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복여, 꿈꾸는 사업
─ 책방 아저詩

사각공간 - 시간, 공간, 인간, 행간

by 사각공간
집을 한 다섯 채 지어서 세놓을까
한 채는 앞마당 바람 생각가지 사이에, 한 채는 초여름 쥐똥나무 그 뿌리에, 다른 한 채는 저녁 주황베란다에, 또 한 채는 추운 목욕탕 모퉁이에 지어,
한 집은 잔물결구름에게 주고, 한 집은 분가한 일개미가족에게 주고, 또 한 집은 창을 기웃대는 개망초흰풀에게, 한 집은 연못가 안개새벽에게 그리고 한 집은 혼자 사는 밤줄거미에게 주어,

처음에는 집세를 많이 받겠다고 하다가
다음에는 집세를 깎아주겠다고 하다가
결국은 그냥 살아만 달라고 하면서
거기 모여사는 착한 이웃 옆에
나도 그렇게 세를 놓을까

_정복여,詩 「꿈꾸는 사업」 전문


창덕궁 후원 존덕정 현판에 쓰인 정조의 '만천명월萬川明月 주인옹主人翁'과 같은, 이를테면 둘러놓고 보리라는 선조들의 기개와는 좀 다른, 소박한 그래서 정겨운 詩입니다.


자그마한 책방 꾸리며 '꿈꾸는 사업' 모델이랄까요. 무산자 임차인으로서 한번 품어봄직한, 건물주 열망하는 보편적인 꿈과도 거리가 있습니다..만 뭐 저는 이편이 좋습니다. 독거 1인 가구 증가 추세에 '벗과 함께' 새로운 가족 구성, 꿈꾸기도 하는 바여서. (집)세 부담을 덜어내는 만큼 함께 사는 즐거움을 취하는 형태. 이 편의 편리와 이익을 잣대로 타산하여 재단한 개념으로써 '착함'이 아닌, 아옹다옹하지 않을 수 없는 인간사 자체를 속 깊이 들여 화해를 거듭하며 함께라는 서사를 그래도 꿋꿋하게 이어보는 것. 뭐 이런 영육의 터전이랄지 둥지 틀고 잡다~~는 낭만적 사고랄지요. 어쩌면 그래서 항간의 사업과는 경쟁 어렵고 뒤처질 수밖에 없더라도. 우야든동 '꿈꾸는 사업'이긴 합니다. 이렇게 생겨먹은 걸 어쩌겠습니까요 ~ '_'


붙임. 1: "집세를 받겠다고 하다가 / 깎아주겠다고 하다가 / 결국은 그냥 살아만 달라고 / (…) / 나도 그렇게 세를" 마치 카프카의 「인디언이 되려는 소망」과 같은 전개!! 말[馬이든 言語든] 달려 닿기를 염원하는 곳은 한 군데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꿈꾸는 사업'이 죄다 그쪽으로 향하는 듯싶으니 이거 이거 '_'


붙임. 2: 인용 시는 시집 『먼지는 무슨 힘으로 뭉쳐지나』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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