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메산골에서 야영할 때였다. 막연히 동경하던 우주가 그 존재를 뽐내던 벅찬 순간이었다. 그때부터였을까. 외딴 여행지에 가면 늘 밤하늘을 올려다보게 된다. 별을 발견하는 순간의 희열 뒤에는 우주와의 교감이 기다리고 있다.
영양 일대를 여행할 때였다. 인근에 반딧불이천문대가 있다는 것을 보고 주저 없이 일정으로 잡았다. 천문대는 단어부터 설렘 그 자체가 아니던가. 논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신나게 천문대로 향했다. 길이 어두워 운전이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었다. 곳곳에 인가가 있는데도 가로등 하나 없는 게 의아했다.
이유는 천문대에 도착해서 알게 되었다. 그 지역은 국제밤하늘협회(IDA)에서 지정한 아시아 최초의 ‘밤하늘 보호 공원’이었던 것이다. 야외 조명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빛 공해를 줄임으로써 생태계를 보호하고 복원하는 곳이었다. 빛 공해라는 말을 그때 처음 들었다. 생태계 재충전의 시간인 밤에 인공 불빛은 엄연한 공해다. 이런 빛 공해를 줄여 청정한 밤하늘과 반딧불이를 만날 수 있게 된 곳이 밤하늘 보호 공원이었다.
그날 관측할 천체는 달이었다. 달이야 평소에도 보는 터라 아이들은 다소 시큰둥했다. 그런데 먼저 천체망원경을 들여다보던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궁금해하며 망원경 접안렌즈에 눈을 대는 순간, 절로 탄성이 나왔다. LED 조명을 수십 개 켜 놓은 듯 눈이 부셔 볼 수가 없었다. 달이 이렇게 밝은 천체였다니!
익히 아는, 도시에서 본 달은 빛 공해 탓에 뿌옇게 보였던 거다. 원래의 달은 이토록 밝은데. 옛사람들이 달빛 따라 밤길을 걷고, 달빛 아래 글을 읽었다는 말이 과장인 줄 알았는데. 진짜 달빛을 보고 나서부터 모두의 눈이 한층 초롱초롱해졌다.
by duduni
하늘로 쏘아 올린 초록색 레이저(별 지시기)를 따라 여름철 관찰할 수 있는 별자리들을 찾아보았다. 거문고자리, 백조자리. 목성, 토성……. 어둠이 짙은 만큼 별들이 더 또렷하고 눈부시게 보였다. 그 명료한 빛은 지금도 여전히 머리 위, 그 자리에서 빛날진대 우리가 만들어낸 빛 때문에 본연의 별빛을 보지 못하는 것이리라.
나를 둘러싼 우주와 교감하고 나오는 길, 밤하늘을 어두운 채로 유지하고 보호하는 일이 참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혹 유성이나 혜성이 지난다는 밤이면 나름 도심을 벗어난다고 해도 불빛 때문에 관찰할 수 없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보다 많은 곳에서 밤하늘을 보전한다면 우리는 더 자주, 더 가까이 별과 우주를 마음에 품을 수 있지 않을까. 별빛에 위안을, 달빛에 낭만을 느끼며 이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볼 수 있지 않을까. 그 마음과 시선들이 모이면 세상은 분명 더 아름다워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