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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두니 Feb 26. 2021

우리 돌아갈 수 있을까? 일상으로...


일 년 전에 신문에 기고한 글이다.


     


  2월 18일. 그날 이후 일상이 바뀌었다.

  아이들 학원이 집중된 일대에서 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온 것이다. 학원 휴원을 시작으로 난 일체의 바깥 활동을 중지했다. 주위 친구들의 단톡방에는 불이 났다. 이게 뭔 일이래? 어느 집에 누가 밀접 접촉자래. 어디 어디가 감염됐대. 무섭다 정말. 등등


  가능한 집에 머무는 것이 이 사태를 끝내는 가장 빠른 방법인 건 자명했다. 난 종일 뉴스를 틀었고, 학원 쉰다고 좋아하던 아이들도 며칠 지나자 주리를 틀었다. 쏟아지는 정보와 가짜 뉴스에 허덕이면서도 인터넷으로 장을 보고 삼시 세끼 밥을 차려야 했다.


  어느새 우리 지역은 민폐와 혐오의 대상이 되었고, 지역색을 씌우고 정치 프레임까지 곁들여 싸잡아 비난하는 글을 볼 때면 한없이 씁쓸했다. 어떤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고 하루하루 지치고 황폐해져 갔다. 평범한 일상은 요원하기만 했다.


  그렇게 메말라 가던 마음에 단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다른 지역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이 지속적으로 안부와 위로를 보내오는 것이다. 훈훈한 뉴스들도 등장했다.

  도움 요청 한 번에 단숨에 달려온 의료진들, 가게의 월세를 감면하거나 줄여주는 건물주들 소식이었다. 소비 위축으로 식재료를 버릴 위기에 처한 식당들의 사정이 SNS로 알려졌고 순식간에 매진을 기록했다는 소식도 있었다.


  혐오와 비난은 오래가지 않았다. ‘힘내라’, ‘이겨내자’라는 응원과 위로가 댓글 창을 수놓았다. 주고받는 메시지에도 용기와 의지, 긍정과 희망의 말이 오갔다. 말 한마디는 위안이 되고 힘이 되었다. 말 한마디는 위기일수록 더욱 빛을 발하고 마음을 촉촉이 적셔주었다.


  쓰레기를 버리러 며칠 만에 집 밖을 나갔다. 별안간 마스크 속으로 훅 끼쳐 들어오는 향기에 고개를 드니 미색 매화가 팝콘처럼 팡팡 피어있는 게 아닌가! 게다가 발밑에는 앙증스럽게 웃고 있는 청아한 봄까치꽃까지! 이 난리 속에서도 봄이 불쑥 다가와 있었다.


  비록 지금은 온전히 즐기지 못하지만 분명 봄은 오고 꽃은 필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희망의 말을 주고받으며 봄을 맞을 것이다.

  그리고 꿈꾼다. 언젠가 다시 맞을 감사하고 평범한 일상을. 마음껏 봄꽃 향기를 음미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벚꽃 나무 아래를 거닐 그 날을.


<봄내음 베리에이션 커피>  by duduni


글은 희망을 꿈꾸며 끝을 맺었다.

일 년이 지났고 많은 것이 변했다.

마지막에 언급한 평범한 일상은 너무나 특별하고 멀게만 느껴진다. 이제 400명 확진 정도에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다. 그만큼 무뎌져 있다.

모두가 지친 상태다. 코로나의 '코'자만 나와도 지긋지긋하다. 방역지침을 잘 따르다가도 곳곳에서 터지는 위반 상황들을 보면 짜증이 난다. 끝이 안 보이는 막막한 마음이다. 자꾸만 자꾸만 가라앉았다. 그럼에도 억지로 끌어올려 하루하루를 버틴다. 살아가려면 그래야 하니까.


오늘은 우리나라에서 첫 백신 접종이 이루어진 날이었다. 모두가 백신을 맞고 나면 코로나도 그저 독감처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날이 오겠지? 몇 달 뒤면 이런 넋두리를 읽고서 '에구, 그땐 그랬지. 허허허'하며 웃어넘길 수 있겠지?

아주 작은 기대가 딱딱해진 마음을 비집고 올라오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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