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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ollenbrot 독일식 감자빵

독일의 대표 작물 감자를 넣은 빵을 맛보다

by 연우

김수희 가수님의 노래 '애모'에는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라는 가사말이 있다.

갑자기 빵 얘기 아니고 노래얘기?

나의 독일 빵 체험기를 한 줄로 요약하면 딱 노래 가사이다.


빵을 사려고 계산대 앞에만 서면 늘 그렇게 작아진다.

독일의 다양한 빵을 다 사 먹어보고 싶은 욕심에 여기저기 다니면서 보이는 빵집은 거의 다 들어가 보는 편이다.

그런데 나를 처음 맞이해 주는 모든 점원(그녀 또는 그)들은 늘 한결같다. 호기심 어린 초롱초롱한 눈으로 내가 무슨 빵을 원하는지 기다린다. 한 없이. 나의 입에서 떨어지는 말을 들으려...

그런데 나는 독일말을 잘 못해서 빵의 이름을 다 알아먹을 수가 없다. 그냥 형태만 보고 짐작하여 영어로 주문을 한다. 하루하루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지만. 처음 보는 단어들에는 늘 얼음이 된다.

거의 반 백 살을 바라보는 나이에 까막눈이 된 나의 자괴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아무튼. 나의 독일어 배움의 좌충우돌 도전기는 접어두고.


보통 뒤에 줄 선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맘 급하게 빠른 속도로 빵 선반을 스캔하고는 주문을 한다.

그러다 만난 빵. Knollenbrot.

Knollen이 뭘까를 깊게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고른 빵이 바로 오늘 소개할 빵이다.

Knollen은 독일어로 덩이뿌리를 뜻하고, 보통 감자를 가리킬 때도 사용된다.

빵집 홈페이지 등에서 찾아보니 감자를 넣어 만든 빵이었다(감자 분말 등으로도 쓰인 것을 보니 전분일 수도).

구근이라기에 샐러리악 같은 것을 생각했는데, 감자를 첨가했다니 왜 더 반갑지?


독일 주재원들 중 한국 돌아가면 생각날 것 같은 것으로 감자를 꼽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개인적으로는 감자를 선호하지 않아서 굳이 찾아서 먹지는 않는다.

그런데 여기저기 독일감자의 명성이 자자하여 2kg 한 망을 사서 먹었던 날을 기억한다. 그날 전부 순삭.

명성대로 이름값을 하는 독일 감자.


한국에도 감자의 품종이 꽤 많다. 하지만 독일은 그 이상이다. 약 150여 종의 품종이 있다고 한다.

독일은 유럽 내 감자 최대 생산국 중 하나로, 기후와 토양이 감자 재배에 최적이라고 한다.

감자가 주식으로 자리 잡으면서 빵에도 자연스럽게 응용됐다고 할 수 있다.

어느 지역이든 그 지역에서 잘 자라는 식재료를 활용한 음식들이 발달한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결과이다.


감자 재배가 용이했고 많이 생산되었으므로 빵에 넣어 만들어 먹는 것은 어찌 보면 지극히 자연스럽다. 빵에 감자를 넣으면 빵이 더 촉촉해지고, 오래 보관할 수 있으며, 비싼 밀가루를 절약할 수 있어서 농민들에게는 매우 실용적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Knollenbrot 같은 감자빵은 단순히 맛 때문에 생긴 게 아니라, 농업적 배경(감자의 풍부함)과 생활의 지혜가 결합된 결과물인 것이다.


감자의 나라 독일에서 Knollenbrot는 의외로 “대중적인 빵”이라기보다는 특정 지역에서 더 즐겼던 전통 빵인 것 같다. 독일 제빵연합의 통계에도 Knollenbrot는 잘 팔리는 베스트셀러 목록에는 잘 올라오지 않는 것 같기 때문이다. 또한 동부 독일(옛 동독 지역)과 남부 농촌 지역에서는 감자를 많이 넣은 빵이 역사적으로 많았고, 반면에 대도시나 서부 지역에서는 호밀빵, 통밀빵 같은 다른 빵들이 더 주류를 이뤘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건강 트렌드와 전통 빵에 대한 선호도 덕분에, 감자를 넣어 촉촉함을 살린 빵들이 다시 주목받는 추세라고 한다.

독일 마트에서 판매하고 있는 감자

집에 와서 기대에 찬 맘으로 빵칼로 한 조각 잘라먹으니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참 쫄깃하다. 독일빵이 묵직하고 찰짐이 없는데 이 감자 넣은 빵은 쫀쫀함이 있다. 확실히 텍스쳐가 다르다. 그렇다고 또 엄청 글루텐 빡 잡힌 한국식 빵 같지는 않다. 호밀이 좀 들어간 빵이었기 때문이다.


대관령 등 강원도에서 여러 지역에서 먹어 본 감자빵과 감자찐빵이 생각났다. 독일이나 한국이나 감자는 밀가루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과 함께 비슷한 음식도 있구나 했다.

독일에도 Rösti라는 감자전을 즐긴다. 또한 으깬 감자와 우유나 계란, 소금을 넣어 기름에 지진 Reibekuchen도 있다. 그러고 보니 어느 문화권이든 감자를 대하며 먹는 방식은 다 같은가 보다.

가끔 묵직한 독일 빵에 입맛이 지칠 때 찾아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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