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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o Apr 06. 2020

당신의 여행의 이유는 무엇인가요?

여행은 사유하는거야

어느 무더운 여름날, 친구와 작은 독립서점에 들렀다. 작가의 이름이 먼저 눈에 들어온 건지 책 제목이 먼저인지는 모르겠다.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라는 책을 집어 들었다. 책을 쓱 훑어보니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었다. 정말 제목대로 여행의 이유를 고찰하려는 듯 보였다. 왜지? 여행을 이렇게 진지하게 얘기하는 책이라니, 팔릴 리가 없잖아? 유명 유튜버들이 매너리즘에 빠지면 평소 본인이 해보고 싶었던 컨텐츠를 찍곤 하지 않나. 이 여행기도 작가에게 그런 의미 아닐까 싶었다. 많이 팔리는 건 기대하지 않는.


나는 왜 여행을 좋아할까? 내 여행의 이유는 뭘까? 그 책을 보고 난 후 계속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안 되겠다. 유명한 작가의 여행의 이유를 들어봐야겠다. 책을 주문하려고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니 이미 베스트셀러가 되어있다. 작가도, 출판사도 이렇게 반응이 좋을 줄 몰랐다고 하니, 책이 안 팔릴 걱정은 나만 한 게 아니었나 보다. 한편으로는 사람들 생각이 다 비슷하다는 게 재미있다. 다른 사람의 여행 이유, 그리고 나의 여행의 이유를 궁금해한다는 것. 



내 여행의 이유는 도망. 완전한 자유를 느끼기 위해


내 여행의 이유는 도망이었다. 현실에서 도망치는 것 말이다. 내가 지금이야 꿈을 위해 살겠다며 커리어고 뭐고 다 내팽개친 크레이지 모드지만, 소싯적에는 바짝 엎드려 살아온 소시민이었다. 나쁘게 말하면 쫄보. 항상 속해 있던 조직에 순응했으며 반항 한 번 하지 않았다. 이 시스템에서 낙오될까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현실에 얽매여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 여행을 가면 그 스트레스가 풀렸다. 일단 제대로 도망가려면 혼자 가야 한다. 그리고 여행지에서의 나는 하고많은 관광객, 잠시 지나가는 나그네에 불과하니 남의 눈치 볼 필요가 전혀 없다. 일 년에 몇 번밖에 누리지 못하는 완전한 자유다. 짧은 시간 동안 온전히 내 자유를 즐기는 게 중요하니 다른 사람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굳이 여행지에서 친구를 사귈 의무감 따위도 없었고, 이런저런 투어에서 마주치는 가족, 친구, 연인 단위의 여행자들도 의식하지 않았다. 그저 타지에서 혼자 보내는 자유시간이 소중할 뿐이었다. 



▲ 흔한 카오산 로드의 펍 (Photo by Bundo Kim on Unsplash)



'방콕에서 잠시 멈춤'을 출간했습니다. 

더 생생하고 재미있는 방콕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20492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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