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툭툭 털어 거슬리는 하루 매끈하게 하고 싶지.
말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듣는 이의 추임새가 없다.
진짜? ~ 그래서 어떻게 된 거야? 세상에~ ?아이고야~~~ 라는 등의
내 말을 듣고 있고 듣고 싶어 하는 리액션이 없다.
내 말을 듣고 있는지 나는 혼자서 독백을 하는 건지 말을 하기에 심심해졌다.
호소되지 않은 나의 상황이 적나라하게 전달되지 않았나 싶어
더욱 흥분된 말투와 전개로 이야기를 전해본다.
그때 아무 말도 없던 나의 말들에게 돌아온 대꾸는?
" 좋은 말 좀 하자! 좋은 말~! 나까지 짜증이 날라고 하네 진짜~ "
내 말을 무시했던 이유
그리고 대꾸하지 않던 이유
미간에 살짝의 인상을 쓰며 듣는 척했지만 불편해했던 이유
좋은 말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아 악. 섭섭해.. 맘이 뿌루퉁해진다. 아니 부들부들 화가 난다.
나는 그동안 좋은 말 나쁜 말 듣기 싫은 말 힘든 말 속상한 말
아무튼 먹고살기에 부딪히며 묻어온 온갖 먼지 같은 말들을
맛깔나게 다 들어줬는데 섭섭하다.
역시 30분을 넘기면 안 된다.
함께 하는 시간이 30분이 넘으면 부딪힌다.
골이 생기고 으르렁 거려진다.
더 이상 보기 싫은 꼴이 되어버린다.
결국 좋은 말만 하자는 그대는 들어줬던 시간을 보상받듯이
이제는 자신의 속상한 말을 늘어놓는다.
기회는 이때다!! 몇 마디도 듣기 싫어 냅다 말한다.
좋은 말 하자고!!! 그러자며!!!!
황당해한다. 방금 전 내가 하고 있던 그 표정이다.
어때! 내가 딱 그 기분이었다고! 이제 알겠어?
아 꼬시다. 쨉 하고 날아온 훅에 푹하고 한 방 먹인 재미. 후후훗..
부들부들이 호들호들이 된다. 고까지 것 들어주면 돈이 드냐? 칫
그놈의 좋은 말 나는 안 듣고 싶었겠는가?
서로가 남한테 하지 못할 까시로운 하루의 투정을 털어놓지도 못하게 하다니.
그래 사실 내가 불평불만이 많았다 그래.
좋은 인연도 있지만 거슬리는 관계를 쓱쓱 갈아 내 맘에 편하게 만들려면 털어놓고 싶은 곳이 필요했다.
일명 험담. 그러나 남에게 하기엔 결국 돌고 돌아 내 허물이 되고 내 불편함이 될 거 아닌가.
가까운 당신에게 털어놓으려고 평생 함께 하는 것 아닌가?
그 뒤 난 배웠다. 그날 당신이 하고 있던 표정으로 오늘의 괴로움을 들어준다.
좋은 말이 아니군.
내 감정까지 짜증이 나려고 하는 군.
쉬고 싶은 주말 피곤해지는 군.
내가 듣고 있어야 할 이유가 있나?
나에게 말하고 싶어 하는 그 재미를 줄여준다.
나도 좋은 말만 듣고 싶다. 나라고 뭐 다 알아 공감하고 다 알아 맞장구 쳐줬겠는가?
늙을수록 여자에겐 필요한 건 친구
그리고 30분의 시간으로 버텨가는 너와 나의 백년해로.
좋은 말만 하고 살자.
털어내지 못해 남아있는 나의 나쁜 말은 글이 되고 흉이 되어간다.
40대 이혼과 바람이 많은 이유가 있다면
주름진 얼굴이 아니라 주름진 마음 사이 생긴 가려움을 긁어주지 못해서이겠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