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의 여행을 하던 중 이제는 어디에 가볼까?라는 고민이 들었다. 하이킹 장소로도 좋고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한 곳이 있단다. 바로!
린캐년 협곡
파란 하늘이 보이기 시작한 밴쿠버는 햇살과 함께 기온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린캐년을 향하는 곳의 높은 산에는 10월 마지막 주임에도 하얀 눈이 내려 있었고 체감온도는 싸늘을 넘어서 썰렁함이 느껴지고 오들 거리는 느낌이었다. 얇은 점퍼와 조끼정도의 옷만 가져온 우리로서는 당황스러운 날씨였다. 맑고 화창한 하늘을 그토록 기다렸건만 추위를 몰고 올 줄이야. (급하게 아릿 찌아라는 캐나다 인기 여성복매장에서 패딩을 사기도 했다. )
린 캐년은 도심 속의 협곡이어서 인지 산속의 서늘한 기운이 더 서려있었다. 그러나 습기가 많은 계곡이 있는 산이라 보통의 산들과 다른 모습이었다.
나무마다 독특한 이끼가 있었고 전체적으로 습도가 높은 장소였다. 캐나다 어디를 가든지 나무들이 얼마나 큰지 올려다보면 끝이 안 보이는 게 보통이기도 했지만 이곳의 나무는 더욱 큰 느낌이었다. 나무들의 뿌리들도 땅 위로 올라와서 신비로운 느낌마저 드는 장소였다.
트와일라잇의 영화를 생각해 보면 안개가 자욱하고 뭔가 고생대의 느낌이 드는 습한 분위기였던 거 같다. 그곳을 걷고 있다고 생각하니 영화 속의 신비한 장면에 함께 있는 마음이었다.
나무가 잘라진 곳에 나무가 새롭게 나고 있는 신기한 광경을 보기도 했다. 대체적으로 하이킹을 즐기는 캐나다인들이 활기차게 산을 오고 가는 모습이었다. 맑은 계곡에 가을 단풍이 떨어진 풍경을 보니 한국에서도 못 즐긴 가을 단풍구경을 이곳에서 실컷 하는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둘째 아이가 좀 더 크고 건강하다면 가족이 함께 정상까지도 가보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추운 날씨에 도착하면서부터 나는 턱을 덜덜 떨면서 이가 딱딱 부딪히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햇살에 있으면 따뜻하지만 그늘은 너무나 추웠다. 그리고 여기저기 곰이 나올 수 있다는 표지판이 공포스러웠다. 다이빙을 하다가 이렇게나 많이 죽었어라는 표지판도 움츠러들게 하였다.
캐나다 이곳저곳을 여행 다니다 보면 한참을 걸어가다 힘들다 싶은 곳에 쉴 수 있는 의자들이 있었다. 의자마다 사람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는데 의자를 기부 한 사람들의 이름이었다. 편하게 쉴 수 있어 감사합니다~ 하며 잠시 앉아보기도 했다.
남편과 아이들은 계곡에 물 수제비를 던져본다고 내려갔는데 돌들이 미끄러워서 조심해야 하는 곳이었다. 외국인들은 대부분 계곡에 햇살이 비치자 따뜻한 곳을 찾아서 내려와 쉬고 있긴 했다. 폭포처럼 물줄기가 내려오는 경치가 여기저기 있었고 흔들 다리를 건널 때는 이색체험 같아서 긴장하면서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또다시 밴쿠버에 간다면 나는 린캐년을 한 번 더 가보고 싶다. 도심의 풍경보다 그 나라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자연의 풍경이 오래 기억에 남고 특별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린캐년의 신비로운 풍경과 상쾌함이 아니 그때의 그 서늘한 추운 기운이 8월의 폭염에 가만히 있어도 기운이 빠지는 요즘 그립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