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러 나라에서 살아보고 싶었다
나는 2009년, 영국 런던, 스페인 발렌시아, 프랑스 리옹으로 살아보는 여행을 떠났다.
그때는 한 달 살기라는 이름이 없었기에, 생활해 보는 여행, 생활여행이라고 불렀다.
말 그대로 한 도시에서 생활하며 그곳의 리듬과 일상 속으로 들어가는 경험이 하고 싶었다.
1년 간의 생활여행은 단순한 여행을 넘어, 삶에 대한 태도와 방향을 새롭게 제시해 준 중요한 경험이었다.
생활여행이란?
여행하고 싶은 도시들을 거점으로 삼고, 그곳에서 실제로 생활해 보는 여행이다. 각 도시에서 어학원을 등록하는 것이 이 여행의 핵심이다. 오전에는 현지어를 배우고 오후에는 문화체험을 하며 새로운 사람들과 교류하는 일상이었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가까운 국가나 주변 도시로 짧은 여행을 떠나 여행 속의 여행을 즐겼다.
이 여행을 계획할 당시, 가족과 친구들은 모두 반대했다. 어학연수를 통해 스펙을 쌓는 것도 아니고 용감하게 세계 여행을 떠나는 것도 아닌, 어중간하고 생소한 형태의 여행이라며 의문을 표했다.
“영어만 제대로 배우는 것도 벅찬데, 프랑스어와 스페인어까지 하려다가 이도 저도 안 되는 것 아니냐."
“얼른 취업 준비를 해야지, 너무 철없이 구는 것 아니냐.”
하지만 나는 이 여행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단순히 정의할 만한 단어가 없다 하더라도, 이 여행이 내게 가져다줄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살면서 이렇게까지 확신에 찼던 순간이 없었던 것 같다.
깊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믿음이 있었다.
내가 생활여행을 떠난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한국 제대로 알리기라는 당시 내 꿈에 다가가기 위해 한 지역에 장기간 머물며 현지의 문화를 파악하고 싶었다. 우리가 보여주고 싶어 하는 한국의 모습 외에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한국의 모습이 무엇일지 알아 보고 싶었다.
둘째, 영어를 사용할 기회를 더 얻고, 덤으로 다른 외국어도 배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베이징에서 연수를 했을 때, 수업시간에는 중국어를 배우면서도 반 친구들과는 영어를 사용했던 경험이 떠올랐다. 영국어학원보다
오히려 제3 국의 어학원에서 영어를 쓸 기회가 많을 거라 생각했다.
셋째, 어릴 때부터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던 일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내 독서실 서랍에는 유럽여행 책이 한 권 놓여있었다. 힘들 때면 그 책을 펼쳐놓고 지친 마음을 달랬다. 유럽의 한 도시에 머물며 자유롭게 여행하는 나를 상상하던 그 시간들이 힘든 수험 생활 속 나의 작은 행복이었다.
그렇게 꼭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단순한 이유는 생활여행을 시작하는 큰 원동력이 되었다.
적어도 한 곳에서 한 달 이상 살아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낯선 땅에 나만의 익숙한 공간을 만들어 가며,
가끔은 지루하기도 한 평범한 일상을 살아보는 기쁨을 꿈꾸었다.
15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이 결정이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 중 하나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