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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재미없는 나의 군대이야기 4

작전병으로 살아남자!

by 코와붕가

수색대대에 도착하다


쿠션이라고는 전혀 없는 강원도 홍천의 도로상태가 그대로 전해지는 육공 트럭이 '수색대대'에 도착했다.

연병장에는 반바지 보다 짧은 핫팬츠를 입고 축구하는 선임들이 보였다. 우리를 바라보는 그들의 얼굴 표정에서 계급이 보였다.


넉살 좋은 웃음으로 반겨주는 선임들은 군생활이 얼마 안 남은 병장그룹, 입은 웃고 있지만 눈빛은 강렬한 상병그룹, 그리고 가장 무서운 존재인 일병과 이등병 그룹은 경직된 자세로 '너네는 죽었다.'라고 무언의 경각심을 주었다.


작전병이 되자


수색대대 본부중대에 도착해서 대대장에게 신고를 했다. 본부중대에 속해있는 선임들은 논산 훈련소 출신으로 주특기 병이었다. 81미리 박격포, 의무병, 행정병, 작전병으로 구성 돼 있었다. 이중 81미리 박격포는 수색대대 일반보병과 똑같이 행군을 했다. 여기 선임들은 논산에서 가장 꼬인 주특기를 받았다고 말했다.


작전병 선임이 우리를 보면서 물었다.

"너네 중에 한메타자 빨리 치는 놈 있냐?"


나와 다른 동기 포함해서 두 명이 손을 들었다.

그리고는 우리 둘에게 몇 타를 치냐고 물었다.

"둘 중에 한 명을 내 부사수로 뽑을 생각이다. 저녁에 보자."


작전병 선임은 늦은 저녁에 둘을 작전본부로 데려갔다. 거기에는 다른 병과 행정병 선임들도 있었다.

"지금부터 한메타자 대회를 시작하겠다. 빠르고 정확하게 쳐야 한다.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나는 절대로 무시무시한 전투부대로 내려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나를 잡아먹을 듯한 표정을 잊을 수 없었다. 나와 같이 대결을 펼칠 동기는 전산학원을 다니다 왔다. 얼굴도 하얗고 행동과 목소리도 여성스러웠다. 앞으로 군생활이 나보다 더 걱정됐다.


"시작!"

우리 둘은 총이 아닌 키보드로 적진을 뚫고 갔다. 그곳에는 작전병이라는 고지가 있었다.

고요한 가운데 키보드를 두들기는 소리만 났다. 오타가 나오면 순간적으로 긴장됐다. 재빠르게 뒤로 돌아가서 수정했다. 그런데 대결을 펼치는 도중에 사고가 났다.


"야, 이거 무슨 냄새야!" 우리를 보고 있었던 선임이 말했다.

나는 무시하고 계속 키보드를 두들겼다. 이때 작전병 선임이 대결을 중지했다. "그만!"


이때까지만 해도 무슨 상황인지 몰랐다. 아직 고점이 한 참 남았기 때문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옆에 앉아있는 동기 자리 주변으로 흥건한 물이 고여있었다.


"이 자식 여기서 오줌을 쌌네. 아.. 더러워."

동기는 얼마나 긴장됐는지 그만 그곳에 사고를 내버렸지.

자연스레 내가 작전병으로 내정됐다. 대결은 싱겁게 끝났다.


작정병으로 내정된 후 전투중대로 가지 않고 그곳에 남아 작전병으로서 필요한 업무를 배워나갔다.

매일 훈련을 나가는 전투중대 모습을 사무실에서 일과시간을 여유롭게 보냈다.

이런 여유도 잠시 어느 날 사단본부에서 선임이 왔다. 무슨 이유인지 몰랐다.

그는 한글 문서를 자유자재로 다루었다. 처음 보는 단축키로 키보드 위에서 손가락이 춤을 췄다.


나는 사단본부에서 선임이 오는 바람에 전투중대로 내려가게 됐다. 하늘이 야속했다. 통보를 받고 세상이 회색빛으로 보였다. 원래대로 전투중대로 간다. 3중대 1소대 2분대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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