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해도 집을 사야 할 이유
덜컥 당첨이 돼버렸어요
나는 운이 꽤 좋은 편이다. 살면서 크게 골머리를 썩은 적도, 불안한 마음으로 밤을 지새운 적도 없기 때문이다. 운이 좋은 까닭에 원하는 바를 이루면서 살아왔지만 이번에 다가온 고민은 꽤 큰 고민이었다. 바로 주택 청약에 당첨돼버린 것. 가점은 단 10점이었다.
'선당 후 곰'이라는 말이 있다. 우선 청약에 당첨되고 나서 고민을 시작해도 늦지 않다는 뜻인데, 이렇게 당첨이 되었으니 이제 정말 어떻게 얻을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한 시기이다. 어쩌면 현재까지 인생에서 가장 비싼 소비이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 본다.
작년 자산 시장 붐이 일었을 때만 해도 작게는 몇십대, 크게는 몇백대 일의 경쟁률을 보이던 청약 시장이었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요즘엔 미달되는 현상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첫 번째 시도만에 당첨이 되는 방법을 소개해본다.
물고기가 있는 곳에서 낚시를 하자
어떻게 보면 작년까지 나와 같은 무주택 1인 가구는 수돗물을 틀어놓고 낚시를 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소형 평수만 특별공급 청약이 가능하고, 그나마도 추첨으로 돌리는 방식이기 때문에 확률이 낮다. 가점으로 대결하는 일반 청약은 예비로 가서 추첨을 노리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요즘은 참 기회다. 인건비와 원자재 값이 치솟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분양가는 비싸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비싸진 분양가 덕에 인기가 시들해졌다. 그리고 대출 규제와 반복적인 금리인상이 높게 치솟던 거품에 찬물을 쏟아버린 셈이다.
이런 대내외적인 리스크 덕에 청약이 쉬워졌다. 다주택자는 계약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밤을 새우며 고민하고 있겠지만, 나와 같은 무주택자들은 고민할 거리가 없다. 당첨이 되면 오히려 본업에 충실하며 자신을 키워가는 것이 옳은 방법이리라.
생애최초라는 것
우리나라에서는 생애최초로 집을 사는 사람에게 큰 혜택을 준다. 낮은 고정금리로 주택담보 대출을 해주기도 하고, 추첨제로 청약을 해주기도 한다. 이렇게 정부에서 주는 여러 가지 혜택을 놓치고 사는 것은 안될 일이다. 만약 주식하는데 80% 대출을 저금리로 해달라고 하면 미친 사람 소리를 들을지 모른다.
그런데 왜 이렇게 이렇게 좋은 혜택을 주면서 집을 사라고 하는 것일까? 그건 아무래도 기형적인 인구구조와 집에 대한 국민들의 뜨거운 열망이 아닐까 싶다. 아파트 가격이 내렸다가 올랐다 하는 것은 시장경제에서 자연적인 현상이지만 유독 언론에선 '폭등', '폭락'과 같이 오히려 부추기는 말들을 꾸며내고 있다.
어차피 월세를 살아도 한 달에 돈은 빠져나간다, 전세를 살더라도 돈은 빠져나간다. 그렇다면 이 기회에 한번 내 집을 마련해보자, 투자 가치와 투기꾼들의 암투를 떠나 온전히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도피를 떠난 것은 분명 멋진 일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