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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리영 Oct 31. 2024

힘들지만 버틸 수 있는 이유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너란 존재

 버텨내야 하는 시간 속에서 부모는 아이에게 괴로움을 토해낼 수 없다. 아픈 아이가 더 힘들다는 걸 부모는 알기 때문이다. 새벽 시간을 함께 버텨내고 있던 여자아이 아빠는 자신이  힘들게 아이를 안고 있더라도 아이가 푹 잘 수 있다면 괜찮다고 했다.  자신이 고생하더라도 아이가 잠깐이라도 편안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빠의 허리는 아파 보였지만 말하는 아빠의 얼굴에는 아이만을 바라보는 마음이 담겨있었다.



 병실에 함께 지내는 동안 여자아이 친할머니가 찾아왔었다. 나는 내 이가 이 시간을 잘 견뎌내야 할  텐데 하는 걱정 어린 마음으로 아이의 머리를 매만지고 있었다. 불쑥 할머니가 병실침대로 머리를 들이밀며


"이 아이는 어디가 아파서 왔어?"


하고 물어보셨다.  아픈 아이 호구조사 마냥 호기심에 묻는 질문 같아 마음이 언짢았다. 할머니 물음에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할머니는 내 아이를  쳐다보며


 " 쯧쯧 입이 아팠구먼.. "


말하시고는 다음 침대의 아이에게 물어보셨다.


" 이 아이는 어디가 아파서 왔어? "


 아이들의 아픔에 대한 질문을 여기저기 물어보고 다니셨다.  


 도대체 왜 저러시나 싶어 할머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할머니의 눈 가 옆이 빨갛게 지어 있었다. 짓무른  눈가로 마르지 않은 듯한 눈물 방울이 보였다.  할머니는 자신의 손주 옆으로 가 혼잣말처럼 말하셨다.  


"우리 손주는 얼굴만 멀쩡하고 목 아래로 멀쩡하게 태어난 게 하나도 없어.. 심장도 여러 번 수술했지.. 손가락도 몇 개 없이 붙어서 태어났지.. 뱃 속도 여기저기 아파서 수술만 몇 번을 했는지 몰러.. 그리고 야는 다리도 없어.... 어찌 이리 태어나서 힘든 수술만 하는지.. 여기 있는 애들도 어찌 요러고 아파서 왔는지.. 나가 마음이 아프네.... 늙은 내가 아프면 쓰겠는디.. 어째 죄도 없는 애들이 아파서 태어나고 난리인가 모르겠어... 너희들 힘들 지야.. 할머니가  너희 대신 아프고 죽었으면 쓰겠다...."


라고 말하시며 빨갛게 어있던 눈가가 흘러내리는 눈방울로 가득 차 있었다.


 눈물을 닦으시며 말했다...


"내가 하루에도 마음이 아파서  몇 번을 울어... 하도 울어서 내가 눈이 다 찧이겨버렸네.. 내가 자네들한테 아가 어디 아프냐고 물어봐서 미안들 혀.... 그냥... 내가 우리 애보다 더 아픈 애는 본 적이 없어서.... 속상한 마음에 물어봤어... 다들 힘들 건데.. 우리 아들자식만 이렇게 태어났나 싶어... 마음이 찢어지네..."


라고 말하셨다.




새벽 함께 이야기 하던 날 여자아이의 아빠는 아이를 안고  이렇게 말했다.  처음 결혼하고 아내가 임신하자 건강한 아이가 태어나기를 얼마나 바랐는지 모른다고..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만 아내에게 주고 싶었다고.. 그리고  부부에게 첫 아이이기에 얼마나 조심하며 임신기간을 보냈는지 이야기해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의 다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믿을 수 없는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아이의 엄마와 그래도 내 아이인데 우리가 잘 키워보자는 마음으로 낳았다고 했다.  출산 전까지 다른 가족들은 아이를 낳지 않는 게 최선이지 않겠냐고 권유했다고 했다.


 나도 뱃속에 생명이 딸아이라고 해서 너무나 행복했다고 말했다.  아이를 낳기 두 달 전쯤.. 의사 선생님이 전한 아이의 입이 양쪽으로 갈라져 있다는 말이.. 무슨 말인가 싶어.. 믿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남편의 부모님도 아이를 낳지 말라고 말해 속상했다고 이야기했다. 아이를 출산해서 오면 호적에서 파버리겠다고  얼마나 마음이 힘드냐고 손 한번 잡아주시지 않으셨고 그저 아이를 낳으려고 하는 나와 남편을 그러지 말라고 누군가가 설득해 주길 바라셨다고 말했다.  매섭고 어두운 표정으로 우리의 판단을 질책하셨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누구도 어쩔 수 없는 질병에 축복받지 못하고 외면당해야 했던 두 딸아이가 안쓰러워 우리는 이야기를 하다 울먹거렸다.


 그래도 내 아이인데.. 나에게 찾아온 생명인데 그 소중함을 내가 원하지 않는 모습이라고 나의 결정으로 그 아이의 삶을 포기해야 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비록 남들과 다른 모습과 남들에게 있는 것이 없어서 힘든 수술을 해야 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게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고 말하며 우리 둘은 아이들을 애잔하게 쳐다보았다.   


 나는 아프고 연약한 모습이지만  참 소중한 아이들이지 않냐고 말했다.  이 아이 덕분에 아빠는 더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고 했다.  세상에 아픈 사람들의 마음이 어떤지 공감하게 돼서 감사하다고 했다.  힘든 가운데서도 자라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기특하다고 말했다.  나 또한 아이를 통해서 요이상의 것을 가지기 위해 욕심부리며 살기보다는 오늘 하루의 시간 가운데 감사할 수 없음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려고 하는 법을 배워간다고 말했다.


 일주일의 입원기간을 보내고 우리는 각자의 집으로 헤어졌다. 그저 서로의 아이가 평범할 순 없지만 가정 안에서 사랑으로 따뜻하게 자라길 응원하면서 헤어짐의 인사를 하였다.  세상에 같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그러기에 우리는 각자 다른 모습으로 살아간다.  다르기에 더 소중하고 특별한 존재이다.  변하지 않는 소중함이 있기에 힘들고 괴로운 가운데에서도 내가 그리고 그 아이의 아빠가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는 이유이다.


 

잘 버텨줘서 고마워♡


사진출처 픽사베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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