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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Kümmel brot 캐러웨이 품은 빵

낯선 듯 익숙한 향기 담은 독일 빵

by 연우

독일의 많은 도시 중에서도 프랑크푸르트에는 관광객들이 꼭 들러보는 명소가 있다.

한국인들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나라의 여행객들이 찾는 곳.

프랑크푸르트 사람들에게도 유명인사인 차범근 축구전설의 단골인 소시지 가게가 있는 곳.

작은 시장이라는 뜻의 Kleinmarkthalle(클라인마르크트할레)가 그곳이다.

나무 뒤로 보이는 Kleinmarkthalle. 그냥 지나치기 쉬운 입구이지만. 들어가는 순간 나니아연대기의 장롱 뒤처럼 마법 같은 세상이 펼쳐진다.


오늘 주인공 빵을 말하기 위해서는 Kleinmarkthalle의 이야기를 좀 해야 한다.

시장이라기에 야외에 펼쳐진 장터를 상상하기 쉽지만 Kleinmarkthalle 시장은 내부에 자리한다.

아무 생각 없이 걷다 보면 지나치기 쉬운 곳이지만 막상 건물 안으로 한 발 들어서면 신기하고 재미난 세상이 펼쳐진다.

Kleinmarkthalle 내의 베이커리. 봄이면 산마늘 페이스트 등의 빵과 어울리는 페이스트를 판매한다.

눈앞에 보이는 여러 이국적인 식재료들과 음식에 온통 정신을 빼앗길 즈음.

맛있는 냄새가 훅 치고 들어온다. 소시지 냄새, 각종 음식냄새 그리고 낯선 듯 익숙한 향신료 냄새들.

냄새가 이끄는 곳으로 돌고 돌다 만난 나의 단골 빵집. 사실 나만 단골로 여기는 것 같긴 하지만 내 맘대로 정했다. 세 번 가면 단골로 치기로.


번잡한 관광지라고 할 수 있는 이곳에서 만난 정성스러운 맛.

추후 다른 빵들은 소개하기로 하고.

오늘은 Kümmel 빵에 대해 얘기하려 한다.


Kümmel은 우리에게 캐러웨이 씨(Caraway seed)로 알려진 향신료이다.

mit Kümmel brot는 Kümmel을 넣은 빵이다.

(참고로 mit는 전치사로 ~와 함께, ~을 가지고 등의 의미)


빵에 향신료 넣는 것이 뭐 그리 신기한 일일까마는. 참 영리하게 만들어진 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캐러웨이의 독특한 풍미가 햄이나 치즈 같은 육류, 유제품과 너무 잘 어울리기 때문이며, 수분을 많이 머금은 묵직하게 구워내는 빵의 특성상 곰팡이에 취약한 약점을 캐러웨이 씨를 넣으면서 보완한 점도 좋은 전략이다.

KakaoTalk_20250516_102220416_10.jpg 윗 줄에 보이는 묵직한 종류의 빵들.

고대 이집트와 로마 시대부터 사용된 가장 오래된 향신료 중 하나인 캐러웨이는 대부분의 향신료들이 그렇듯이 소화 촉진 효과, 향과 풍미 강화, 방부 효과 등의 효능이 있다고 알려진 향신료이다.

캐러웨이는 보통 호밀빵에 첨가하는데 호밀빵처럼 섬유질이 많고 묵직한 빵을 먹을 때, 위에 부담이 덜 가게 해줘서 소화촉진 효과가 있다.

서양요리에 다양하게 활용되는데, 차로도 마시고 가끔 사우어크라우트에서도 보인다.

한국에서는 피클링 스파이스에 모둠으로 섞여서 사용되기도 한다.

KakaoTalk_20250516_102220416_08.jpg Mit Kümmel brot. 실제로 보면 크기가 상당하다. whole 사이즈가 약 4kg이니... 대단하다.

하지만 캐러웨이를 넣어서 좋은 장점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호밀이 주 재료인 이 빵은 일반 흰 밀가루로 발효된 빵 보다 훨씬 신맛이 난다.

당연하다. 글루텐이 부족하므로 효모들이 발효하여 부피를 형성하는데 난항을 겪기 때문이다.

아울러 일반 효모가 아닌 발효종을 사용하기 때문에 신맛이 배가 된다.


개인적으로 신맛을 선호하지 않아 이렇게 묵직한 빵을 자주 먹지는 않는다. 조금만 잘라 팔아주면 좋으련만.

Kümmel 빵은 whole 사이즈가 4kg이다. 당연히 1/2, 1/4 씩 잘라 판다. 1/4만 사도 한참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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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잘라보면 빵속에도 캐러웨이가 보인다. 산마늘페이스트와 함께 먹으니 이 또한 페어링이 좋다.



빵의 강한 신맛과 캐러웨이 특유의 톡 쏘는 매운맛 같은 박하향이 햄이나 에멘탈 치즈 또는 블루치즈, 사우어크라우트(양배추절임 Sauerkraut)와 함께 먹으면 페어링이 무지 훌륭하다.


각 베이커리마다 Dinkel이나 호밀로 만든다고 한다. 사용하는 재료가 조금씩 다르지만 독일 어느 지역이든 쉽게 먹어 볼 수 있다.

15~16세기 호밀 중심의 북유럽 빵 문화와 함께 본격적으로 빵에 쓰이기 시작했다고 하는 캐러웨이.

그만큼 오랜 세월 함께해 온 때문일까?

독일사람들은 빵에 향이 없으면 뭔가 허전함을 느낀단다.


처음에는 낯설어서 먹기에 망설였던 빵이었는데

이제는 서슴없이 먹고 있는 내가 대견하다.

나도 언젠가는 향이 없는 빵에 허전함을 느끼며 독일살이도 젖어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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