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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재미없는 나의 군대 이야기 3

내가 어디로 간다고!?

by 코와붕가

188번 훈련병


육공 트럭이 도착한 곳에는 마치 사하라 사막에서 불어오는 모래바람이 자욱했다. 하이바를 쓰고 있는 조교들이 강하고 낮은 소리로 "어서 내린다. 실시!"를 들으며 재빠르고 어리숙한 행동으로 줄을 섰다. 이제부터 제대로 군생활 시작이다.


모든 행동이 치타 같은 빠름을 강조했다. '몇 초' '선착순 몇 명'에 기합의 숫자가 늘어났다. 11사단을 알리는 신문기사가 연병장 게시판에 있었다. 퇴소를 며칠 앞두고 지나가다 훑어보니 '행군 기네스'로 이 11사단이 나와있었다. 미치도록 걷는 부대가 사실이다.


매주마다 행군이 있다. 10km에서 시작해서 40km까지 해야 했다. 사회에서도 걸어 다니는 걸 좋아했다. 군대에서도 부대 밖으로 나간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러나 군대는 달랐다. 머리에는 하이바를 쓰고, 땀배출과는 전혀 관계없는 군복을 입고, 걸을수록 발바닥에 통증이 오는 군화 그리고 방독면, 군장, 총까지 환상을 깨주기에 충분했다.


난 188번을 받은 훈련병이 됐다. 훈련 중에 자세가 잘 나오고 운동신경이 좋은 동기들은 조교들로부터

"넌 수색대에 안 뽑히면 조교로 써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내가 잘하는 훈련은 땅을 이 자세 저 자세로 기는 '포복'이었다. 그렇게 힘들지 않게 앞서 나갔다. 나머지 훈련은 무리에서 튀지 않을 정도로 했다.


우리와 같이 훈련을 받는 '공익요원'대상자가 있었다. 이들은 우리보다 훈련기간도 짧고 퇴소하면 사회로 나간다. 화장실에서 잠시 만날 기회가 있었다. 군대에서는 '아저씨'라는 호칭으로 불렀다. 그들은 밖에 나가서 어디를 가서 무엇을 먹을지에 대해서 주로 대화를 했다. 우리와는 다른 세계였고, 솔직히 부러웠다.


자대를 배치받는 날


훈련이 힘들어도 어느덧 시간은 퇴소하는 날을 가리켰다. 해방도 잠시 이제 정말로 중요한 자대를 배치받는 날이다. 그 안에서도 빽?이 있는 동기는 어디서 지프차 한 대가 도착해서 데려갔다. 이 동기는 훈련 중에도 빠지는 날이 많았다. 단체 기합을 해도 이 녀석은 조교가 어딘가로 데려갔다. 도통 전우애를 느낄 수 없었다.


수색대대와 정찰대대 소수 인원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연대에서 보병으로 제대한다. 나도 당연히 몇 연대로 갈지가 궁금했다. 자대를 배정받는 날, 제일 먼저 수색대대 트럭이 도착했다. 중사 한 분과 인사과 선임이 내무실에 들어왔다.


"지금부터 호명하는 훈련병은 빨리 튀어나와!" 표정이 날카롭게 생긴 중사의 싸늘한 말투였다.


이어서 인사과 선임이 번호를 부르기 시작했다. "7번, 24번..................... 188번"

9명을 호명했다. 조교로 낙점받은 동기들이 하나 둘 튀어나가기 시작했다.

중사는 숫자를 셌다. "하나, 둘, 셋...... 일곱. 여덟? 어떤 x끼가 안 나왔어?"


그때, 내 옆에 있는 동기가 나를 툭 건드리며 말했다.

"야, 너 안 나가?"

"어? 내가 왜 나가?"

"너 188번이잖아."


이상한 느낌을 받고 부리나케 뛰어 나갔다. 중사는 군홧발로 내 조인트를 걷어찼다.


다시 수색대대로 향하는 육공 트럭에 몸을 실었다.

'내가 왜 수색대대로 가지. 서류가 바뀐 건 아닐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내가 왜를 되풀이해도 아무도 봐주는 이는 없었다.


'난 이제부터 11사단 수색대대원이 됐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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