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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두니 Aug 27. 2021

힐링 소리 여행


집안일을 할 때는 음악을 틀어 놓는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흘려듣다가 빨래 개던 손을 탁 멈췄다. 전주가 흐르는 순간 최면에 걸린 듯했다. 대학 시절 많이 듣던 여행스케치의 ‘별이 진다네’였다. 내 귀를 사로잡은 건 노래가 아니었다. 노래 뒤에 배경으로 깔린 귀뚤귀뚤, 개굴개굴, 컹컹컹... 소리.


https://youtu.be/ciBisqVQ6xc


그 소리는 열기 가득한 거실에 있던 나를 한적한 저녁의 어느 시골길로 옮겨 놓았다. 논에서는 개구리가 노래하고 길가 풀밭에선 귀뚜라미가 화음을 쌓았다. 동네 안 집 마당에서는 바둑이가 추임새를 넣었다.


눈을 감고 그대로 소파에 누웠다. 평화로운 시골 풍경에 푹 잠겨 있고 싶었다. 어릴 때 시골에서 자란 것도 아니고, 시골에 특별한 기억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왠지 아는 것 같은 친근한 느낌이 좋았다. 어느새 노래가 끝났고 시골 풍경도 사라졌다.


노래를, 아니 소리를 찾아 제대로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ASMR을 검색했다. ASMR은 ‘자율감각 쾌락반응’의 약자로 일상 소음 또는 백색 잡음이라고 번역되기도 한다. 청각 자극으로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는 영상이나 소리로, 단순한 소리를 반복적으로 들음으로써 두뇌에 감각적 쾌락을 준다. 바스락거리는 소리, 눈 밟는 소리, 연필로 글씨 쓰는 소리 등 수많은 자극이 있다.


음악이 형식에 따라 구조와 소리를 갖추고 있다면 ASMR은 소리를 통한 단순한 자극이다. 소리가 멈춘 후 쾌감의 지속 시간을 보면, 정서적 반응을 이끌어내는 음악은 10초가량이지만 감각적 쾌감을 전달하는 ASMR은 10분 정도로 훨씬 길다. 그래서 ASMR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지나 보다.


난 ‘귀뚜라미 풀벌레 소리’를 찾았다. 귀뚤귀뚤 찌르르… 음악을 듣는 것과는 또 다른 맛이 있었다. 내친김에 듣고 싶은 소리를 차례로 찾아냈다. 아침 새소리, 숲 속 바람 소리, 산사의 풍경과 빗소리...


<비 내리는 산사> by duduni


손깍지로 머리를 받치고 드러누워 본격적으로 소리를 음미했다. 새가 지저귀고 청량한 바람이 스치고 지나갔다. 은은한 풍경 소리 너머로 산사 처마에 떨어지는 빗소리까지.


힐링이 따로 없었다. 그 순간만큼은 온전히 소리의 공간에 머물다 온 기분이었다. ASMR의 심신 안정 효과가 아직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지만 그 효과를 부정할 만한 증거 또한 찾지 못한 게 아닐까 싶다.


팍팍한 일상에 지쳤을 때 소리 여행 한번 떠나보면 어떨까.

힐링과 평화로움이 멀리 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ASMR을 몇 개 찾아보았습니다.>


https://youtu.be/ADSXxZ2EjeM


https://youtu.be/qH5h__uJ-xU


https://youtu.be/h8ZgaTBV8Y4


https://youtu.be/dVlvA-XY0gQ


https://youtu.be/KKi2qiuZZWQ


# 자료 출처 :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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