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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두니 Oct 27. 2021

아이들에게 배운다.

둘째 아이 고등학교에서 문자가 왔다. 2학년에 확진자가 나와 전교생이 긴급 하교한다는 내용이었다. 골치 아프게 생겼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몇 반에서 나온 건지, 혹시 우리 애와 연관된 건 아닌지 노심초사하며 아이가 오기를 기다렸다.

 

“몇 반에서 나왔대?”

“1반요.”


9 반인 우리 아이와 뚝 떨어져 있어 안심이긴 했다.


“걸린 애 누군지 알아?” 

“몰라요.”

“친구들한테 좀 물어보지.”

“뭐하러 그래요? 알고 싶지도 않아요. 지금 확진된 걔는 심정이 어떻겠어요?”


크게 한 방 맞은 기분이었다. 내 관심은 오로지 우리 애가 괜찮은가에만 쏠려있었다. 확진된 아이의 심정 같은 건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그날 저녁 전교생이 코로나 검사를 받았고 전원 음성으로 결과가 나왔다. 코앞에 있던 시험은 연기되었고 수업은 온라인으로 전환되었다.


아이 말에 따르면, 누군지는 모르지만 확진된 아이는 병원에서 내내 울었다고 한다. 자기가 다른 친구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며 눈물 젖은 편지를 써서 반 아이들에게 보냈단다. 이제껏 확진자는 가해자 취급을 받아왔으니 본인도 그렇게 생각한 것이다. 


확진자라고 하면 일단 의심부터 하게 된다. 모이지 말라는 데 모였거나, 가지 말라는 데 간 게 아니겠냐는 확신에 가까운 추측을 한다. 하지만 다른 확진자에게 감염된 경우도 많다.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학생이라면 감염됐을 확률이 더 크지 않을까.


몇 달 후 바로 옆 반에 또다시 확진자가 나왔고 우리 아이를 비롯해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자가격리를 해야 했다. 2주 격리에도 아이들은 확진자를 가해자라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여기지도 않았다. 할 수 없는 일이라는 듯 덤덤히 받아들였다. 


어떤 편견도 없는 아이들의 의연한 태도에서 어른으로서 막연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조심할 것을 가르친다는 핑계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고, 나 하나쯤 하는 무책임한 행동으로 뉴스를 장식하는 건 대부분 어른이기 때문이다. 덜컥 이런 세상을 살게 한 것도 미안하다.


요즘 아이들 운운하며 깎아내리기 전에 어른들부터 먼저 부끄럽지 않게 살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팬데믹에도 묵묵히 견디며 종일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듣는 유아들과 초중고 아이들이 새삼 대견하다. 

아이들에게 배운다.

<마스크를 쓴 아이들> by dudu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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