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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ma Oct 02. 2023

왜 가을엔 손바닥에서 모래 냄새가 날까

이제까지 그랬다고 앞으로도 그럴 리가  

운동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도 그럴 것이 초중고를 거치며 체육시간마다 당한 망신을 세어보자면 며칠 밤을 새워도 모자랄 정도인데 어떠한 이유로 체육을 그토록 못했는진 알 수 없으나 그 기억들은 마치 청소하지 않은 서랍에 쌓인 애꿎은 잡동사니처럼 켜켜이 쌓여 일상의 사소한 운동조차 망신을 당할까 걱정되어 아예 시도할 수 없게 만드는 공포 섞인 핑계가 되어 버렸다.  


나는 왜 이렇게 내 몸을 하대하지? 오히려 내 신체 활동을 가장 무시하고 있는 것은 나 자신이 아닐까? 어이없게도 이 생각은 드라마 <무빙> 리뷰를 보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유튜브로 짧은 클립 영상들을 끼워 맞추며 내용을 아주 약간 알았을 뿐인데 신체 능력에 대한 여러 망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나도 어쩌면 (초능력까지는 아니지만) 엄청난 능력자인데 그것을 깨닫지 못하게 하는 방해 세력이 있어서 체육을 못하게 된 것은 아닐까, 너무 뻔뻔스럽게 억지스러운 유치한 발상들이었지만 결과적으론 언제나 내 한쪽 입꼬리가 올라가며 마무리되었으므로 충분히 만족스러운 상상이었다고  수 있겠다.


언젠가 라디오를 들으며 DJ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나이가 들면서 우리는 자기가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구분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분하게도, 잘한다고 생각했지만 그저 좋아했기 때문에 잘하고 싶었던 분야들이 있었다. 공부 중에서도 있었고, 취미 중에서도 있었고, 심지어 희망 진로 중에서도 있었다. 그것들에 대한 진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꽤나 슬펐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과정이었다. 하지만 부인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초라해지는 것은 오직 나 자신이었다. 시간이 많은 것을 해결해 준다라는 표현이 세상 제일 비겁하다고 생각했지만 이 부분에서 만큼은 시간의 흐름이 나를 성숙하게 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미필적 방치가 최선의 결과가 되어버린 우스운 상황이었다.


이번 연휴가 끝나면 반드시 운동을 해보려 한다. 새로운 도전이다. 이 나이 먹도록 정말 단 한 번도 운동을 해봐야겠다고 떠올렸던 적이 없다. 그리고 이왕이면 '잘하지 못하는 것이다'라는 명백한 팩트도 잠시 편견이란 이름의 포장지를 씌워 아예 없었던 사실로 두고 에서 출발해 보기로 했다.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도 아이것은 앞으로 내게 어떠한 의미가 될까. 일단 한 번 의식적으로 웃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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