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림책살롱 김은정 Mar 27. 2022

[고.그.담2] 부모님은 제가 하는 일을 부끄러워해요.

타투리스트의 고민 <고슴도치 엑스>

고그담(고민을 그림책에 담다) 두 번째 사연은 어느 타투리스트의 고민 입니다.    


Q. 저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입니다. 요즘 취업하기도 어렵고 전공과 똑같은 일을 찾는 건 더 어려워요. 저는 타투리스트가 꿈입니다. 외국은 타투리스트가 자신의 미적 감각을 표현할 수 있는 멋진 직업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타투리스트가 음지의 직업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어려워요.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그림그리기를 좋아했고 저의 하루의 시작이고 끝일 정도로 그림그리기는 저의 일상입니다. 

그러나 저의 미술적 재능을 살리고 전공한 미술로 취업할 수 있는 곳은 웹디자이너나 출판사 계통 말고는 쉽지 않습니다. 더욱이 저는 틀에 박힌 일을 하는 것도 싫고, 남들이 다 하는 일이 아닌 제가 즐기면서 일을 하고 싶습니다. 부모님이 “예체능 공부시키는 게 그리 만만한 건지 아느냐, 아무나 할 수 있는 문신 따위는 왜 하려드느냐, 월급도 없이 하는 일이 아르바이트와 다를 게 뭐냐” 등등으로 제가 하는 일을 못마땅해합니다. 저는 부모님 강남에서 제일 유명한 타투리스트가 되는 게 제 꿈입니다. 꼭 월급을 받는 일을 해야 하나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건 안 되는 건가요? 부모님은 타투시키려고 대학 보낸 줄 아느냐고 동네 창피하다고 합니다. 저는 제가 미술을 잘하고 디자인도 잘하니까, 그 사람들이 원하는 그림을 그려주고 색으로 아름답게 입혀서 사람들이 만족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지금 배우는 공부가 정말 재밌고 좋은데 부모님은 저를 창피하다고 합니다. 저는 저답게 잘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부모님은 이상한 문신만 해준다고 걱정합니다. 이상한 데로 빠지는 거 아니냐고 걱정해요. 남과 다른 일을 한다는 게 이상한 것인가요?     

A. 타투리스트가 꿈이고 그 꿈을 위해 지금 샵에서 매일 즐겁게 배우고 있네요. 그런데 남들과 같이 평범한 일을 하지 않는다며 걱정하시는 부모님 생각에 답답하시겠어요.      

사람들은 ‘자기다움’에 목말라하고 있어요. 자기답게 살고 싶은데 사회 인식이라든지 주변 편견 때문에 자기다움을 잃고 살아갑니다. 주변의 말에 귀 기울이고 참고하는 건 좋은데 타인의 목소리에 자기의 결정을 다 맡겨버리는 경우가 흔한데요, 참고는 하되 참견이 되어 흔들리는 건 옳지 않아요.      

‘나다움’이란 ‘세상과 완전히 다른 눈높이의 잣대’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나다움’이 결코 ‘남과 달라야 하는 차별화’를 말하는 것도 아니구요. 여기서 말하는 ‘나다움’이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서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방해받았다고 느끼지 않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균형적인 것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창의성을 버리라고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구요.      

진정한 ‘나다움이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즐길 줄 알고, 그 일에 최선을 다하며 자기만의 행복을 찾는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즐겁자고 남을 해치거나 규범을 벗어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됩니다. 타인이 하라고 해서 자동 수행으로 한다든지, 분명 자기는 하고 싶은데 타인이 하지 말라고 해서 포기하는 건 아니에요.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과해서 자기 것을 놓치는 단순 수궁에 불과합니다. 내가 잘 할 수 있고, 내가 잘하는 것을 찾아서 하는 것은 곧 나의 즐거움이 될 테고, 즐거움을 곧 창의적 발상으로 자기의 고유성을 확보할 기회가 늘 수 있어요.     

‘남들이 하니까, 주변에서 권하니까’ 때론 ‘반듯이 이렇게 해야 하니까’라는 당위성은 바른 생활의 지름길이라고 강요를 가장한 설득이 될지 모르지만 나를 약하게 하는 요인이 된답니다. 나를 버리고 스스로 가두면 삶의 활력을 잃을 수 있어요. 세상 모두 똑같은 사람과 똑같은 패턴으로만 산다면 재미없지 않겠어요? 자기다움이 있어야 사는 재미도 있고, 사는 재미가 있어야 삶이 유쾌합니다. 또 좋아하는 일을 찾아 노력하면 기존에서 가지에 날개를 달듯 흥미가 창의적 발상을 가져와 확장될 수 있어요.      


읽어드릴 그림책은

노인경 글, 그림. 문학동네 출판사의 ⌜고슴도치X(엑스)⌟입니다. 


‘올’이라는 도시

그 도시에 사는 고슴도치들은 안전하고, 완벽하고, 세련된 몸가짐을 하고 살아야 해요. 고슴도치에 있는 가시가 겉으로 드러나면 ‘완전체 고슴도치’가 아니어서 별도의 조치를 받아야 하지요. 그래서 아무도 가시를 세우지 않고 완전체 고슴도치처럼 보이기 위해 부드럽게 눌러놓고 세련되게 꾸미고 다닙니다. 가시를 세우지 않기 위해 ‘가시부드럽게비누’를 사용하고 샤워를 하면서 꼭꼭 가시를 눌러놓는 연습을 합니다. 학교에 다니는 고슴도치 학생들은 매일 가시검사를 받아야 하죠. 뾰족한 가시가 있으면 따로 ‘교양있는 가시교육’을 받아야 해요. 나머지 교육처럼 가시교육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학교에서 청소를 해야 하는 벌을 받아요. 어느 날 주인공 엑스는 등굣길에 가시가 있어서 도서관 청소를 하다가 우연히 꽁공 묶여있는 책 한 권을 발견합니다. 그 책은 고슴도치가 자신의 몸에 난 가시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면서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자기답게 사는 영웅이야기였어요. 주인공 엑스는 이 책을 보면서 자신이 고슴도치라는 사실을 새롭게 깨닫게 됩니다. 가시는 숨겨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가시가 멋있을 수 있다는 것과 그것이 자기다운 본연의 모습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것이지요. 이제 엑스가 붉은 가시를 숨기지 않고 자기답게 살기 위한 방법을 찾는 노력을 합니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위험한 가시가 공공연하게 돌아다니니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엑스가 위험인물이라는 겁니다. 학교에서는 엑스를 공립가시연구소에 보내져 뾰족한 가시를 없애는 펌을 억지로 받게 됩니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맙니다. 주인공 엑스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합니다. 자기다운 가시로 자기를 찾은 멋진 고슴도치는 세련되고 교양있는 도시 ’올‘을 탈출하며 자연으로 돌아가는 엑스. 어때요? 주인공이 자기답게 살기 위해 용기를 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지 않나요?     

 

주인공 고슴도치 엑스는 처음엔 자기다운 모습이 남과 같아야 하고, 남과 같기 위해서 같은 생활패턴과 같은 가치관 교육을 받으며 자랐니다. 조금이라도 남과 다른 것은 용납할 수 없기 때문에 가정이나 학교에서 조차 틀에 맞는 것만을 강조하지요. 우리가 사는 사회도 고슴도치 엑스가 사는 올의 도시와 비슷하지 않나요? 주변을 의식해야 하고, 남과 다른 말을 하면 주변의 시선을 감수해야 하고, 남과 다른 옷차림이나 취미를 가지고 있으면 별나다는 소리를 들으며 조금은 이상한(?) 사람임을 인정하며 살아가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반드시 남과 같아야 할 이유도 없거니와 똑같은 생활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자기가 자기다울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자기가 가장 잘 하는 것, 자기가 원하는 것, 자신이 즐거운 것을 찾으면서 하되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사회적 규범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라면 충분히 해도 되구요.   

   

부모님의 염려를 줄이고 내가 잘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타투는 억지로 사람을 끌어다 앉혀서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는 잘 아시리라 봅니다. 모두 자발적인 행동이에요. 그리고 이 일을 한다고 해서 나쁜 일을 하는 음지의 일이 아니라는 것도 아실테구요. 외국의 다른 나라에서는 모두 합법화 되어 있는 제도권 안의 타투가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불법으로 간주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어른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겁니다.   

   

레터링이든 그림이든 원하는 사람이 요청하는 것을 그려주고, 상대방도 자신도 만족하고 행복해 하는 걸 보면 뿌듯하고 의미를 가집니다.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게 되는거죠. 그리고 사실 자기 전공에 완전히 일치하여 취업하는 비율이 어느 정도 될까요? 거의 10%도 채 안 되는 게 현실이라고 합니다. 자기 전공에 크게 벗어나지 않고 타인을 위험에 빠지거나 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자기다움이란 자기가 가장 행복할 때 발현되고 발휘됩니다. 고슴도치 엑스가 우연히 본연의 모습을 찾았고, 찾은 뒤 자기다움을 위한 준비는 참 멋집니다. 자기답게 살기 위해, 행복과 의미 있는 삶을 위한 연습 중인 당신을 응원합니다.     


부모님은 자식이 바른길로 가길 바라고, 남들에게 도드라지지 않으면서도 뛰어나고 평범하게 살기 바랍니다. 또한 남들이 하는 일을 하는 그 길이 탄탄하다고 여깁니다. 부모님을 억지로 설득하려 하고 반발심에 갈등을 유발하기 전 자신이 하는 일이 얼마나 즐거운지, 보람된 경험을 나누면서 대화하는 시간을 자주 가져보는 거 어떨까요? 게으른 모습이 아닌 책임감 있는 성실한 모습에 자신이 행복해 하면 부모님도 처음과는 다르게 걱정을 더실 것 같아요.           

나 답게!

나 다웁게!!

행복하게 살기를 다시 한 번 응원합니다.     

이전 02화 [고.그.담1]손을 씻어도 씻어도 불안해요. 강박증일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