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에 조금 오래 머물 수 있다면

린 밸리와 딥 코브

by 초이

밴쿠버에 조금 더 오래 머물 수 있다면 다운타운에서 벗어나 버스를 타고 딥 코브나 린 밸리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이 두 곳은 밴쿠버에서 가깝지만 대중교통으로 가기엔 시간이 많이 걸리는 곳이다. 버스를 타고 바깥 풍경을 보면 다운타운과 사뭇 달라지는 거리에 멀리 떠나왔구나 생각한다.


다운타운에서 출발한다면 버라드 스테이션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기를 권장한다. 안그래도 가는 길도 오래 걸리고 도착해서도 내내 걷기 때문에 앉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라는 어느 블로그 후기를 보고 앉아 간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1. 딥코브

딥코브 정류장에서 내려 사람들을 따라 걸으면 딥코브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도넛가게가 있다.

도넛은 오바마가 들릴 정도로 맛있나 싶지만 한번 더 먹어보고 싶어지는 맛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기름진 음식을 못먹는 사람은 주의가 필요하다.


캐나다 도착 2주만에 짐싸고 한국으로 돌아갈 뻔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도넛을 먹으며 딥코브의 광경을 즐겼다. 밴쿠버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이런 자연풍경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이 표지판이 보이면 이 곳부터 산행이 시작되니 반드시 미리 화장실을 들리길 간절히 바란다.

산행이라지만 길이 나무 계단으로 이루어져있다. 내 체력은 흰머리의 할머니와 같은지 할머니와 그의 가족이 올라가는 속도와 똑같이 올라갔다. 할머니가 쉴 때 나도 그 근처 바위에 앉아 숨을 고르고 다시 오르다 쉬고 있으면 할머니도 반대편 바위에 앉아 쉬었다.

그렇게 힘들게 오른 딥코브의 정상은 구름때문에 흐린 날씨 때문인지 생각보다 감흥이 없었다. 하지만 올라온 길이 고생스러워 가능한 오래 앉아서 풍경을 즐겼다.

그리고 내려가기 위해 마음 먹은건 화장실을 가고 싶어졌기 때문이였다. 이 때 만해도 가벼운 마음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상황은 급박해졌다. 자칫 방심하면 워홀이고 캐나다고 뭐고 당장 짐싸서 돌아가야 함을 되뇌며 달려갔다. 급기야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해졌다. 사람이 없는 곳에서 볼일을 봐야 하나, 왜 나는 여벌 바지를 안 챙겨왔을까. 올라올 때는 할머니와 같이 올라왔다면 내려갈 때는 10대 소녀들 여럿 재치며 그들보다 더 빠르게 내려갔다.


다시 지상의 땅을 밟기 5초 전,


어느 한국인 여자가 힐을 신고 딥코브에 들어오려 하길래 말렸다.

"여기 계단 많아서 힐 신었으면 많이 힘드실거예요."


그리고 다시 뛰어가 화장실에서 그 어느때보다 평화로운 기분을 만끽했다.


이 후로 다시는 딥코브를 방문하지는 않았다.


2. 린 캐년

린 캐년은 산행을 좋아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곳이다. 이 곳 역시 힘들기는 하지만 딥코브에 비하면 훨씬 가볍다.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따라가면 린 캐년에 도착한다.


자동차 모양의 스티커가 있는 곳이 버스에서 하차한 곳이다.

다운타운으로 돌아오는 버스를 타려면 대략 2번 정도의 위치한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야하므로 보라색 사각형 모양으로 트랙킹 코스를 짜면 된다.

린 캐년에도 서스팬스 브릿지가 있어서 입장료를 내야 하는 캐필라노 브릿지를 가지 않고 이 곳으로 만족했다.

다리를 건너면 그 많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는지 혼자 숲길을 거닐 수 있다.

길이 이미 만들어져 있어서 헤매지 않고 완만하니 걷기 좋은 길이다.

사진들을 보니 다시 가고싶은 마음이 절실해진다. 자연을 느껴본지 너무 오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