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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재미없는 나의 군대이야기 5

또 신병 훈련을 받는다고?

by 코와붕가

수색대대 신병 훈련


그동안 친해진 본부중대 선임들에게 '화랑!'(11사단 경례 구호다. 짬밥이 올라갈수록 '화'만 한다.) 경례를 하고, 전투중대로 내려왔다. 전투중대에 오자마자 앞 선임이 막내가 해야 할 일을 가르쳐줬다. 막내라인은 항상 안테나를 켜고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야 했다. 훈련과 정비 그리고 점호 전 청소까지 몸에서 땀이 식을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한 달여를 적응하고 있을 즈음 '수색대대 신병집체 훈련'을 실시한다고 알려왔다.


신병집체 훈련은 수색대대에 배치된 이등병들을 대상으로 각종 훈련을 한 달 동안 시킨다. 훈련으로는 헬기 레펠 실습, 특공 무술, 주간 야간 사격, 정신 교육이 있다. 평가도 있다. 여기서 1, 2등은 2박 3일 포상 휴가가 주어졌다.


수색대대에 배치된 인원들은 대부분 밖에서 운동을 했거나 운동신경이 좋은 병사들이다. 그럼에도 나와 같은 부류도 속해있었다. 한마디로 특별하지 않은 일반 부대에 어울리는 평범한 병사 말이다. 훈련은 새롭고 힘들었다. 그래도 부대에서 막내 생활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헬기 레펠을 하는 것보다 힘든 건 낡은 사다리를 밟고 올라가는 것이다. 왜 이렇게 흔들리는지 올라가면서도 불안했다. 정상에서 안전장구에 링크를 연결한다. 로프를 살살 달래며 ㄴ자 자세를 만든다. 그리고 한 손을 놓으면 쭈~욱 내려간다. 처음에는 로프를 손에 놓지 못해서 교관에서 온갖 욕을 먹는다. 위에서 밑을 보는 순간 공포가 최고조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특공 무술 시범을 보인 조교는 우리 분대 상병 선임이었다. 키는 작지만 부리부리한 눈빛과 태권도 4단을 가지고 있다. 얼마나 훈련을 했을까. 남자가 봐도 화려한 발차기가 일품이었다. 하지만 내 자세는 '탈 춤'에 가까웠다.


사격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야간 사격에서 영점을 맞춘 후 10발을 쏜다. 사실 표적은 아무리 봐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감으로 쏜다는 표현이 맞는 거 같다. 10 발을 쏜 후 선임과 표적지를 확인한다. 그런데 내 표적지에 무려 20 발이 관통돼 있었다. 선임은 고개를 갸유뚱하면서 '만 발'을 외쳤다. 말도 안 되는 일에 박수를 받았다. 이럴 수가~ 누군가 내 표적에 쏜 것이다.


놀라운 결과가 발생하다


우리의 훈련을 평가하는 하는 병사들은 공정성을 위해 본부중대 병사로 구성됐다. 본부중대에서 부사수 교육을 받으며 친해진 선임들이 보였다. 선임들은 훈련 중간중간에 나를 보며 미소를 보이며 "수고한다"라고 따뜻한 말을 건넸다.


여기서 공정성이 무너졌다. 나를 아는 선임들이 평가에서 '최고점'을 준 것이다. 같이 훈련받는 병사들은 사격을 제외하면 전혀 납득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여기는 군대이다. 누구도 반박하지 못했다. 그냥 인정할 수 없다는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


1등으로 내 이름이 호명됐다. '이게 무슨 일이지?' 강대상에서 대대장에게 표창과 휴가증을 받았다.

2등은 지난날 신병교육대에서 조교로 낙점된 이종범 닮은 동기였다.

난 동기의 얼굴을 볼 면목이 없었다. 누구도 1등 자리가 내가 아님을 알고 있어서다.


"동기야, 그때 훈련은 네가 1등이었어.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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