만 그런 방법조차 없다면 정말 막막해진다. 이런 과정에서 조직과 개인의 추구하는 바가 달라지고 양심적인 사람일수록 스트레스는 극에 달한다.


직장인들은 늘 이런 상황에 놓인다. 테크닉이나 처신의 문제라면 고칠 수 있겠지만 이것은 성격에 관한 것이라 마땅한 방법이 없다. 적당히 일을 뭉갤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게 더 힘든 사람도 있다. 차라리 밤새고 일을 끝내야 발 뻗고 자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이 많으면 회사야 좋겠지만 개인의 행복은 영원히 먼 나라 이야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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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없으면 내 일도 같이 없어진다. 그리고 새로운 담당자에 맞게 일이 새롭게 설정된다. 그러므로 퇴사 후 담당업무가 어떻게 될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 퇴사자는 퇴사 후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만 고민하면 된다. 회사가 당신에게 읍소를 하든 강압을 하든 그것은 당신의 양심적인 면을 공략하는 것일 뿐이다. 일부러 회사에 피해를 주고 나올 필요는 없지만 지나치게 회사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2번은 도전에 관한 이야기이다. 회사는 지극히 작은 우물이다. 거기서 몇 년을 보내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된다. 내가 하는 일이 세상 모든 것인 양 느껴진다. 이 조직을 떠나면 죽을 것 같고 마치 천동설처럼 모든 것이 우리 회사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면 깜짝 놀라게 된다. 나는 민간에 있다가 공공부문으로 이직을 한 적이 있는데 공공에 이렇게 많은 회사가 있는지 깜짝 놀랐다. 언론에 알려진 회사들 말고 공공성이 있지만 알려지지 않은 회사들까지 포함하면 수백 개 이상의 회사가 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알지 못하는 전혀 새로운 세상이 있다. 작은 연못에 갇혀서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말라죽을 이유는 없는 것이다.


도전은 분명 힘든 과정이다. 위험성과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의지를 가진 일부 사람들에게만 허용된다. 그러나 시작도 하기 전에 실패부터 생각하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물론 실패를 하지 않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해야겠지만 도전하지 않는데 저절로 주어지는 것은 없다. 잘 생각해보면 당신이 지금 앉아 있는 자리도 최소한의 어떤 것을 도전했기 때문에 얻어졌을 것이다. 정글의 사자들도 위험을 무릅쓰고 사냥을 해야 보상을 얻는다. 풀을 뜯는 들소들도 건기가 오기 전에 초목이 무성한 땅으로 목숨을 걸고 이동해야 한다.


인간이라고 해서 도전하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다. 지금 받는 대우가 부당하다고 느끼거나 새로운 일에 관심이 있고 도전할 기회가 있다면 피할 이유가 없다. 도전도 모든 환경이 맞아떨어져야 할 수 있는데 그런 조건들이 합치되어 당신에게 기회가 왔다면 당연히 그 기회를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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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하는 데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타이밍, 실력, 기회


‘타이밍’이란 것은 그 사람이 도전할 수 있는 상황인지에 관한 것이다. 미국 유학 기회가 왔는데 병실에 계신 부모님을 나 혼자 모셔야 하는 상황에서는 도전할 수가 없다. 결혼할 사람이 이해해주지 않아도 못한다. 도전이 내 인생의 정확한 타이밍에 오는 것도 행운이다.


물론 이것은 어느 정도까지는 내 노력으로 만들 수 있다. 치밀한 계획과 노력으로 어느 시점에 도전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의 능력으로 완벽한 타이밍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한 사람이 주변 상황과 타인을 모두 통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실력'은 내가 만들 수 있는 것이지만 기회와 타이밍이 올지 안 올지 모르기 때문에 준비해놓기가 쉽지 않다. 해외연수 기회가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영어 공부를 할 수 있을까? 타이밍은 무시하더라도 기회가 있을지 없을지도 알 수 없다. 심지어 무슨 기회인지도 모를 수 있다. 무슨 기회가 올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준비를 하고 어떤 실력을 쌓을 것인가?


그래서 어느 정도 기회를 예측하고 기회를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하다. 해외에 가고 싶다면 기회가 없어도 평소에 영어 공부는 해놓아야 한다. 집을 사기 위해 평소에 최소한의 자금과 청약 저축 같은 것을 준비해 놓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직이란 것도 어느 순간 기회가 올지 모르기 때문에 내 분야의 자격증이나 커리어 관리는 해놓아야 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진로가 있다면 광범위하게 기반을 다져놓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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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은 일임에는 분명하다. 내일 날씨가 추울지 더울지 모르는 상황에서 외투를 준비하는 것과 같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와도 그 기회를 잡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어떤 기회는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지나가 버린다. 나는 토익점수가 없어서 이직을 못 하거나 정규직 전환 기회가 왔는데도 필기시험 준비가 안 되어있어 기회를 놓친 사람을 많이 보았다.


어찌 보면 의지의 문제인지도 모른다. 정말 강렬하게 원하고 또 원한다면, 나무껍질이라도 씹어 먹을 만큼 허기진 상태라면 실력을 만들어 놓지 않을 이유가 없다. 현재 자신의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면 의지에 관한 문제인지, 능력에 관한 문제인지 따지기보다 일단은 의지를 더욱 굳건하게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의지를 가진 사람은 늦게 되는 한이 있어도 언젠가는 된다. 그러나 의지가 부족한 사람은 뭐가 되지도 않지만 되더라도 오래 못 간다.


‘기회’는 공평하지도 않고 예측하기도 어렵다. 우리 인간이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낙관적인 자세와 성실한 준비뿐이다. 너무 교과서 같은 얘기지만 현실이 그렇다. 기회는 적극적으로 만들고 포착하는 것이 최선이다. 기회는 마치 보이지 않는 공기와 같아서 우리 곁에 있어도 알지 못한다. 또한, 흐르는 물과 같아서 지나가 버리면 돌이킬 수 없다.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기회를 만들거나 기회가 오도록 기회의 곁에 다가가야 한다. 예를 들어 아이돌 가수가 되고 싶다면 일단 오디션을 봐야 한다. 어차피 떨어질 것이라고 오디션조차 보지 않는다면 기회가 오고 싶어도 올 방법이 없다. 기획사에 편지를 쓰고 데모 영상을 보내는 노력도 필요하다. 안되면 기획사 사장의 집에라도 매일같이 찾아가야 된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고 두드리는 사람에게 문은 열리는 법이다. 기회를 얼마나 갈구하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다. 당신은 얼마나 배가 고파 있는가?


채용시장은 수천 대 일의 경쟁률이라고 말하지만 그중에서도 합격하는 사람이 있다. 높은 경쟁률은 대부분이 허수이다. 1만 대 1이라고 해도 그중에서 실제 합격권에서 경쟁할만한 사람은 10%밖에 안 된다. 이 10% 안의 사람들은 종이 한 장 차이이다. 면접 보는 그날 실력, 기회, 타이밍이 모두 갖춰지는 사람이 합격하는 것이다. 경쟁률은 포기하는 핑계가 될 순 있지만 실패의 원인은 되지 못한다. 어느 곳에나 경쟁이 있고 그 속에서 누군가는 승자가 된다. 승자가 될 수 있는 방법만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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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는 포착을 잘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안테나를 항상 세우고 있어야 한다. 언제 어떤 기회가 왔다가 사라질지 모른다. 취업을 원한다면 취업사이트와 각종 게시판을 모니터링해야 하고 관심 있는 회사의 홈페이지 공지사항도 자주 훑어봐야 한다.


현실이 바뀌길 원하면서도 막상 기회를 포착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이것은 적극성의 문제이다. 가만히 앉아있는 사람에게 기회는 오지 않는다. 당장 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도 언제든지 기회를 포착할 수 있도록 안테나를 세워두고 준비해야 한다. 남 탓, 세상 탓하기 전에 스스로를 바꾸는 자기 혁신을 하는 것이 먼저이다.


3번은 내가 하는 일에 대한 만족감에 관한 이야기이다. 나는 퇴사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 여러 번 이직을 거쳤기 때문에 회사에 대한 미련도 없었고 지금이야말로 내가 하고 싶은 작가의 길을 걸을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수입이 없고 불안한 미래가 펼쳐져있지만 지금처럼 행복한 때가 없었다.


나는 내일 굶어 죽는다고 할지라도 잘했다고 생각한다. 회사에 있을 때는 내가 주장하지도, 내 잘못도 아닌 일로 질책당하고 책임져야 했다. ‘이건 아닌데’ 하면서도 그 일을 해야 했다. 담당자인 나조차도 이해하지 못하는 일을 해야 했다. 이것이 가장 큰 스트레스였다. 우리나라의 많은 직장인들이 이런 문제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다. 탑다운 방식의 회사 문화에서 하위직급일수록 이런 어려움은 크다.


갑질 문제도 그렇다. 젊은 세대들이야 상하 관계나 갑을관계를 떠나 비교적 동등한 입장에서 얘기하고 합리적으로 일을 처리하지만 기성세대 직원들은 그렇지 않다. 갑질을 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뉴스에 터지는 갑질 사건들을 보면서도 자신들은 아닌 줄 안다. 이런 불합리함에서 벗어나 이제 내가 결정하고 내가 책임지는 상황이 된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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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후 이직할 것인가, 자영업을 할 것인가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 그런 고민이 있었다. 나는 무엇을 하든 자신이 진짜로 잘하면서 하고 싶었던 일을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직이냐 자영업이냐는 방법론일 뿐이다. 삶이라는 대장정에서 택하는 나만의 전략은 다른 곳에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그 속에서 얼마나 행복감을 느끼고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느냐이다. 행복은 각자 다른 곳에서 느낀다. 어떤 사람은 밤새도록 수학 계산을 하면서 행복을 느끼고, 어떤 사람은 무거운 바벨을 들어 올리며 행복감을 느낀다. 그래서 어떤 길이 정답이라고 말해줄 수는 없다. 단지 회사가 정답이 아니라면 자기만의 일을 하는 것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영업보다 이직을 선택하겠지만 그것은 선택의 문제이다. 무엇을 선택하든 전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 그것이 인간이 사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퇴사한다고 해서 죽는 것이 아니다. 자기 주관을 가지고 어떤 삶을 살아갈지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는 것이다. 예전 직장 상사 중에 답정너 스타일의 상사가 있었다. 그는 항상 질문 속에 답을 넣어서 질문했다. “이 프로젝트는 기간이 너무 길지?” “이 색은 색감이 너무 차갑지?” 그의 질문은 항상 그런 식이었다. 만약 다른 의견을 얘기했다가는 한참 설교를 듣거나 운 나쁜 날은 큰소리도 들어야 했다.


답도 정해져 있는 이런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부하 직원들이 다른 의견을 내면 반항한다고 생각하는 그 사람들의 뇌 구조를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담당자인데 내 의견을 말하지 못하고 남의 결정대로 마치 그 사람의 원격조정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일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퇴사란 나에게 큰 짐도 주지만 이런 불합리에서 벗어나게 해 줘서 큰 의욕도 준다. 우리 삶에는 정답이 없다. 방법도, 결론도 정해져 있지 않다. 현대 물리학(양자역학)에서도 모든 사물은 확률로 정의되고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한다. 기왕에 정해진 것이 없는 게 우리 삶이라면 최소한 앞으로의 길은 내가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이 길을 택했다. 이 길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내가 더 많은 결정을 할 수 있고 내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곳에서 일했을 것이다.


퇴사 후의 삶은 표면적으로는 초라하지만 내면적으로는 긍정으로 충만하다. 삶의 의욕, 꿈의 충전, 육체적 자유, 생각의 무경계. 이 모든 것이 내가 퇴사를 통해 얻은 내면의 것들이다. 이제 이것들로 현실의 삶을 채워가는 일만 남았다. 그것이 내가 할 일이고 그 균형을 맞춰야 내면의 것들이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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