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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두니 Jul 14. 2021

리액션이 예술이네!

나는 리액션에 고픈 사람이다. 내 말에 적극적으로 반응해 주는 것을 좋아한다.

이건 순전히 집안 분위기의 영향이다. 부모님은 우리나라 팔도 안 가본 데가 없는 일명 역마살 부부다. 그 덕에 우리 형제들은 어릴 때부터 자연을 한 아름 품고 살았다.


가을, 단풍으로 알록달록 물든 산등성이를 보고 있노라면 엄마가 한마디 한다.

"와! 꽃사슴 등어리 같다!"


그 말에 웅크려 있던 거대한 꽃사슴이 풀쩍 뛰어오른다.


여름, 파도치는 초록빛 바다를 보면,

"누가 고디(다슬기) 삶은 물을 풀어놨네. 날물은 날실, 들물은 씨실로 엮어 베를 짜 비취색 드레스 지어 저 물속 꽃그늘을 넘나들고 싶네."


그러면 비취색 드레스 입은 인어공주가 첨벙거리며 노닌다.


<Tropical Ocean>  acrylic on paper.   by duduni


아빠는 가만히 계시느냐?

"이야아! 끝내주네!"


감탄사를 동반한 맞장구는 기본이요, 특히 누군가가 분노를 유발했을 때 그 진가가 유감없이 발휘된다.

"저 @#%! 안 되겠네!"



이토록 풍부함을 넘어 과한 리액션을 흡수하며 자란 덕에 다소 덤덤한 반응을 접할 때는 김이 빠진다. 보통 사람에겐 적당한 정도라도 내가 느끼기엔 밋밋하고 흡족하지 않다.


신혼 때 정성껏 끓인 찌개를 먹고 남편이 말했다.

"음, 먹을 만하네."

그 말이 너무 서운했다. 겨우 먹을 정도밖에 안 된다는 말 아닌가. 알고 보니 남편에게 그건 ‘맛있다’라는 표현이었다. 그 후 그 말을 우리 집 금지어로 정했다.


리액션은 대화의 바로미터다. 상대가 내 말을 얼마나 경청하는지, 공감하는지 알 수 있다. 듣는 사람이 눈을 반짝이며 맞장구를 치면 말할 맛이 난다. 자연히 대화의 윤활유가 된다. 리액션이 좋으면 신이 나서 숨겨뒀던 속말까지 술술 내뱉게 된다.


좋은 리액션은 전염성이 있다. 적절한 반응은 대화에 참여한 모두를 그 상황에 더 몰입하게 하고 깊은 교감을 불러일으킨다. 긍정의 기운이 분위기를 풍성하고 다채롭게 하는 것이다.


내가 빠진 등산 모임에서 근사한 풍경을 지나칠 때 리액션이 없어 허전했노라고 후기를 전했다.

예쁜 카페를 발견한 아들들은 ‘우리 엄마 봤으면 난리 났을 텐데.’하고 생각했단다.

이렇듯 존재감을 상기시키는 역할도 한다.


리액션의 방식과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내겐 부족하더라도 상대방으로선 그것이 최선의 반응일 수 있다. 다름을 알기에 정도의 차이에도 관계가 유지되는 게 아닐까.


리액션.

언뜻 격하고 호들갑스러울지라도 결코 과장이나 거짓이 아니다.

적절한 리액션은 진솔한 감정의 표현이자 그 순간의 충실한 느낌이다.

순간을 예술로 만드는 주문인 거다.

이런 리액션, 아껴서 무엇하랴.

“아하! 리액션이 예술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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