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에피소드 10 – Bravery. 10

파트 10 - 다시 시작하는 자리

by The being

운동장에는 햇살이 번지고 있었다. 바람은 잠잠했고, 아이들은 천천히 각자의 자리로 흩어지고 있었다.

이든은 다시 한 번 운동장 중앙에 섰다.


그의 표정엔 분노도, 혼란도 없었다. 그저 결정한 자의 고요함이 있었다.


그 앞에 몇 명의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민재, 지후, 아림… 그리고 이름 모를 얼굴들이 하나둘씩 섰다.


이든: 나는 위에 설 생각이 없어.


그 자리는 처음부터 우리 모두의 것이 아니었어.


아이들의 시선이 이든에게로 향한다.


그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이든: 우리는 새로운 걸 만들 수 있어. 꼭 무너뜨려야만 가능한 게 아니야. 이 안에서도, 우리끼리 방법을 찾아낼 수 있어.


이든: 말할 수 있는 수업을 만들고, 다 들어주는 반장을 만들고, 이름 없이도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그렇게 아주 작게, 아주 가까이부터 바꿔볼래. 아이들은 말이 없었지만,


그 눈빛엔 이해와 동의, 그리고 처음 느껴보는 신뢰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이든은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이든: 이제, 우리끼리 시작하자. 위가 아닌, 함께 걷는 방식으로.


그 순간, 하늘에서 무언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자비가 조용히 손을 들어 올렸다. 말없이, 단 한 번 가볍게 손끝을 펼친다.

그와 동시에


깨졌던 창문이 조용히 되돌아가고,


금이 갔던 벽이 조용히 봉합된다.


넘어진 책상들이 스르륵 원위치로 돌아가고,


흩어졌던 서류와 종이들도 한 장 한 장 책상 위로 날아든다.

학교가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간다.


하지만 그 안의 공기, 사람들의 눈빛, 그리고 아이들의 마음은 전혀 같지 않았다.


선희는 조용히 웃었고, 프린터는 하늘을 그리듯 손을 움직인다. 노블은 손에 작은 노트를 펼쳐 한 줄을 적는다.


노블: '이건 끝이 아니야. 그냥, 다시 시작하는 방식일 뿐.'_


콩은 조용히 이든 옆에 다가와 앉는다. 그리고 말없이 그의 손을 꼭 잡는다.


그 순간, 교내 스피커에서 아무 음악도 없이 미세한 전파음이 흘렀다. 그러나 그 소리는 누구에게도 불쾌하지 않았다.


그건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 같았다.

---

멀리, 옥상 난간에 미라주뉘가 서 있었다. 그는 고요하게 아래를 내려다보며 입꼬리를 아주 조금 올렸다.


미라주뉘 (혼잣말): 결국, 그렇게 되는 거였군. 참 재미있어… 그리고… 조금은 쓸쓸하네. 바람이 코트를 스친다.


그는 말없이 몸을 돌려, 옥상 문 속으로 사라진다.


그 반대편 옥상, 그림자 속에 숨은 또 하나의 실루엣.


스트라이프.


그는 벽에 기대어 조용히 웃고 있었다.


그러나 그 미소는 완전한 만족도, 완전한 실망도 아니었다.


스트라이프 (작게): 흐읍… 결국… 역시 그 녀석은 실패했군.


그런데… 나쁘진 않았어. 꽤 재미있었어. 다음은 누가 움직일까.

그는 고개를 한 번 툭 흔들며 어깨를 털고, 다시 어둠 속으로 스며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