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해도 집을 사야 할 이유
요즘 부동산 시장
몇 번의 금리가 인상된 끝에 무서운 줄 모르고 치솟던 부동산 시장이 급 냉랭해졌다. 자고 나면 올라있기를 반복하며 강남 집값이 뉴스로 등장하기도 하던 서울의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도 어느새 랠리가 멈췄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무주택자에서 유주택자로 가는 길은 험난하다.
최근 집이 필요해서 이곳저곳 알아보기를 반복하다가, 서울에 6억짜리 집을 사기도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왜 6억이냐 하면, 보금자리론이 최대 6억 원 이하의 주택에 대해서 지원 가능하니 월급과 저축액을 보태고, 보태고 다시 보태다 보면 가능한 금액이기 때문이다.
내 집 마련의 꿈
플렌 테리어, 바우하우스, 미드 센추리.. 요즘 이런 콘셉트를 갖춘 인테리어 소품이 유행하곤 한다. 반대로 말하면 소품으로 가능한 인테리어는 내 집이 아니기 때문에 못을 박거나, 갈아엎을 수 없기에 이를 대체하기 위한 수단으로 유행할지 모른다.
적절히 소품으로 집을 예쁘게 꾸미는 것도 좋지만, 내가 가진 집에서 산다는 행복을 놓치기는 힘들다. 집이 있으면 월세나 전세금이 오를 걱정을 하지 않아서 좋고, 이사 비용을 생각하지 않아서 좋고, 나만 집이 없다는 소외감에 벗어나서 좋고, 어디든 지친 몸을 뉘일 집이 있다는 것은 분명 기쁜 일이다.
청약이 유리한 이유
우리나라는 소위 서울에 모든 인력과 자원을 몰빵한 나라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서울에서 살기 힘들어진다. 집값은 이미 너무나도 올랐고, 그나마 살 수 있는 집은 노후화된 구 주택이 전부이다. 그래서 조금 눈을 돌려보기로 한다.
혹시 "청약 로또"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주변 시세보다 월등히 저렴한 금액으로 주택이 공급되어 소유주에게 막대한 이득이 주워지는 형태의 기회를 의미한다. 하지만 로또라는 말처럼 그만큼 기회도 적고, 확률도 몹시 낮다.
나는 약 3년간 주식 투자를 경험해 봤기 때문에 다소 투기적인 접근이지만, 투자로서의 효용을 생각해보면 청약이라는 것은 적은 비용으로 훨씬 유리한 투자를 할 수 있게 해 준다. 우선 그 이유를 살펴보자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된다
'안전마진'은 어쩌면 모든 투자를 관통하는 개념이다. 무조건 내가 사려던 가격보다 더 싸게 사라, 당신의 예측은 맞기보다 틀릴 확률이 더 높으며, 때로는 시장이 비정상적인 가격을 보이기도 하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의 투자 대상을 구해야 한다.
신규로 공급되는 주택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의 적용을 받거나 각종 규제를 받아 주변 시세보다 높은 가격을 형성하기 어렵다. 따라서 안전 마진의 관점에서 청약은 구 주택을 구매하는 것보다 유리한 선택이 될지 모른다.
가점과 추첨이 존재한다
가점이 높지 않아 청약 넣기를 주저하는 사람이 많다. 한국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살고 있고 집을 원하는 사람도 많다. 좋은 입지의 매물일 경우 그만큼 경쟁률도 치열한데, 이럴 때는 추첨이 유리할 수도 있다. 모두 똑같은 위치에서 순전히 '운'이라고 하는 영역으로 승부한다.
확률론적으로 많이 시행할수록 당첨 확률은 높아진다. 아예 배트를 휘두르지 않기보다는 맞춘다는 느낌으로 스윙하다 보면 언젠간 담장 밖으로 공을 날려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실패해도 다음 기회를 노릴 수 있다
집을 구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청약이 독특한 이유는 내가 사려고 해도 살 수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분양권을 구매하는 방법도 있지만 좋은 매물엔 반드시 피가 따른다. 우리나라는 생각보다 넓다. 수도권에도 더는 지을 땅이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항상 새로운 것들이 나왔다.
앞으로도 주택 공급은 계속될 것이다. 그만큼 기회도 많다. 다만 옥석 가리기는 분명 필요해 보인다. 모든 집값이 수직 상승한다면 너무나도 좋은 세상이지만 돈은 이치가 흐르는 곳으로 몰리기 때문에 이왕이면 조금 더 가치가 있는 기회에 도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