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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리영 Nov 17. 2024

7살 아들이 기적을 처음 본 순간

# 기적 : 자연법칙이나 경험적 사실을 초월한 이상현상, 불가사의한 힘의 작용




아이가 걷는다고?

그건 기적이 일어나야 하는 일이었다.  늘 유모차에 타고 있었던 아이 그러다 유모차에서 내려오면 기괴한 모습으로 기어 다녔던 아이  이 아이가 걸을 수 있을까?라는 확신이 없었다.


" 이모! 이 애는 왜 기어 다녀요? "

 루아는 놀이터바닥을 두 손과 두 발이 네발이 되어 4살까지 기어 다녔다.  사람들은 그런 아이를 보고 놀라는 눈치였으나 어른들은 놀라는 표정을 티 내지 않으려고 했고 대략 5~7살의 어린아이들은 나에게 와서 꼭 묻고 가곤 했다. 처음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미처 나조차도 준비되지 않았던 터라. "그냥 아직 못 걸어서~~"라고 말했다.


 익숙한 잦은 질문에 "그냥 사람들은 자라는 속도가 다를 수도 있어 ~ 조금 더 기어 다니고 싶은 속도를 가진 아이야"라고 말했다.


그리고 마음껏 기어 다니도록 했다. 하루종일 만나는 사람도 없이 엄마랑 집 안에서만 지내느라 아이는 외로웠고 심심했다. 늘 유모차에 앉아서 또래친구들이 노는 걸 지켜보기만 했다. 어느 날 아이에게 유모차에서 내려와 놀게 하니 아이는 신나 하며 기어 다녔다.



때로는 무엇인가를 잡고 일어서보기도 했지만 아이의 발목은 휘청거렸고 몸은 곧 넘어질 정도로 흔들거렸다.


걸어야 하는 시기를 놓친 아이를 보고 남편은 아이가 혼자 일어설 수 있도록 기도하자고 말했다.

기도를 하면서도 내 마음엔 사실 확신이 없었다. 기도한다고 이뤄질까? 남편과 큰 아이는 어린 딸과 여동생을 위해서 매일 기도했고 나는 기도하는 척만 했다. 이뤄질 수 없는 일이라는 마음의 생각이 믿음의 기도를 못하게 했다.




그러던 중 첫 해외여행을 앞두고 아이는 죽음의 기로에서 다시 생명의 자리로 겨우 돌아왔다. 숨이 언제 다시 엉키듯이 발작으로 나타날지 몰라 여행 내내 아이를 안고 걱정된 마음으로 보냈다. 결혼 후 7년 만에 첫 해외여행으로 간 괌은 결국 나에게 애 보러 괌이라는 추억을 안겨주었다. 여행을 다녀온 후에도 아이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 계속 신경 써줘야 하는 상태였다. 몸도 마음도 지쳐버린 여행. 여행을 다녀오면 주부에겐 더 해야 할 일이 많은 게 가족여행 아닌가...


남편은 비었던 휴가기간 동안의 공백을 메꿔야 했기에 2주 가까이 야근에 날밤을 새우는 근무를 지속하게 되었다. 독박육아의 지속... 3일 정도 씻지도 먹지도 못했던 나는 지쳐버렸고 10시가 다 된 시간에 잠자리를 준비하고 두 아이에게 누우라고 말한 뒤 알아서 자기를 간절히 원했다.


" 이제!! 자~~ 엄마.. 오늘은 씻어야겠으니까!

 꼭 자~ 엄마가 씻고 나오면 둘 다 잠이 들어있길 바라~~!!"


아이들은 자라고 하면 더 안 잔다. 둘이 뒹굴며 한 이불을 가지고 싸우고 실랑이를 해댄다.


드디어 머리를 감아본다 하며 열심히 씻고 있는 동안 큰 아이가


엄마!!!!!!!!!


하고 부른다.



" 왜!!!!!!!!!!!!!!! 얼른 자라니까!!!!!!!!!!"


" 엄마!!!!!!!!!!



루아가!!!!!!!!


그러니까... 루아가...



걸어... 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아이는 다급하게 외친다.


 뭘 걸어! 생뚱맞은 소리까지 해서 나의 오랜만의 샤워를 방해하다니!!

다급히 부르는 엄마 엄마~라는 소리에

갑자기 화가 나기 시작했다.


" 자라고!!!!!!!!!!

자~~~~~~~~~~~~!!!!!

제발 자!!!!!!!!"


큰 아이는 자라고 고함을 치는

내 소리에 엄마를 부르기를 포기했는지

갑자기 땅바닥에 엎드려 뭐라고 소리를 내며 흐느끼기 시작한다.  


자라니까 도대체 뭐 하는 거야 라는

마음으로  내다보니  

아이는 방바닥에서 손을 모으고

울면서 말하고 있었다.


" 하나님.. 흐흐흐흐 윽..

제 동생... 루... 아각... 걸... 어요...

감사.. 합니다... 흐흐 흐흑ㅠㅠ

드디어 루아가... 걸어요...

하나님... 정말... 감사... 합니다....

기도르.. 를...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아이의 우는 소리를 듣고 한참을 씻고 나와보니 아이 둘은 엄마의 고함소리에 잠이 들어있었다.


아까 뭐라고 말하면서 울고 그런 거지?...

 왜 흐느끼면서 뭘 감사하다는 거지?

드디어 잠든 아이들을 보며 큰 아이가 뭐라고 했던 건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독박육아가 몰고 온 피곤은 날 바로 잠들게 했다.





다음날 아침....


둘째 아이는 갑자기 벽을 잡고 일어서더니 걷기... 시작... 했다....


이게.... 무슨... 일...이지????!!!!!!!



그럼 진짜 어제 걸었던 거야?

엄마라고 불렀던 그 순간이

처음 걸었던 거였어?!!!!!!!!


그제야 왜 큰 아이가 날 부르며 다급하게 엄마라고 했는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며 놀랬는지

그러다 울면서 감사기도를 했는지가 깨달아졌다.


보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분명 전 날까지만 해도 아기띠를 하고 안아줘야 돌아다녔던 아이..

혼자서 일어서 본 적이 없던 아이...

기어 다니기만 했던 아이가



오늘 걷고 있다.!!!!!


신이 나는지 소리를 지르며 드디어 나도 걷는다는 기쁨의 웃음을 지으며 집 거실을 걸어 다닌다.


큰 아이는


엄마!!! 어제!! 자기 전에 갑자기!!

루아가. 이렇게 걸었어요!!

루아야~~~!! 이제 걷는 거야!!!!

오빠한테 와봐~~ 일루 와~~!!


말하며 기뻐했다.  

기적은 갑자기 일어났다.

불과 2주 전 죽을 뻔한 상황을 이겨내고

아이는 숨이 돌아왔고 그렇게 아파 누워있다.


갑자기 걸어버렸다.


아이의 걸음마를 위해서 수 없이 기도했다.

작정 기도를 한지는 2달...

대학 병원과 물리치료실에서는 아이는 걷기 힘들 거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말을 더 신뢰하고 있었다. 어쩌면 걷지 못할 거야.. 걷는 아이의 모습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 아이가 걸어 다닌다.


아이를 위해서 매일 기도를 해주는 분들에게 아이의 걷는 영상을 보내니...

다들.. 눈물을 흘리며 할렐루야를 외친다.

하나님 감사합니다를 말하며 함께 울어주신다. 기적이 일어남을 감사했고

기뻐했으며 진심으로 축복해 주었다.


저번주만 해도 예배시간에 기어 다녔던 아이가 갑자기 걸어 다니니 함께 예배를 드렸던 모자실의 엄마들은 그 모습을 보고 몸에 닭살이 돋아버렸다...


상상하지 못한 기적이 일어났음을

눈으로 목격하던 모든 이들이

기도의 힘을 믿게 되는 순간이었다.


미리 단정 짓고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하며 믿지 않았던 의심의 마음들이 부끄럽기 시작했다.


그런 나에게  하나님은 능치 못함이 없으심을 그리고 누구보다도 7살의 어린 아들의 믿음이 가장 컸음을 알게 하셨다. 그토록 동생이 걷기를 간절히 기도했던 오빠의 마음에 응답하듯이 하나님은 어린 7살 아들에게 기적의 첫 순간을 보여주셨다.


기도의 응답은 갑작스럽게 이루어졌고

우리는 그때를 기적이라고 부른다.


루아에게 특별한 응답과 기적이 남았다면

그것은 루아가 온전한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고 기도하는 것이며 찬양을 하는 것이다.


그때처럼 궁금한 걸 못 참는 아이들이 묻는다


"왜 루아는 말을 못 해요?"



10살 여전히 옹알이 같은 소리로 대답만 하는 아이의 입술에서 어떤 목소리와 말이 나올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믿기 원한다. 루아를 걷게 하신 하나님께서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그리고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응답하시는 분이심을 루아의 입술로 간증하는 날이 있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

 


거의 걷자마자 뛰어다니는 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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