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도시 아리스
그리고 도시의 랜드마크인 거대한 철탑 근처의 오래된 건물의 꼭대기층..
화려하고 고급스럽게 꾸며진 거실에서 화목하기만 했던 가족이 어느 날인가부터 매일 같이 언성을 높이며 싸움이 이어진다.
- 어머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하나코와 파혼이라뇨?
- 줄리앙. 우선 진정좀 하는게 좋을 것 같다.
- 아버지 잠깐만요. 이거좀 놔주세요. 그런데 혹시 아버지도 같은 생각이신 건가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안타깝게 줄리앙을 바라보는 줄리앙의 아버지 무슈 로랑.
- 줄리앙.. 얘야 어쩔 수 없다. 난 엄마로써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뿐이야. 하나코는 이제 고아이자 난민이야. 아니지 난민도 아니고 이제 곧 강제 출국을 당하게 되겠지. 안타깝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 어머니!!! 하나코가 대체 무슨 잘못을 했나요?? 말 좀 해보세요. 인정 많고 자애로운 우리 어머니가 맞나요?
- 나도.. 솔직히 내가 이럴 줄은 몰랐다. 하지만 너도 자식을 낳아보면 알 거야. 내 아들이 떠돌이 민족과 결혼하게 둘 수는 없어. 그리고 내 아들의 아들 딸들이 떠돌이의 자식이 되게 할 수는 없어. 그건 절대 안돼. 그건 안된다 줄리앙..
- 어머니.. 어머니 대체 왜 이렇게 변하신 거에요.. 정말 실망입니다 어머니. 우리 어머니는 어디 가신 건가요.. 흑흑..
- 나한테 실망해도 상관없다. 하지만 내 아들이 남은 인생을 손가락질 받으며 살게 할 수는 없어! 그건 안돼!!
줄리앙의 어머니 귀부인 메리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절규한다. 눈물이 곧 쏟아질 것만 같다.
- 어머니 말리셔도 상관없습니다. 저는 하나코와 함께 싸울 거에요. 살인자 라국에 대항해 싸울거라구요!!
- 그런!! 그..그것 만은 절대 안된다. 줄리앙.. 흐흑.. 내가 잘못했다 아들아.. 그 누구도 라국과 싸워서 이길 수는 없어..
-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어머니. 멋진 아들이 되어서 돌아오겠습니다. 건강하세요.
줄리앙은 챙겨둔 옷가방을 들고 집을 나간다.
결국 참지못하고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흘리는 메리
말없이 지켜보던 무슈 로랑이 감싸 안아준다.
- 메리. 이럴때 일수록 강해져야 돼. 줄리앙은 내가 잘 설득해볼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말고.. 혹시 몰라 경찰청의 내 친구 스테판에게 연락해뒀으니까 하나코가 잡혀도 즉시 강제출국 당하지는 않을거야.
* * *
'하나코.. 대체 어디있는 거야..'
줄리앙은 다시 한번 메시지를 보내 본다.
[하나코 지금 어디야 제발 연락좀 해줘 오해가 있는거 같은데 우리 어머니가 뭔가 착각을 하신거 같아 하나코 난 너없이는 못살아 살수가 없다고 너도 잘알잖아 제발 연락좀해줘]
잠시후 하나코에게 메시지가 도착한다.
'하나코!'
[줄리앙 내남편 줄리앙 이제 나를 잊어요 나는 없었던 사람으로 해주세요 난 이제 빨리 떠나야해요 어디로 가야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사랑해요 영원히 사랑할께요 이제 연락하지 말아요 안녕 내사랑]
'하나코.. 으흑흑.. 아니야.. 대체 왜..'
- 줄리앙 대체 무슨일이야 어떻게 된거야.
줄리앙의 연락을 받고 달려온 친구 샤를
- 하나코가.. 흑흑.. 떠나버렸어..
- 줄리앙.. 그건.. 내가 뭐라고 말을 못하겠다.
- 샤를 너도 우리 부모님과 같은 생각이야? 하나코와 헤어져야 한다고 생각해?
- 그건.. 잘 모르겠지만 나도 너희 부모님과 크게 다르다고 할 수는 없어.. 넌 내 가족 같은 친구니까.. 하지만 네가 원한다면 뭐든 도와 줄께. 말만해 다 해 줄께.
- 그래도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 정말 고맙다. 지금 하나코가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있을까?
- 욘국사람들이 강제 추방 당하지 않기 위해 어딘 가에 모여 있다고 들었어.
- 그런데 강제 추방 당하면 어디로 추방 당하는 건데? 전쟁 중인 욘국으로..?
- 욘국은 아니고 아마 쑨국으로 보내질 거야. 그나마 받아주는 나라가 쑨국이라고 하던데 거기 가면 가축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다고 들었어. 가축 우리에서 재우고 가축이 먹다 남은 사료를 준다고..
- 아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얼마 전까지 우리는 모두 그냥 언어와 국적이 다른 친구였잖아.
- 뭐 따지고 보면.. 과거에 욘국인들이 제국시절에 저질렀던 일들이 있긴 하지. 아주 오래전 일이긴 한데..
- 안돼.. 그럴순 없어.. 하나코가 그런 일은 당하게 할 수는 없어.. 절대 안돼..
* * *
<욘국인들이 모여있는 지하실>
- 자~ 자 가지고 계신 귀중품들은 전부 저희에게 맡기세요. 안전하게 보관해 드립니다.
- 왜.. 그런.. 괜찮아요. 저는 보관 안해주셔도 돼요.
- 아가씨~ 욘국아가씨! 강제출국 당하고 싶어요?!
껄렁한 양아치 한 놈이 하나코를 향해 웃으며 다가온다.
- 그냥 다 줘버려요. 어쩔수 없어요 아가씨.
옆에 있던 다른 욘국인이 하나코에게 말한다.
- 이건 안돼요 이건 약혼자가 징표로 준거에요.. 한번만 봐주세요.. 제발요.
- 아니.. 우리를 무슨 나쁜 놈들로 만드네. 아가씨 우린 뭐 자원봉사해요? 우리도 남는게 있어야 할거 아니야!!
붉은 머리의 근육질 남자가 하나코의 목걸이를 거칠게 낚아챈다.
- 아앗~ ! 아..안돼~ 흑..
- 오... 이건 금인가..?? 좋은데??
'줄리앙.. 어머니의 목걸이인데.. 미안해..'
브로커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려온다.
- 북부는 볼크가 점령했다더군..
- 역시 볼크는 타이밍이 좋아 그런데 라신연합이 가만히 있으려나?
- 볼크공화국쪽에도 쑨이랑 로스크가 있으니깐 세계대전 일으키고 싶지 않으면 어쩔 수 없겠지..
- 개고생은 라신연합이 다했는데 볼크는 거의 날로 먹었네. 그리고 점령지 욘국인들을 엄청나게 학살한다던데..
- 오래된 복수겠지 뭐.. 벌써 언제적이야 욘국이 잘나갔을 때가.. 지금의 욘국인들하고는 아무 관계 없을텐데 무슨 죄라고 잡아다 죽이고 난리야.. 하다하다 생체실험까지 하겠다고 한다던데..
- 참내.. 욘국이 예전에 그 생체실험을 하긴 했었지.. 이걸 뿌린대로 거둔다고 해야되는건가 애매하네..
역사를 전공해서 생체실험에 관해 잘 알고있는 하나코는 그들의 대화를 듣고 치를 떤다.
'그 생체실험을 다시 한다고..? 북부를 점령했다면 설마..'
북부 출신인 하나코는 가족들이 걱정되어 눈에서 주륵주륵 눈물이 흐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