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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o Apr 24. 2020

방콕의 미세먼지를 마시며 깨달은 것

여행은 사유하는거야

자전거로 여행하는 방콕의 허파, 방카차오(Bang Kachao)


사람마다 취향이 다른 만큼 좋아하는 여행지도 제각각이다. 방콕에서 가장 좋았던 곳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나는 국립 박물관과 방카차오(Bang Kachao)를 꼽겠다. 박물관은 역사에 관심이 있는지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방카차오에서는 방콕 도심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 강추한다. 방카차오는 강 위에 떠 있는 섬이면서 숲이기도 하다. 섬으로 건너가려면 Khlong Toei Pier에서 배를 타야 하는데, 시내에서 선착장까지 마땅한 교통수단이 없어 택시를 타는 게 낫다. 한 줄로 조심히 앉아가야 하는 나룻배를 타고 섬에 도착하면 선착장 바로 앞에 자전거 대여점이 있다. 60바트면 자전거를 하루 빌릴 수 있는데 자전거 여행을 온 관광객들이 꽤 많다. 


▲ 방카차오 위성사진 (출처: Wikipedia)


방콕 시내에서 차로 고작 20~30분 떨어진 거리에 이런 밀림이 있다는 게 놀랍다. 위성 지도를 보면 섬이 모두 초록색으로 나타나는데 이게 다 숲이다. 방카차오는 방콕의 허파라 불리며 녹지 보존을 위해 개발이 제한된 곳이다. 우리로 치면 그린벨트 같은 곳. 자전거로 먼저 향하면 좋을 곳은 스리나콘쿠앤칸 공원(Sri Nakhon Khuean Khan Park)이다. 방콕 시내의 공원이 머리가 듬성듬성한 탈모 느낌이라면, 방카차오의 공원은 머리숱이 빽빽한 헤어 부자 같다. 그만큼 나무가 참 많다. 공원의 호수에서는 악어처럼 생긴 왕도마뱀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생긴 건 그래도 성격이 온순하다고 하니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 


▲ 공원 전망대에서 본 숲
▲ 흔한 샛길의 모습


하지만 방카차오의 진짜 매력은 동네 구석구석에서 나온다. 방콕 시내에서는 볼 수 없는 전형적인 태국 시골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큰길을 벗어나 샛길로 빠지면 정글의 법칙에서 볼 법한 밀림이 나타난다. 여행사에서 방카차오 투어를 정글 투어라고 소개 하는 게 다 이유 있는 표현이다. 우연히 들어간 정글 사이로 시골집이 모여 있는 작은 마을을 발견했다. 길도 좁아서 자전거를 끌고 천천히 걸으며 동네를 둘러볼 수밖에 없었는데, 나는 지금껏 이런 날것의 로컬 투어를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 방카차오에서 빌린 자전거
▲ 이런 쪽배를 타고 강을 건너야 한다



'방콕에서 잠시 멈춤'을 출간했습니다. 

더 생생하고 재미있는 방콕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20492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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