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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o May 16. 2020

태국, 미녀의 나라라는 오명

방콕 생각여행 가이드북

태국을 수식하는 표현 중 하나가 미녀의 나라다. 이 수식어의 이면에는 태국이 성매매가 매우 활발한 나라, 미녀를 쉽게 살 수 있는 나라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숨겨져 있다. 결국 미녀의 나라라는 이름 때문에 피해를 보는 건 태국 여성들이다. 미녀를 만나러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인해 실제 매춘을 하는 여성은 그 착취의 굴레에서 벗어나기가 더 어려워진다. 매춘하지 않는 일반 여성들에게도 큰 피해를 주는데, 외국인이 현지 여성을 모두 매춘부 혹은 쉬운 여자로 생각해 일상적 성희롱에 시달리게 한다. 이런 국제적 오명으로 인한 성희롱이 엉뚱한 곳에서도 나타난다. 한 태국인 친구는 한국 여행을 왔다가 하룻밤에 얼마냐고 묻는 한국 남자들을 길거리에서 몇 번이나 만난 적이 있다고 한다. 


▲ 파타야의 워킹 스트리트
▲ '미소의 나라'라는 태국의 슬로건에는 항상 젊은 여성의 이미지가 결합된다



왜 태국은 섹스 관광의 중심이 되었을까?


60년대와 70년대 사이 베트남 전쟁을 계기로 태국의 성매매 산업이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태국이 베트남 전쟁에서 미군의 후방기지로 활용되며 매춘이 성행하기 시작했다. 파타야도 이 시기에 개발되었다. 본래 파타야는 작은 어촌에 불과했는데, 베트남 전쟁 참전 미군의 인기 휴가지가 되었고 미군 철수 후에도 국제적인 향락의 도시로 변해갔다. 원래 태국 정부는 한참 매춘 산업이 성장하기 시작했던 1960년에 성매매를 불법화했다. 하지만 정부는 미군을 상대로 한 매춘을 묵인했을 뿐 아니라, 미군이 철수하고 나서도 관광산업 발전의 일환으로 섹스 관광을 암묵적으로 장려했다. 


그런데 왜, 다른 동남아국가보다 태국의 섹스 관광이 유명해졌을까? 경제적인 이유와 태국의 모계 문화에 있다고 본다. 물론, 국가 차원에서 미군, 그리고 외국인 관광객 대상의 섹스 산업을 조장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내국인, 즉 태국 남성 성 매수자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다. 그건 1980년대부터 태국의 경제가 호황을 맞이하며 가처분 소득이 증가한 것이 하나의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 태국 신화에 나오는 쌀의 여신 매 포솝(Mae Phosop) / 출처-http://www.devata.org


경제적인 이유야 객관적 사실이라 쳐도, 모계 문화가 성 산업을 부추겼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면서도 더 비극적이다. 태국이 모계 중심 사회라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여기서 핵심은 남성의 무책임이다. 관습적으로 여성은 아내이자 어머니, 그리고 딸로서 가사뿐 아니라 가족을 부양할 의무까지 진다. 남성의 역할은 크지 않은데, 그렇기 때문에 가족 부양의 책임도 없다. 동남아 패키지여행에서 가이드가 이곳은 모계사회라 남자들은 놀고 여자들만 일한다고 설명해주는데, 바로 그 맥락이다.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 중 ‘이싼’이라는 동북부 지방 출신이 많은데, 이싼은 태국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이다. 그러니까 가난한 시골 여성들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방콕으로 넘어와 매춘에 종사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들을 인터뷰한 연구를 보면, 가족들도 자신이 성매매 한다는 사실을 알지만 그렇지 않으면 굶을 수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다고 토로한다. 물론 그 배경에도 역시 방콕과 지방의 불균형 발전, 태국의 엄청난 빈부격차라는 경제적 요인이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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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생생하고 재미있는 방콕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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