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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재미없는 나의 군대이야기 7

동기 사랑 나라 사랑

by 코와붕가

지루한 전투중대 생활


전투중대로 내려오자마자 여러 경험을 했다. 수색대대 신병교육에서 떳떳하지 못한 1등을 했다. 덕분에 이른 시기에 포상휴가를 나갔다. 군 입대한 지 100일도 되지 않았는데 휴가를 나와서 주변친구들이 놀라워했다. 헬기레펠 교육을 한 달 받고, 실제 헬기를 탔다.


전투중대 생활은 대게 기상, 식사, 장구류 착용, 뒷 산에 가서 훈련, 정비와 청소로 하루를 마감했다. 이런 생활과 다르게 난 훈련을 가지 않고 중대본부에서 한글 작업을 주로 했다. 당시에 중대장이 대학원을 다니고 있었다. 본인이 직접 과제물을 작성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노예인 병사를 이용했다. 때마침, 본부중대에서 내가 내려왔고 써먹기 좋았을 것이다.


중대본부는 본부중대와 업무양이 매우 적었다. 본부중대에서는 책 한 권 분량을 밤새워가며 자판을 두들길 때가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A4 몇 장만 작성하면 훈련을 제칠 수 있었다. 중대장은 훈련 중에 수시로 호출해서 행정반에 머물게 했다.


3중대 3소대 내 동기


행정반에 있다 보면 옆 소대에 근무하는 동기들을 보게 된다. 다들 비슷한 처지였다. 그중에서도 선임을 잘 만나서 편안해 보인 동기, 바짝 든 군기로 선임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동기, 벌써부터 빠져있는 행정반 인사담당 동기, 그리고 누구에게나 갈굼을 당하는 동기가 있었다.


지난 글에서 본부중대 작전병이 되기 위해 나와 자웅을 가렸던 동기를 기억하는가? 피부가 희고 목소리는 여성스럽고 행동은 매우 느렸던 동기가 나와 같은 중대에 있었다. 가끔 행정반에 심부름을 하러 올 때가 있었다.


난 그를 보며 안부 인사를 건넸다.

"성철아, 3소대 생활 괜찮아? 살이 많이 빠졌다."

"어.. 그냥.. 조금 그렇네.."

특유의 여성스러운 목소리와 표정으로 대답한다.


3소대 선임들은 성철이를 수시로 부르고, 화를 냈다. 그럴수록 성철이의 목소리는 더욱 작아졌다.

나는 조금이라도 빠져나오게 하기 위해서 일이 없는데도 호출을 했다. 성철이는 천성적으로 말하면서 웃는 표정을 짓는다. 이 부분도 선임들로부터 오해를 사서 힘든 군생활을 하고 있었다.


중대장의 호출 그리고 포장된 소원수리


"코와붕가 이병, 정식으로 중대 행정병으로 근무해라."

어느 날 중대장은 무표정한 얼굴로 지시했다.


"중대장님, 죄송한데 다른 병사를 쓰시면 안 됩니까?"

감히 이병이 하늘 같은 중대장에게 이런 말을 했다.


"우리 중대에 누가 있는데?"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목소리가 높아졌다.


"3소대에 김성철 이병이 있습니다. 성철이도 한글을 잘 다뤄서 본부중대에서 쓰려고 했습니다."


"그놈은 안 돼. 고문관이야. 느려 터져서 맘에 안 들어."

성철이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단호게 잘랐다.


"중대장님,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제가 김성철 이병을 추천하는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성철이를 저렇게 두었다가 큰일이 날 수도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말과 행동이 느리고 어수룩해서

선임들로부터 갈굼을 많이 당하고 있습니다. 안 보이는 곳에서 눈물을 흘릴 때도 보았습니다."


"다들 그렇게 군생활 하는 거지. 안 그래?"

무시하듯 얘기했다.


"그런데 중대장님, 성철이가 선임들의 행태를 '마음의 편지'를 써서 국방부에 보내겠다고 합니다."

사실 성철이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살리기 위한 방법이었다.


"음... 알았어. 일단 가보고, 김성철 이병 오라고 해."


중대 행정병이 된 성철이


나는 중대장실에 나가자마자 3소대에 갔다. 아니나 다를까 성철이는 선임들로부터 갈굼을 당하고 있었다.

순하디 순한 착한 동기 성철이의 표정은 빨갛게 닳아 올라 있었다. 난 그곳에서 성철이를 탈출시켜야 했다.


성철이와 중대장실에 가면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성철이는 자신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내가 해도 될까? 나 자신 없는데..."


"너 중대장이 물어보면 네가 낼 수 있는 최고로 높은 목소리로 '네'라고 대답해. 알겠어?"


"응.. 그래.."


성철이는 이렇게 행정반에 근무하게 됐다. 도움을 줬다는 뿌듯함도 있었다. 하지만 이후 3소대는 중대장의 미움을 받는 소대가 돼 버렸다. 이점에서는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가끔 행정반에서 보는 성철이는 여전히 어리바리했다. 하지만, 만족해하고 있었다. 행정반에 동기가 두 명이 생겼다. 제대할 무렵 동기 덕으로 큰 훈련 중 말년휴가를 갈 수 있었다.


행정반에 가면, 성철이는 밝은 웃음을 지으며 나를 반긴다. 잠깐 기다리라며 '짜파게티' 한 봉지를 건네준다.


"고맙다."

쑥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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