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더 정성 들여 깊어진 빵 Doppelback
어떤 음식을 만들 때 또는 어떤 일을 할 때. 두 번 또는 그 이상의 품과 시간을 들인다는 것은 그 행위 만으로도 값진 것이다. 물론 속된 말로 삽질이라는 쓸데없는 짓을 반복하는 것을 제외하고.
이렇게 두 번이나 세 번 반복한 결과가 좋은 경우를 생각해 본다.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이 우리 전통술이다. 이양주, 삼양주 등으로 표현되는데. 효모의 먹이가 되는 고두밥을 한 번 이상 넣어주면서 발효를 진행하는데, 두세 번 반복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사실 꽤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 결과는 훌륭하다. 알코올도수가 올라가는 것뿐만 아니라 풍미가 현격히 좋아진다. 결과물을 맛본 후 번거로움을 포기할 수 없으면 감수할 수밖에.
그래서인지 Doppelback. 번거로운 작업을 거쳤다 생각하니 먹는 내내 흐뭇했다. 내가 구운 것도 아닌데.
이 방식은 중세 독일의 전통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빵의 보관성을 높이고 풍미를 더하기 위해 두 번 굽는 방법이 자연스럽게 발전했다고 한다. 특히 호밀빵(Roggenbrot)에서 이 방식으로 자주 구워지며, 짙은 갈색의 껍질과 진한 풍미, 바삭한 크러스트가 특징이다.
나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이 빵의 가장 큰 장점은 저장성이 좋은 것에 있는 것 같다.
두 번 굽는 과정을 통해 빵의 수분을 많이 날려 유해균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어느 정도 차단을 한 것이다.
1kg 빵 한 덩어리를 실온에 보관하면서 약 1주일 이상은 먹을 수 있으니 꽤 괜찮은 저장성이라 판단된다.
Doppelback은 첫 굽기를 보통 230-250°C의 높은 온도에서 45-50분간 굽는다. 이때 이미 속까지 다 익고 먹을 수 있는 상태가 되지만 Doppelback은 두 번 굽기 과정을 거친다.
여기서 이 빵의 킥이 있다.
1차 굽기 후 곧바로 2차 굽기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20~40분 정도 상온에서 식혀 내부 수분을 안정시키고 껍질이 살짝 마르도록 한 후에 2차 굽기를 한다.
두 번째 구울 때 오븐 컨디션은 200-220°C로 온도를 살짝 낮춰 15-25분 굽는다.
그 결과 짙은 갈색의 껍질과 진한 풍미, 바삭한 크러스트가 만들어져 이 빵의 정체성이 형성된다.
실제로 베이커리에서는 아침 일찍 구운 후 오후에 한 번 더 구워 신선하게 내놓는 베이커리도 있다고 한다.
1차 굽기가 끝나면 이미 호화가 완료되고 빵 껍질 색이 형성되었기 때문에 두 번째 굽기에서는 빵 껍질의 색이 더 진해지고 단단해진다.
그렇다고 빵이 전체적으로 단단한 것은 아니다. 겉은 단단하지만 속은 부드럽고 매우 촉촉하다.
이렇게 맛있는 Doppelback은 독일 전역에서 볼 수 있다고 하지만 특히 프랑크푸르트가 속한 헤센(Hessen) 등 서부와 중부 지역과 뮌헨이 속한 주인 바이에른(Bayern)에서 전통적으로 즐겨 먹어왔다고 한다. 그런데 프랑크푸르트에서 지내면서도 흔하게 볼 수 없는 것을 보니 빵집들마다 기본적으로 판매하는 빵은 아닌 것 같다.
Doppelback은 두 번 구워서 껍질이 건조하기 때문에 먹을 때 바닥에 부스러기가 많이 떨어진다.
부스러기를 주워 먹으니 문득 카스텔라 윗면의 갈색 껍질을 뜯어먹던 기억이 났다. 맛이 비슷하다. 캐러멜화(Caramelization)가 일어난 카스텔라를 뜯어 우유 한 잔과 먹었던 맛을 머릿속으로 음미해 본다. 그래서인지 Doppelback도 짭조름한 버터나 치즈 같은 유제품과 딱 잘 어울린다.
두 번의 품을 들여 만든 빵.
노동의 가치를 매우 값어치 있게 여기는 독일에서 노동력을 두 배 들여 만든 빵이라 더 남달리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