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할 것 없는 듯 특별한 독일 빵에 입문하기 좋은 브뢰첸
잊고 있던 기억이었다.
예전 한남동에 단국대학교가 있던 시절
그 근처에 악소라는 독일 빵집이 있었다.
나름 전국에 이름난 빵을 찾아다니던 시절에 드나들던 악소.
단편적인 기억의 독일 빵 이미지는 이국적이었다.
그냥 딱 밀가루로만 구워진 것 같은 작은 동그란 빵에 슬라이스 치즈 넣은 빵에 대한 기억. 그리고 그리 비싸지 않았던 빵.
독일 유학생들 사이에서 추억의 빵이라던 독일 빵집 악소.
빵집 홍보를 하기 위해 기억을 꺼낸 것은 아니다.
몇십 년 전 이미 나는 독일 빵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잊었던 것뿐.
브뢰첸의 또 다른 기억 하나.
한남동의 독일 빵에 대한 기억이 사라졌을 무렵에 떠난 유럽 배낭여행. 잠시 들렀던 독일에서 먹었던 청어 넣은 브뢰첸은 청어의 시고 짠맛에 정신이 없어 빵에 대한 정확한 기억은 없었다. 그때 찍어둔 사진으로만 기억될 뿐.
이런 것을 인연이라고 해야 하나... 독일에서 빵을 매일 먹고 있다니.
그것도 그 옛날 나만 알고 있던 맛집에서 먹던 빵을 매일 골라 먹다니.
이런 인연으로 엮인(?) 브뢰첸 중에서도 기본 중의 기본 빵.
독일 빵에 입문하기 딱 적당한 빵. 브뢰첸을 소개하려 한다.
Brötchen은 독일어로 작은 빵 또는 롤빵이라는 뜻이다.
어원은 Brot(빵)에 작은 것을 뜻하는 -chen이 붙은 형태이다.
발음은 “브뤼첸”에 가깝고, 독일 전역에서 아침 식사나 간식으로 가장 흔히 먹는 빵이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Brötchen은 밥 같다. 이것만 먹어도 맛있다.
기본 재료는 아주 단순하다.
밀가루(주로 Type 550: 독일의 밀가루 분류 형태. 기본적인 빵과 페이스트리에 이용함. 우리나라의 중력분 정도) , 물, 소금, 이스트를 사용하고, 일부 선택적으로 설탕이나 우유, 버터 등이 첨가되기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브뢰첸은 바게트같이 겉은 단단하고 속은 부드럽다.
브뢰첸에 소시지, 슈니첼, 연어, 청어, 채소, 계란, 치즈, 햄 등을 다양하게 조합해서 먹는다.
겉으로 보기에 그렇게 특별함이 없을 것 같은 요 빵이 어떤 재료를 넣어 먹느냐에 따라 완벽히 다른 얼굴로 변신한다. 우리의 밥이 다양한 반찬들과 절묘하게 잘 맞듯이.
사실 독일 전역에서, 마트, 베이커리, 크리스마스마켓, 축제 등등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빵이기 때문에 막상 현지인들은 크게 인지할 수 없을 수 있지만 나같이 이방인의 눈에는 유독 도드라진다. 그래서인지 아직까지는 맛있고 흥미롭게 다양한 곳을 찾아 열심히 먹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Bratwurst는(구이용 돼지고기 소시지) 넣은 조합이 제일 맛있는 것 같다.
참고로 소시지의 종류가 다양하지만 Bockwurst 소시지는 송아지고기 또는 송아지고기와 돼지고기를 섞어 만든 것, Bratwurst는 돼지고기가 주재료인 소시지이다.
독일인들의 아침 식사, 축제, 기차역의 바쁜 출근길, 점심식사에 맥주 한 잔과 함께하는 브뢰첸.
지글지글 갓 구워진 뜨끈한 소시지와 바삭한 롤빵이 만들어내는 소박한 만족감과 쌉싸름한 맥주 한 모금. 진짜 독일의 맛인 것 같다. 독일의 맛을 알아가는 만큼 말하기도 빨리 늘기를 바라면 욕심인가?... 휴...
“Ein Brötchen mit Bratwurst, bit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