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일차_몬테 도 고조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도착까지 10km 남았다.
나의 걸음을 이곳에 남겨두고 싶어 그동안 함께 했던 경등산화를 벗어 길가 나무에 걸었다.
환경 문제 때문에 금지된 행동이다. 그럼에도 내 마음은 자꾸 걸어두라고 재촉한다.
‘앞으로도 수 많은 순례자들이 지나갈텐데, 그 사람들을 기억하고 싶어!’
강한 열망이었다.
몬테 도 고조에 도착했다.
여기는 산티아고대성당을 향해 손을 들고 있는 동상이 서 있는 장소다.
가야 하는 길에서 약간 벗어나 있어 동상을 향해 가기 위해서는 잠시 길을 벗어나야 한다.
사실 여기에 도착하면 산티아고에 거의 다 왔다.
이제 도시로 들어가는 것만 남아 있다.
산티아고대성당 앞 오브라도이로 광장(Plaza de Obradoiro)에 섰다.
여느 순례자들처럼 성당 맞으편 시의회 아치 밑에 앉아 한동안 성당을 바라봤다.
잠시 후 파울리 산드라 부부가 도착했다.
산드라를 보자마자 포옹을 나누고, 축하를 나눴다.
하느님이 산드라처럼 기쁜 마음으로 살아가라는 것 같다.
장 회장님과 순례자 사무소에 들어가 완주증명서와 800km 거리증명서를 발급받았다.
저녁 7시, 미사 시간에 맞춰 성당으로 향했다.
주례 사제가 오늘 산티아고에 도착한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씩 불러준다.
가장 먼 곳에서 도착한 사람의 이름부터 불리는 것이 전통이다.
첫 번째 불린 영광의 이름은 나의 순례길 스승이자 친구인 필리핀 순례자 벨이다.
‘벨도 도착했구나! 벨, 축하해요!’
그리고 두 번째는 코리아에서 온 장(종혁), 윤(창영)이다.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미사 도중 향로예식(보타푸메이로)도 거행됐다.
미사를 마치고, 벨을 만나서 푸짐한 저녁 성찬을 가졌다.
벨과 장 회장님은 와인을 부어라 마셔라 한다.
오늘 밤, 얼큰하게 취한 두 노친네의 모습이 왠지 귀여워 보인다.
‘행복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