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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글 Mar 03. 2024

마주한 적 있나요?

들어가며

'24년을 시작하며 가장 기다렸던 설 연휴가 끝이 났습니다. 제가 하는 업무의 특성상 3월까지 참 바쁩니다. 각 사업의 연간 경영계획과 투자계획을 설정하고, 예산도 정해야하기 때문입니다. 1년 동안 회사가 운영되기 위해 필요한 준비들을 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심사숙고하여 일을 처리해야 합니다. 1월부터 정신없이 일을 처리하고 계속된 야근에도 힘을 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설 연휴였습니다. 무려 4일 동안 쉴 수 있었고 체력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오늘은 설연휴를 이용해서 오랜만에 어머니와 함께 카페에 갔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아직 본가에서 부모님과 함께 거주하고 있는데요. 매일 보는 어머니였지만 카페에서 본 순간만큼은 조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1. 마주 본 순간이 낯설었어요.

대부분의 일정을 마무리한 연휴의 마지막 날, 어머니께 제가 집 앞 근처 카페에 같이 가자고 제안했습니다. 오랜만에 이야기도 나누고 달달한 디저트와 함께 커피도 한 잔 하고 싶어 졌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약속이 있으셔서 잠깐 나가셨고 마침 어머니께도 심심하시다며 제안을 흔쾌히 수락하셨습니다. 

그렇게 카페에 가서 각자의 음료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번 연휴 때 여자친구가 집에 인사를 온 이야기부터 시작해 제가 여자친구집에 인사를 드리러 간 이야기 등등 다양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커피와 디저트도 함께 경험할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그러던 문득, 어머니의 얼굴을 쳐다보았는데 이렇게 제대로 본 어머니의 모습이 참 낯설었습니다. 매일 저녁을 함께 먹고 과일을 먹으면서 자주 봤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날 본 어머니의 얼굴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낯설었습니다. 



2. 마주해 보니 이제야 알았습니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 인사를 하고 저녁도 같이 먹으며 어머니를 잘 안다고 생각하고 지내왔는데요. 제대로 마주해 보니 어머니가 나이 드신 걸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제 나이도 30살이 넘어가면서 부모님도 나이를 드는 게 당연하겠지만 지금까지 저희 어머니는 물론 부모님이 늙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매일 보는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고 함께 이야기도 자주 하다 보니 차이를 잘 못 느끼며 지내왔는데요. 다시 생각해 보니 보통 식사를 할 때나 과일을 먹을 때는 음식에 집중을 하면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제가 어머니를 제대로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카페에 앉아 다른 것에 집중하지 않고 서로에만 집중을 해보니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어머니의 세월도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는 것을요.   


3. 우리 마주해 봅시다

오랜만에 서로에게 완벽하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보니 어머니와의 대화는 즐거웠습니다. 어머니의 회사와 관련된 이야기와 생각도 들을 수 있었고 어머니가 저한테 궁금한 것도 자유롭게 이야기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럼에도 저에게 가장 강력하게 남아있는 건 주름이 생긴 어머니의 손과 얼굴이었습니다. 물론 나이 듦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노화도 피할 수 없는 현상임을 알고 있는데요. 평소에 어머니의 노화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챙기지 못했다는 것에 스스로 조금 죄송스러움을 느꼈습니다. 노화가 온 것을 제가 일찍 알아차렸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건 없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관심을 가지면서 살아갔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이제는 주기적으로 어머니는 물론 아버지를 제대로 마주해 보면서 관심을 조금 더 가져보고자 합니다. 어렸을 때는 자연스럽게 자주 마주했던 기억이 많은데 이제는 같이 살면서도 각자 할 것에 집중을 하며 잠깐 식사를 할 때만 함께 하는 일상이 자연스러워졌기 때문입니다. 의도적으로 부모님을 마주하면서 관심을 가져야겠습니다. 


마치며

오늘은 설 연휴 마지막 날에 어머니를 카페에서 마주했던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각자의 생활환경도 다르고 처지도 다양하겠지만 한 번씩 의도적으로 시간을 내어 부모님을 마주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저처럼 기존까지는 몰랐던 새로움을 마주하면서 알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만 글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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