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oo Jun 21. 2020

코끼리의 슬픈 눈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

여행은 사유하는거야


태국에 머물면서 가장 후회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코끼리를 탄 것. 여행사를 통해 아유타야 투어를 떠났는데, 투어 중간에 코끼리를 타는 코스가 있었다. 아유타야는 우리로 치면 경주 같은 문화유적 도시다. 설마 코끼리 트래킹이 중간에 끼어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평소 동물 쇼 같은 것은 절대 보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막상 상황이 닥치니 나도 모르게 관광객들에 휩쓸려 코끼리 등에 올라타고 있었다. 


우리를 내려 준 최종 목적지에서는 간이 코끼리 쇼가 펼쳐졌다. 사육사의 지시에 맞춰 코끼리가 앉았다 일어나기를 하고, 관광객이 준 바나나를 받아먹기도 했다. 관광객과 사진을 찍으면서는 각자 다른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이 광경을 처음 눈앞에서 본 나는 충격을 받았다. 바로 앞에서 본 코끼리는 생각보다 훨씬 컸는데, 그 거대한 코끼리의 한쪽 발에는 쇠사슬이 걸려 있었다. 코끼리의 덩치에 비하면 엄청 얇은 쇠사슬이었고, 쇠사슬이 연결된 말뚝도 코끼리가 충분히 뽑아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우화 속 이야기처럼 코끼리는 힘을 주지 않았고, 쇠사슬이 닿는 거리까지만 움직였다. 원래 코끼리의 눈이 슬프게 생긴 건가 하고 코끼리 사진을 검색해봤다. 아니다. 그날 본 코끼리의 눈은 분명 야생 코끼리의 눈과 달리 매우 슬퍼 보였다. 


▲ 처음이자 마지막 코끼리 트래킹일 것이다


▲ 지금도 보면 마음 아픈 코끼리의 모습


도시에서 동물과 공생한다는 것


▲ 정말 아무 데나 널부러진 방콕의 개와 고양이


코끼리 학대 이야기 때문에 태국 사람들 모두가 동물 학대를 눈감아주는 것으로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태국과 한국 모두 동물보호법의 허점과 실효성의 문제를 공통으로 안고 있다. 나는 여기서 동물을 향한 태국 시민의 태도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태국의 일반 시민들은 누구보다 동물과 공생하는 자세를 잘 보여준다. 방콕에는 떠돌이 개(얘들은 강아지라고 부르기엔 좀 크다)나 길고양이가 참 많은데, 길 아무 데나 누워 잠을 자는 개를 쉽게 볼 수 있다. 골목길 구석에는 음식이 담긴 작은 그릇이 곳곳에 있는 것도 볼 수 있다. 아마 동네 개나 고양이를 먹이기 위한 동네 사람들의 작은 배려로 보이는데, 그 때문에 떠돌이 개들이 사람에게 공격적이지 않은 것으로 추측된다. 한동네에 오래 지내다 보면, 그 동네를 구역으로 삼아 돌아다니는 개 몇 마리가 눈에 띈다. 가끔은 얘들이 편의점이나 작은 가게 앞에 누워 그 집 반려견 행세를 하기도 한다. 그렇게 사람이나 개나, 서로에게 크게 신경 쓰지는 않지만 조금씩 배려하는 모습을 보면서, 도시에서 사람과 동물이 공생한다는 것이 이런 모습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방콕에서 잠시 멈춤'을 출간했습니다. 

더 생생하고 재미있는 방콕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20492748


이전 10화 태국, 미녀의 나라라는 오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