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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리영 Nov 11. 2024

통장잔고 0원 그래서 해결책이 뭔데?

빈그물의 기적

통장잔고가 0원, 아니 더 심해서 마이너스 통장의 마이너스를 가득 채워 더 이상 털어낼 돈이 없던 때가 있었다. 하던 장사는 갑자기 망해버렸고 어려운 일은 한꺼번에 몰려온다고 동시에 복합장애의 딸까지 낳게 되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그럴 듯 해 보이는 우리 가정의 외적인 모습과 다른 숨겨진 통장의 빈곤함이었다.


처음 해보는 장사에 서툴기는 했지만 제법 수입이 처음에는 솔솔 했다. 그러나 그게 오픈빨 이라는 것을 몰랐다. 쌓이는 통장의 매출 금액에 남편은 무척이나 행복해했다. 입가에 숨길 수 없는 미소를 띠며 매일 아내가 벌어주는 돈을 입금하며 즐거웠으리라. 가진 덕에 하나 더 가지고 싶었는지 둘째 아이를 낳자고 했다.


일을 하면 그 일에 몰두하느라 일 외의 업무에는 서툴어지는 나는 처음 시작한 장사에 체력을 탈탈 털어가며 써버리고 있었다. "나 지금은 애를 가질 몸이 아닌 거 같아. "라고  남편에게 사정을 말해보았지만 남편은 지금 꼭 가져야 한다고 말하며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막무가내로 임신을 시켜버렸다.


뼈 밖에 남지 않은 몸에 가진 둘째는 임신 초기부터 하혈을 하며 불안한 증세들로 뱃속에서 겨우 생명을 유지해 가는 듯했다. 어느 정도 안정기가 되었다고 하지만 차를 타고 가다 방지턱만 덜컹 넘어서도 아이가 쏟아질 거 같은 느낌이었다. 몸이 조금만 무리를 해도 피가 흘러내렸고 몸은 쉽게 피곤하고 지쳐있었다. 그러다 보니 가게는 챙길 수 없었고 점점 찾아오는 손님은 있어도 보고 있는 사장님이 없는 무인가게가 되어있었다.


가게에는 때를 놓친 물건들이 재고로 쌓여갔고 통장의 잔고는 반대로 털어져 나가더니 이내 0원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다음 달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걱정에 플러스 보험도 되지 않는 수술을 해야 하는 딸아이까지 태어나게 되었다. 서울까지 진료를 보러 가면서도 없는 통장의 돈은 수십만 원이 털어져 갔고 남편은 걷기도 힘든 나에게 택시비를 아끼기 위해 택시로 이동하지 않고 서울 시내 마을버스를 타고 내려서 걸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는 우여곡절 끝에 태어났고 아픈 몸 때문에 분유를 쉽게 먹지 못했다. 당장 기저귀와 분유를 사야 하는데 살 수가 없었다. 남편도 더 이상 나올 돈이 없는 것을 알고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하며 출근을 했다.


그렇게 며칠을 서로 고심하며 방법을 찾던 중, 나는 아이의 먹어야 하는 수유양에 쩔쩔매고 있었다. 빨지도 먹지도 못하고 삼키지도 못하는 아이는 하루 총 수유양이 200ml를 채우지 못했다. 수저로 떠먹여 보기도 하고 젖병에 우유를 담아 아이가 조금이라도 먹기를 바라면서 애를 쓰고 있었다. 그러느라 남편에게 가정의 재정적인 문제를 맡겨놓은 상태였다.




남편은 어느 날 퇴근을 하고 드디어 알았다는 소리로 뛰어들어왔다. 유레카를 외치던 자와 같은 화색이 밝은 얼굴로 나를 불렀다.


"여보~~ 드디어 알았어!!"


" 뭘?? 드디어!! 드디어 돈이 어디서 생길지 찾아낸 거야?"


" 아니 일단 앉아봐~차분히 말해줄게~"


일단 앉은 나는 남편의 눈을 바라보았다. 남편은 흥분하면서도 차분한 오묘한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 그러니까, 예수님의 제자들이 깊은 바다에 그물을 던져서 물고기를 잡으려 했던 그 이야기 알지!?"


" 응!.. 아.. 알.. 지..."


" 그들은 어부고 물고기 잡는 사람들인데 그 넓은 바다에서 물고기 하나도 안 잡혔잖아!!"


"어.. 그.. 그랬지..."


"어떻게 바다에서 물고기 한 마리도 안 잡힐 수가 있냐고!! 그것도 그물로 잡는데!! 그러니까 지금 돈이 하나도 없는 우리의 이 현실 있지! 이것도 기적이라니까! 물고기를 하나도 안 잡히게 했던 그때처럼 우리에게 아무것도 없는 지금이 바로 고난이 아니라 하나님이 일하시고 있는 기적이라고!!"


남편의 말에 나는 어떻게 대꾸해야 할지... 어안이 벙벙했다... 그래.. 기적이지라고 하기엔 내일의 생활이 걱정이었고 어떻게 하나도 없냐고 따지기에는 그런다고 달라질 게 없는 일이었다. 어딘가에서 무엇을 팔거나 무엇을 알게 되어서 당장 우리의 필요한 돈을 찾아온 줄 알았던 남편은 남들은 생각하지 못할 기적을 발견해 왔다...


" 그래서 감사해야 돼. 지금의 가난함도 하나님이 허락하신 일이기에 그리고 하나님이 일하시고 있는 중이라는 걸 믿고 반드시 가장 좋은 것을 주실 하나님께 미리 감사해야 된다고!!"


남편이 너무나 행복해하며 웃기에 나도 따라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그렇게 넓은 바다에 매일 고기를 잡던 어부들에게 물고기가 하나도 안 잡히게 하느라 하나님은 물고기들이 어딘가로 가게끔 열심히 일하시고 계셨으리라.. 그물에 혹여나 들어갈까 하나님의 특별한 손길을 그 바다 깊은 곳에서 섬세하게 일하고 계셨을 것이다. 빈그물의 기적을 만들고 계셨다. 제자들은 빈 그물의 궁핍함으로 낙심했을 때에 나타나신 예수님의 명령에 순종하였고 그물을 던졌을 때 그물이 찢어지도록 물고기가 잡히는 기적이 또 일어났던 것이다.


그렇게 빈 그물이 기적임을 우리에게 허락된 궁핍함이 기적임을 나는 남편 덕분에 그 시간 억지로라도 알게 되었다.


"가장 좋은 것을 주실 하나님을 난 찬양 해. 그리고 그렇게 믿어!!"


라고 말하는 남편을 따라 정말 좋은 것을 주신 걸까?라는 마음속 의심과 함께 믿기로 해보았다....






넘치게 주어진 환경만이 기적이 아니다. 아무것도 없는 그 달의 0원의 통장도 아니 더 깊이 털어져 있던 우리 집의 재정상 태도 하나님이 일하시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 우리 가정의 필요를 아시고 그에 맞게 채워가시는 기적을 체험하게 하셨다. 정말이니?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다고?라는 놀라운 채우심의 일들이 우리 가족에게는 일상처럼 일어났다.


물질적으로 가장 낮아지고 가난했던 그 시절을 남편은 빈 그물의 기적으로 받아들였다. 원망이 아닌  감사로 주어진 고난의 시간을 기뻐했던 그날의 남편의 고백이  궁핍했던 우리 가정을 하나님의 은혜로 채워갔던 비결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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