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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민 Jan 04. 2024

오늘도 추진력이라는 맞지 않는 옷을 입었다

좋게 보면 추진력, 나쁘게 보면 자제력 결핍

2023년 1월 3일 (-1 ~ 4℃)


무탈한 하루였다. 문득 떠오른 가스불과 고데기 전원 상태의 걱정에 출근 버스를 기다리던 버스정류장에서부터 다시 집으로 되돌아 간 일 외에는 딱히 특별한 이슈는 없었다.


보통 집에서 마지막으로 나오는 사람이 나이기 때문에, 나오기 전에 가스불과 전기 코드 등을 한번 더 체크하고 나온다. 그럼에도 위와 같은 걱정으로 종종 (어쩌면 자주) 집으로 되돌아가는 편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몰라도, 집에 도착한 뒤에는 '생각보다 나의 루틴은 견고하구나!'라며 감탄을 하기도 한다.


퇴근 후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 안. 여러 기사 중에서 '올해의 컬러 발표'하는 제목이 눈에 띈다. 색채 연구소 팬톤은 매년 올해의 컬러를 발표하는데, 2024년의 컬러로는 '피치 퍼즈'로 선정했다고 한다. 기사를 보자마자 전통주와 연결하여, 전통주를 추천해 주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피치 퍼즈 컬러의 전통주는 없을지 언정, 복숭아가 들어간 전통주는 몇 가지 있으니 충분히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집으로 오자마자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고, 한 2... 3시간? 정도 걸쳐 완성했다. 그런데 막상 완성하니 뿌듯함은커녕, 이걸 왜 했을까, 이걸 왜 이렇게 밖에 못 했을까 싶은 아쉬움이 몰려왔다. 형편없는 디자인 실력 또는 기획력도 분명 나의 후회스러운 감정에 한몫해 줬지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건 자제력 없이 행동한 나의 태도였다.


무엇이 급하다고 이토록 조급하게 만들었을까. 오늘이 아니더라도 내일이나 이번 주, 다음 주까지 충분히 생각하고 발전을 시켜가며 만들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쓸데없는 추진력은 내가 파악하고 있는 나의 단점이다. 이런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라 아쉬움이 점점 배가 되는 것 같다. 큰 잘못이나 문제가 될만한 행동을 한 것은 아니기에 충분히 넘어갈 수 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이번 계기를 통해 길게 보는 자세와 평정심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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