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102 보충대로
쓸 거리가 떨어졌다. 지하철 역 에피소드 재료가 부족하다. 그래도 무언가 써야 하기에 나의 군대 이야기를 써보려 한다. 세상 재미없는 나의 군대 이야기를 시작한다.
대게 남자들이 군대를 가는 시기는 비슷하다. 아마도 대학교에 입학에서 캠퍼스 낭만을 1년 느껴보고, 2학년이 되는 시기에 입영통지서를 받는다. 여기서 정해진대로 가냐 또는 다음으로 미루느냐로 결정된다.
난 미루지 않고 2학년에 올라가면 군대에 가기로 생각했다. 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로 최대한 편한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렇게 찾아본 것이 '행정병'이었다. 자신감이 있었다. 든든한 워드프로세서와 정보처리 자격증이 있어서였다. 행정병에 지원해서 면접까지 봤다. 결과는 '다음 기회에'였다. 무덤덤했다.
뜻대로 되지 않았다. 동네 형들은 대게 '논산 훈련소'에서 주특기를 받고 군생활을 하고 왔다. 나도 그렇게 논산 훈련소로 향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도착한 입영 통지서에는 '102 보충대'가 나를 부르고 있었다. 보충대는 춘천에 있었다. 나는 춘천이 경기도라 생각했다.
학교에 갔다. 평소에 친하지 않던 복학생 선배가 "야, 너 군대 안 가냐?"물었다. "저 입영 통지서 나왔어요."
대차게 대답했다. "어디로 가냐?"기분 나쁘게 실실 웃으며 물었다. "어... 102보?라고 왔던데요."
"뭐! 102 보충대?"
선배의 작았던 눈이 커지면서 나에게 다가와 평소답지 않게 포근하게 안아줬다.
마치 전장에 끌려가서 다시는 못 볼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는 내게 말했다.
"연기해라."
이후 102 보충대라는 곳을 알아봤다. 일단 이곳은 군사적으로 1군에 속해있다. 그리고 모든 부대가 강원도에 있다. 강원도라 함은 훈련이 없다고 치더라도 기후적으로 아주 우수한 곳이다. 또한 가파른 산이 많아서 훈련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당연히 거의가 소위 '땅개'라 불리는 보병으로 간다.
아무 생각이 없었다. 미루기에는 딱히 이유가 비겁해 보였다. 일찍 군복무를 해치워버리고 싶었다.
입대를 환송해 주는 친구들의 이것저것 넣은 더럽지만 애정이 가득한 폭탄주가 고민을 잊게 만들었다.
아버지의 낡은 코란도에 태워져서 102 보충대로 갔다. 모든 게 어색한 과정이었다.
부모님과 작별 인사를 하고 위병소 안으로 많은 동지들과 들어갔다. 이제 도망가면 '탈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