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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o May 07. 2020

태국의 빈부격차를 생각하며, 우리의 금수저는 당연할까?

여행은 사유하는거야

초호화 쇼핑몰 아이콘시암(ICONSIAM)에서 태국의 빈부격차를 실감하다


방콕의 아이콘시암(ICONSIAM)에 갔을 때 그런 안타까운 느낌이 들었다. 이곳의 화려함 뒤에는 얼마나 큰 불평등이 자리하고 있을까. 아이콘시암은 쇼핑몰이다. 그 화려한 모습만으로 충분한 볼거리를 선사해 관광객에게 인기가 좋다. 아이콘시암까지 가는 길부터 재미있다. 방콕을 흐르는 차오프라야강을 건너야 하는데, Sathon Pier 선착장에서 무료 셔틀 보트를 탈 수 있다. 우리에게는 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 것이 흔치 않은 일이라 그런지 색다른 재미가 있다. 아이콘시암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쑥시암이다. 쇼핑몰 1층에 위치한 쑥시암은 수상시장을 실내로 옮겨온 곳이다. 인공 분수를 강처럼 만들고 그곳에 작은 배를 띄워 각종 길거리 음식을 판다. 수상시장에 온 기분을 낼 수 있으면서 음식과 자리가 깔끔해 찾는 이들의 만족도가 높다. 


▲ 쑥시암 수상시장
▲ 아이콘시암의 명품관



대체 이 사람들은 어떻게 살지? 내겐 너무 큰 태국의 빈부격차


단지 서민과 어마어마한 상류층의 차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어차피 우리나라에서도 중산층과 재벌의 차이는 굳이 따지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크니 말이다. 태국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대체 이 사람들은 이 높은 물가를 어떻게 견디며 살지?’하는 의문을 품어봤을 것이다. 단순하게 공무원 임금으로 비교하자면, 태국의 하급 공무원 초봉이 1만 바트 정도라고 한다. 환율을 넉넉히 쳐서 40만 원. 우리나라 9급 공무원 초봉인 159만 원과 비교해도 1/4 수준이다. 한국 공무원 초봉을 매우 보수적으로 잡은 것이니, 실제 소득 차이는 더 심하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방콕 시내의 쇼핑몰을 가보면 체감상 서울 물가의 70%는 되는 것 같다. 월세와 자동차 할부 내느라 변변한 목돈도 모으지 못하는 게 현실적인 방콕 서민의 삶이다. 


▲ 아세안 국가 중 태국의 불평등지수(지니계수)가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출처: The ASEAN Post)



하이쏘? 금수저? 불평등은 당연하다?


외국인의 시선에서 봤을 때, 미안하지만 태국의 불평등은 쉽게 완화될 것 같지 않다. 깊이 뿌리 박힌 체념의 정서가 가장 큰 원인이다. 불교의 영향 탓에 태국인들은 현생이 전생의 업보라고 생각한다. 가난한 것도 자신의 업보로 받아들이고 높은 계층에 불만을 느끼지도 않는다. 태국인들이 쓰는 ‘하이쏘’라는 단어에 체념의 정서가 잘 나타난다. 하이 쏘사이어티(high society)의 줄임말로 최상류층을 뜻한다. 대대손손 귀족이나 재벌 출신인 전통적인 부자가 하이쏘에 해당한다. 감히 하이쏘에 들어가고 싶다는 욕망도 없다. 그들은 ‘어나더레벨’이므로 단지 우러러볼 뿐이다. 더 나쁜 건 태국 사회가 이런 경향을 방조하고, 나아가서는 긍정적인 이미지로 포장한다는 것이다. '하이쏘는 훌륭한 사람들이다, 우리 사회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너희는 꿈도 꿀 수 없다.'


"우리나라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소중하다고 생각해. 평등은 정말 중요해. 사람들은 자기가 더 가지는 것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사실 내가 더 가지면 누군가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되어있거든. 나는 가끔 성처럼 세워진 집들을 보면 나는 화가 나. 결국 더 가진다는 건 본질적으로 남에게 고통을 떠넘기는 거라 생각하거든."


평범한 노르웨이 시민을 인터뷰한 어떤 기사에서 그가 한 말이다. 그의 말은 우리가 왜 불평등을 좌시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그 어떤 학술적 설명보다 명쾌하게 보여준다. 누군가는 반론할지도 모른다. 자유가 더 중요하지 않냐고,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쓰는 것도 개인의 자유 아니냐고. ‘자유론’을 쓴 존 스튜어트 밀도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자유는 자유가 아니라고 했다는 걸 기억하자. 



'방콕에서 잠시 멈춤'을 출간했습니다. 

더 생생하고 재미있는 방콕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20492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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