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 없는 중간 과정 기록
블루카드 소지자로 베를린에 입독해서 근무한지 장장 21개월째. 드디어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첫 번째 마일스톤에 도달했다. 2025년 2월 현재를 기준으로, 블루카드 소지자는 21개월 혹은 27개월 동안 일을 했으면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다. 왜 6개월 차이가 나냐고? 바로 어학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21개월만에 신청을 하려는 사람은 독일어 B1 증명서가 있어야 하고, 27개월만에 영주권을 신청하려는 사람은 A1만 있어도 된다. (어학기준은 A1->A2->B1->B2->C1 순으로 점점 레벨이 높아진다.)
독일은 전체적으로는 일견 빡빡하지만 미시적으로는 굉장한 케바케의 나라이기에, 나는 B1 증명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영주권 신청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이번에 신청해서 못 받으면 6개월 뒤에 다시 도전해보지 뭐, 이런 마음으로 말이다.
아직 프로세스가 진행 중이라서 결론은 없지만, 진척 상황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기록해본다. 이렇게 해서 안 되면 다른 한국인들에게 반면교사라도 될 수 있겠지. 참고로 영주권은 영어로는 Permanent residency, 독일어로는 Niederlassungserlaubnis이라고 한다.
스텝1. 비자청 중에서도 E4에 이메일을 보내라 -> 유효하지 않음
2-3년 전에 영주권을 받은 한국 분들이 블로그에 적어놓기로, 베를린의 비자 업무는 국가 별로 서로 다른 창구에서 이루어지는데, 한국은 E4라는 창구에서 관장을 하니 여기로 서류를 보내면 된단다. 템플릿이 너무 허술하게 생겨서 긴가민가 하면서 서류를 보내본 결과, 단호박으로 안 된다는 답장을 받았다.
결론: 예전에는 이 창구에서 영주권 발급을 했던 것이 맞지만, 이제는 창구가 다른 쪽으로 일원화 되어 E4를 통한 영주권 업무는 불가하다.
스텝2. 블루카드 소지자를 위한 영주권 신청 링크 확인
구글에서 Germany permanent residence blue card라고 치면 최상단에 뜨는 링크가 바로 위 이메일에서 강조한 'online application function'이다.
내가 지금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상태인지 긴가민가하다면, 우하단의 Do it online을 누르고 Zum Quick Check을 해보면 알 수 있다. 확실히 신청할 수 있는 상태라면 Zum Antrag 버튼을 누르면 어플리케이션이 뜬다. 나는 Zum Quick Check을 통해서 내가 25년 2월 1일부터 영주권 신청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 전에는 신청하려고 해도 시스템적으로 신청서 작성이 불가하다.
여기서 팁 몇 가지
1. 독일답게 다양한 종류의 서류가 필요하니 마음의 준비를 하셔라 (싱글이 아니라면 더욱)
2. 이 중 어떤 서류는 타임리밋도 있다. (재직증명서, 연금납입증명서, 지난 6개월치 월급명세서)
3. 이전 단계를 채우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 (임시로 아무 파일이나 올려도 진행은 되니, 어떤 서류들이 필요한지 체크하고 싶으면 아무 파일이나 올려서 전체 어플리케이션을 훑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그 상태로 제출만 안 하면 된다)
4. 언제라도 신청서를 작성하다가, 중간저장을 하고 빠져나올 수 있다. 굳이 앉은 자리에서 한꺼번에 서류를 처음부터 끝까지 작성하지 않아도 된다.
스텝3. 영주권 신청 링크에서 필요한 서류들 확인하기
사람마다 각자 처한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필요한 서류에도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참고만 하시길.
초반에는 간단한 인적사항만 기입하면 돼서 어려울 것이 없다.
나의 경우 결혼을 했고, 배우자도 블루카드 소지자인데, 내가 결혼을 했다고 체크를 하자, 남편의 서류를 먼저 넣으라는 안내가 떴다. 배우자 관련해서 넣어야 했던 서류는: 재직증명서 (14일 이내 발급된), 고용계약서, 지난 6개월치 월급명세서, 건강보험 가입확인서. 이렇게였다.
그리고 쭉쭉 넘어가서 내 정보를 기입할 차례가 되자 본격적인 서류의 쓰나미가 시작되었다.
필요 서류: 여권, 레지던스 퍼밋, 재직증명서 (14일 이내 발급된), 고용계약서, 지난 6개월치 월급 명세서, 건강보험 가입확인서, 집 렌탈 계약서, 월세 납입 증명서, 연금 납입 확인서, 독일어 능력 증명서 (B1), Leben in Deutschland 테스트 증명서.
건강보험 가입확인서는 TK앱에서 바로 다운받을 수 있었고, 월세 납입 증명서는 은행 웹사이트에서 송금 증명서 최근 6개월치를 모았고, 연금 납입 확인서는 여기에서 신청하니 며칠만에 우편으로 받을 수 있었다.
문제는 언어능력과 LID (영어로는 Living in Germany Test) 증명서였다.
잠깐만: 여기서 한 가지 상황 공유를 하자면, 지금 베를린에서의 영주권 프로세스는 격동기를 겪고 있다. 불과 작년 11월-12월에만 해도 LID는 베를린에서는 필요 서류에 있지도 않았었고, B1도 말만 저렇게 써있었지 독일어를 아예 못해도 영주권을 주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런데 위에서 설명했듯, 영주권 업무의 창구일원화가 진행이 되면서 전체적인 프로세스 자체가 엄청나게 빡세진 것.
스텝4. Loop hole 알아보기
지난 주에 회사에 가서 영주권 준비하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해본 결과, 몇 가지 유용한 hack/정보를 알아냈다.
1) 독일어능력 증명서: B1 증명서 넣는 칸에 뭐라도 넣으면 된다, 하다못해 Busuu에서 (듀오링고 같은 앱) 받은 B1 증명서를 넣거나 Telc 시험 접수증을 넣어도 대세에는 지장이 '없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이건 어떤 담당자가 걸리느냐에 따라서 굉장히 다른 결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에 개런티는 못한다.
2) LID 시험 증명서: LID는 지금 시험을 예약하는 것 자체가 전쟁이다.
a) 일단 VHS는 다 막혔다. VHS에서는 해당 센터에서 오리엔테이션 코스를 들었던 사람만 LID 시험을 볼 수 있게 해준다. 외부인이 오리엔테이션 코스 수강 없이 와서 달랑 시험만 볼 수 있었던 시대는 끝났다. VHS 크로이츠 베르크, 미테, 리히텐베르크, 노이쾰른 등에 이메일로 문의를 해서 알아낸 고급 정보이다 (2월 24일부터 28일 중).
b) 그럼 사설 업체는 어떻냐고? 사설 업체도 쉽지 않다. 구글에 검색해서 뜨는 여러 군데에 문의 해본 결과 딱 한 군데를 제외하고는 더 이상 LID 시험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했다. 심지어 동료 중에 두 달 전에 시험을 봤다고 했던 곳들도 이제 상황이 바뀌어서 시험을 주관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딱 한 곳이 어디인지 궁금하신 분은 댓글로...
c) 내가 선택한 방법은? 나는 귀화시험을 보기로 했다. 갑자기 왠 귀화시험이냐고? 귀화시험은 Einbürgerungstest라고 하는데, 이 시험이 Leben in Deutschland 시험이랑 똑같다. 이름만 다른 똑같은 포맷, 똑같은 내용의 시험이다. 귀화시험은 이 링크에서 테어민을 잡을 수 있다.
https://service.berlin.de/dienstleistung/351180/
(참고1: 위 링크를 통해서 테어민을 잡는다는 게, 그 날 시험을 본다는 게 아니라, 직접 가서 접수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온라인으로 잡는 것이다 / 참고2: 이런 시험을 볼 때 본인이 안멜둥한 곳에서 봐야 뒷탈이 없다. 베를린에 사는 사람이 포츠담 같은 곳에서 시험을 보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 왜냐고? 알고싶지 않을 것이다. 비자 취소의 위기까지 갈 수 있다.)
스텝5. 최종적으로 영주권 신청서에 무엇을 업로드 했는가
나는 스텝4에서 알게 된 최신 정보들을 바탕으로,
- 독일어 능력 증명서를 올리는 칸에는, 사설 학원과 이메일로 소통했던 내용을 넣었고 (학원 자체 시험을 본 결과, 너는 A2.2구나-라는 내용이 골자)
- Leben in Deutschland 테스트 증명서를 넣는 칸에는 시험 접수를 위한 테어민 확인증을 넣었다
스텝6. 타임라인은?
1) 나는 2월 27일 거의 자정에 가까운 시각에 영주권 신청서를 업로드 했고
2) 불과 12시간도 안 된 오늘 낮에 테어민을 확정받았다!!! (테어민은 4월 24일)
준비물은 다음과 같다:
은행에서 계좌 하나 개설하는 데에도 방문 예약을 잡고, 우편을 기다리는 등 족히 2주는 걸리는 나라에서... 무언가를 접수한 후 12시간 만에 회신을 받는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따라서, 관전 포인트는 이렇게 두 가지이다.
1. 실제로 B1 (텔크, ZD 등) 증명서가 없어도 영주권을 받을 수 있을지
2. LID 테스트는 과연 언제일 것이며 과연 4월 24일 전에 결과를 받을 수 있을지
일단 나는 혹시 몰라서 텔크 시험을 8월에 접수한 후, 그 접수확인증을 들고 가보려고 한다.
이번에 못 받으면? 올 8월까지 기다려서 27개월을 채우는 수밖에 없다. 그 땐 A1 시험 증명서를 들고 갈 생각이다.
다시 돌아와서: 영주권 신청도 벼락치기가 될까?
깐깐한 공무원이 걸리면 No가 될거고, 좀 널널한 공무원이 걸리면 Yes가 될 확률이 높다.
앞으로 다가올 귀화시험과 영주권 테어민이 기대된다. 벼락치기의 결과는 4월에 후속 포스팅으로 투비컨티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