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량주의보
자격증의 허와 실
어른들은 참 자격증을 좋아한다. 컴퓨터를 다루는데도 자격증이 있어야 하고, 칵테일 만드는 것도 자격증이, 바리스타를 위해서 자격증이, 영어를 쓰고 말하는 것에 자격증이. 살아가는데 그렇게도 많은 자격증이 꼭 필요한 것일까?
자격증은 말 그대로 어떤 자격을 부여하는 증서이다. '이 사람은 우리가 자격을 검증한 사람입니다'하고 도장을 찍어주는데 이것은 사실 괜찮은 사업이다. 사회적으로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대우받는다는 인식이 있으니까, 수요가 제법 있다.
따라서 협회나 기관에선 적당히 변별력 있는 시험을 통과하면 발급해주는 식이다. 하지만 단지 그 시험을 통과했다는 사실만으로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로 존재한다는 것
사실 편하긴 하다. 커피를 얼마나 배웠고, 어디에서 어떤 원두로, 어떤 추출 방식을 사용해서 커피를 내리는지 설명하는 것보다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 듣는 이로 하여금 그 사람의 척도를 가늠해주는 지표가 된다.
그래도 설명하기 좋다는 것으로 자격증의 공백을 눈감아줄 순 없다. 직접 그 사람이 내린 커피의 맛을 봐야 진가를 알 수 있다. 이렇게 내 목에 걸려있는 사원증이나 자격증은 나를 설명해주는 도구가 될 수 있지만 내가 스스로를 돌아봤을 때 부끄럽지 않은 게 더 가치 있다.
바늘을 주머니에 꽂으면 튀어나오는 것처럼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자격은 종이 따위로 대변되는 천편일률적인 자격증과 달리 본인의 느끼는 실질적인 인정이기에 가치가 더 높다. 물론 그렇다고 자격증이라는 도구가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나 그럴만한 자격 있어
반드시 자격증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운전면허나 직접 생명을 다루는 직업을 하는 경우 자격증이 필요하며 이것은 엄격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반대로 자격증이 꼭 있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있다. 예전에 어떤 사람을 보았는데 엑셀을 기가 막히게 잘하는 사람이었다.
함수, 피벗테이블, 도표까지 적절하게 활용하는 그의 모습은 사회초년생인 나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었고 많이 물어보며 의지했다. 그리고 볼 때마다 칭찬했었는데, 겸연쩍게 '컴퓨터 활용능력(자격증)도 없는데요'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었다.
자격증이 없다고 자격이 없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런 시각이 스스로의 발전을 저해하고 의욕을 감퇴하는 요인이 되지 않을까? 고작 출제자의 다분한 의도를 가지고 있는 시험으로 한 사람의 자격을 운운하는 것은 역시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