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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두니 Nov 24. 2020

내가 고양이를 친 건 아닐까?

로드킬을 목격했을 때


교통체증을 피해 가끔 지나다니는 골목 찻길이 있다. 그 일대는 세월의 때가 묻은 주택들이 늘어선 곳인데 언젠가부터 높은 펜스가 쳐졌다. 펜스 안의 집을 헐고 아파트가 들어선다고 했다. 사람이 떠난 그 골목을 차지한 건 길고양이들이었다. 전조등 불빛이 스칠 때면 주차된 차 밑에 소복이 앉아있는 몽실몽실한 고양이들이 무척 생경하게 보였다.


아들과 함께 밤길을 가던 어느 날이었다. 차선 한가운데 무언가가 놓여 있었다. 길이 어두워 몇 미터 앞에 가서야 그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나를 빤히 쳐다보며 엎드려 있는 고양이였다! 경적을 울렸지만 꼼짝 않는 걸 보니 로드킬을 당한 것 같았다. 차를 멈출 타이밍을 놓쳤기에 핸들을 살짝 돌려 밟지 않고 지나가야 했다.


by duduni


마치 잠자듯 내 쪽을 향해 있던 고양이의 얼굴이 너무 생생했다. 멀쩡한 고양이는 아니었는지, 혹시 내가 친 건 아닌지, 만약 죽은 고양이라면 그대로 내버려 둬도 되는지 혼란스러웠다. 결국 차를 멈추고 아들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방금, 찻길에 누운 고양이를 지나왔는데, 설마 고양이를 내가 친 건 아니겠지?"  
“차 돌려요, 엄마. 확인하면 되잖아요.”                                    

내 차로 쳤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다.

아니야, 난 분명 고양이가 바퀴에 닿지 않도록 조심해서 지나쳤어. 조금의 덜컹거림도 없었다고. 두려운 마음에 나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이미 로드킬 당한 것 같던데?”
“그럼 옆으로 치워야죠. 다른 차에 또 치이면 안 되잖아요.”                                                                     

매뉴얼이 있는 것처럼 맞는 말만 하는 아들 앞에서 부끄러운 모습을 보일 순 없었다. 하지만 진짜 로드킬이라 해도 죽은 동물을 다시 마주치는 건 힘들었다. 게다가 직접 치운다고?

“난 죽은 동물 만질 자신 없는데.”


중학생 아들은 자기가 하겠다고 나섰다. 단호한 아들의 말에 결국 차를 돌렸고, 다행히(?) 고양이는 그 자리에 처음 모습 그대로 있었다. 전조등을 밝혀 다른 차들이 고양이를 피해 가도록 정차한 다음, 다짜고짜 내리려는 아들을 간신히 저지했다.


일반 도로에서 로드킬 현장을 본 건 처음이라 무얼 어떻게 할지 몰랐기에 일단 생각나는 대로 112에 전화를 했다. 112에서 안내하는 바로는 일반 도로 로드킬 신고는 관할 구청에서 한다고 했다. (나중에 알아보니 로드킬을 목격했을 때는 대표번호 110번으로 하면 된다고 함) 한밤중에도 구청 로드킬 담당자가 근무한다며 연락처를 알려주었다. 담당자는 한두 시간 내로 수거할 예정이니 자세한 위치를 알려달라고 했고, 사체를 옮기다 자칫 2차 사고가 날 수 있으니 그대로 두라고 했다.


‘수거’라는 용어에 씁쓸했지만 그렇게 신고를 하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했다.     

혼자였다면 얼떨결에 지나친 후 내내 마음 쓰였을 텐데, 한참 걸리더라도 차를 돌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급박한 순간, 생명을 대하는 아들의 태도가 진한 여운으로 남았다. 아들에게 생명 존중의 소중한 한 수를 배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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