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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재미없는 나의 군대이야기 9

[WAR GAME]

by 코와붕가

첫 유격 훈련을 앞두고 나를 호출했다


기초 18단계 그네 넘기 코스를 배정받고, 부사수와 한 달 동안 밥만 먹고 훈련을 했다. 처음에는 커다란 통나무다리를 걸치고 웅덩이를 건넌다는 게 어려웠다. 일주일 정도 웅덩이에 빠져서 군복이 항상 젖어 있었다. 그러다 점점 익숙해졌다. 부사수와 여러 자세로 그네를 타고 웅덩이를 넘어갔다.


난 사수라서 시범을 보이지 않는다. 부사수가 휴가로 빠질 때만 내가 시범을 보인다. 주로 올빼미(유격장 교육생을 칭함.) 교육생을 세워두고 말로 설명하고 명령을 내린다. 유격장에 오면 기구를 타기보다 PT체조를 하다가 끝난다. 거기서 탈진하는 병사가 다수 발생한다. 나도 올빼미 시절 PT체조하다 탈진했던 쓰라린 기억이 있다.


첫 교육생을 받기 위해 훈련 교육과 유격장 정비에 여념이 없었다. 난 교육생 훈련복 불출을 책임지는 창고병까지 맡았다. 덕분에 방문하는 부대마다 좋은 훈련복을 부탁한다며 라면 BOX를 가지고 왔다. 병사들을 위함이 아니다. 간부들이 차지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긴장과 흥분이 교차되는 시점에 나는 사단본부에서 호출을 받았다. 소대장도 중대장도 영문을 모르는 호출이다. 다음날 사단본부에서 유격장으로 트럭이 아닌 간부들이 이용하는 지프차가 도착했다. 평소 입던 훈련복과 군장을 꾸려서 차에 탔다. 그리고 처음으로 사단본부에 갔다.


아니 서울로 간다고?


운전병은 나를 다른 곳으로 안내했다. 그곳에 대우 프린스(사단장 차) 주차 돼 있었다. 잠시 후 소령 한 명과 다른 병사가 합류했다. 운전병, 소령, 나, 다른 병 이렇게 넷이서 프린스를 타고 출발했다. 그 누구에게도 물어보지 못했다. 내가 여기 왜 왔고, 어디로 가는지를 말이다.


운전병은 평소 사단장을 모신? 실력답게 편안하고 능수능란하게 프린스를 다뤘다. 난 경직된 자세로 도로 위 표지판을 보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 유추해 봤다. 홍천을 지나서 서울로 향하고 있었다. 이때 처음 들었던 생각은 '혹시 북한으로 보내지나?'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무리였다. 그렇다면 '간첩으로 의심받아서 조사받으러 끌려가나?'라고 까지 생각했다. 부정적인 생각은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프린스는 서울을 안으로 진입했다. 강원도와 다르게 자동차가 많아져서 느리게 갔다.

'될 대로 돼라.'라고 마음을 먹고 졸린 눈을 감았다. 잠시 후 프린스가 멈췄다. 운전병이 창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미국인 같은 영어 발음이 들렸다. '꿈인가?'


눈을 떴다. 소령은 가져온 문서를 내밀었다. 간단히 소통한 다음 우리를 '용산 미군기지'안으로 허락했다.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난 어디로 가는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이곳과 연결고리는 없었다.


WAR GAME


용산 미군기지 안으로 들어갔다. 커다란 공터가 나왔다. 거기에는 전국에서 다양한 마크를 가진 부대가 모여 있었다. 평소 보기 힘든 별(장군)들도 보였다. 지역별로 위치하라는 방송이 나왔다. 난 강원도 부대가 있는 쪽으로 갔다. 국방부 소송의 간부가 와서 병사들에게 간단히 설명을 했다.


"너희들이 알다시피 내일부터 WAR GAME을 시작한다.

지금부터 각자 보직을 줘야 하니 순서대로 주특기를 말해라."


'WAR GAME이라고?' 이건 무슨 소리란 말인가. 나는 듣지도 못했고, 신청도 안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수색대대에 전입하고 작전병으로 내정됐을 당시에 '비밀취급 인가증'을 신청했다고 한다.

'비취인가증'을 가진 고급 병사였던 것이다.


한 명씩 주특기를 말했다.

"저는 정보병입니다. 저는 작전병, 행정병 등등" 이어서 내 차례가 왔다.


"저는 보병입니다." 내 대답을 듣고 간부는 놀라서 물었다.


"보병이 여길 왜 왔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난 일면식 없는 다른 부대 간부와 '1군 인사'를 맡았다. 이제 한 달여의 WAR GAME을 시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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