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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살롱 김은정 Mar 27. 2022

[고.그.담4] 왜 우리 애들은 눈만뜨면 싸울까요?

연년생 아들을 둔 어머니의 고민  <터널>


고.그.담(고민을 그림책에 담다) 네 번째 사연은 형제들의 다툼으로 고민하는 어머니 이야기입니다.     


Q. 저희 애들은 왜 그리 만나기만 하면, 얼굴만 보면 서로 다투고 싸워요. 성격이 달라도 너무 달라요. 큰애는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한데 고집이 쎄구요, 작은애는 누가 있거나 말거나 하고 싶은 말과 행동을 하고 행동에 거침이 없어요. 남자다워요. 애들이 연년생이라 그런지, 제가 작은 애만 예뻐하고 큰 애를 자주 혼내서 그런지 작은애가 버릇이 없는데도 큰아이한테는 미안한데, 솔직히 나 닮은 큰 애보다 작은아들이 더 예뻐요. 제가 여기에 온 건 다름이 아니라 동생이 형을 점점 더 무시해요. 또 큰애는 점점 말수가 줄어들어 이젠 필요한 말 만해요. 학교에서 집에 오면 자기 방에서 나오지 않아요. 나오면 동생과 꼭 싸우고, 싸우는 게 싫다고요. 주변에서는 남자애들이 군대 갔다 오면 남자다워지고 강해져서 달라지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데 저는 아직 거기까지 바라지도 않아요. 지금부터 서로 양보하고 이해하는 형제로 자랐으면 좋겠어요.      


A. 가장 가까워야 할 가족에서 더 잦은 갈등이 있습니다. 특히 형제, 자매, 남매, 부부가 같거나 다른 성격으로 다툼이 잦습니다. 같은 부모한테서 나온 자식인데도 달라도 어쩜 그리 다른지 모르겠어요. 저도 제 여동생과 생긴 것부터 취향까지 많이 달라요. 오죽하면 저희 친정어머니가 저와 여동생 둘을 반반 섞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실 정도로 다르거든요. 무뚝뚝하지만 어른스럽고 조용한 여동생과 애교 많고 상냥하지만 조금 덜 어른스럽고 저의 자매랍니다. 저의 둘은 정말 치고 박고 얼마나 싸웠는지 몰라요. 저는 싸우다 눈물 콧물 범벅으로 마무리 짓는데요, 그럴 때마다 마음속으로 복수하겠다고 결심했어요. 억울해서 말이죠. 물론 어른이 된 지금도 가끔 의견 차이가 있을 때 삐쳐서 몇 달 봐도 아는 척하지 않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서 무엇 때문에 오해가 생겼는지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하며 그때 그때 풀려고 노력합니다(이렇게 되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어요. 지금 우리 자매는 50대). 다만 청소년 시절 보다 감정적 조절이 가능해진데다 어떤 일을 해야 할 때 서로의 장점을 활용하다보니 어느새 풀려 있었어요. 나중엔 무엇 때문에 다퉜는지 까먹기도 해요.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앤서니 브라운이 쓰고 그린 <터널> 이라는 그림책입니다.     


운동을 좋아하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장난치는 것을 좋아하는 오빠와 책보기를 좋아하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면서 규칙적인 것을 선호하는 여동생이 있습니다. 성별도 다르고 성향은 완전히 다릅니다. 그러다 보니 매일 다투기 고자질하기 일쑤입니다. 엄마는 매일 다투는 남매가 시끄럽다며 점심식사 하기 전까지 들어오지 말라고 쫓아냅니다. 호기심 많은 오빠는 평소 좋아하는 축구공을 들고 터널 안에 들어가자고 앞장서서 들어갑니다. 뒤따라가던 여동생은 무섭지만 오빠를 따라 천천히 느리게 터널 안으로 들어갑니다. 터널을 통과해서 밖으로 나온 여동생은 익숙하지 않은 경계 태세를 세우며 주변을 둘러봅니다. 어디서 모를 낯섬과 무서움에 공포감 빠져드는데요, 멀리 보이는 오빠는 어쩐 일로 돌이 되어 있는 굳어져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평소 싸우고 싫어하는 말과 행동으로 괴롭히던 오빠지만 돌로 변한 오빠 모습을 발견한 여동생은 진심으로 오빠를 안아주며 눈물을 흘립니다. 오빠는 돌에서 예전 오빠의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다시 사람이 된 것이지요. 진심은 통하는가 봅니다. 오빠와 여동생은 다시 집으로 돌아왔는데요 좀 과는 달리 서로 가까워졌습니다. 오빠의 축구공 옆에 여동생의 책이 나란히 한자리에 있네요. 두 사물의 거리만큼이나 두 남매의 사이도 가까워졌겠지요? 서로를 향한 진심은 잘 통합니다.      


지금 큰아들과 작은아들의 갈등은 조금 더 애정 어린 관심과 긍정적 표현을 해주셔야 합니다. 무엇보다 큰아들의 기를 세워주셔야 해요. 작은 아이 앞에서 큰 아이를 혼내고 야단치면 큰아이는 수치심은 올가 가고 점점 자신감을 잃게 됩니다. 어느 날 잘 피하고 참아왔던 큰아이의 감정이 폭발하면 사춘기의 마음에 큰 생채기를 낼 수 있어요. 꽉 닫힌 압력솥의 압력이 누르면 누를수록 위협적인 것처럼 말이죠.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큰아들이 나와 닮아서 지극히도 싫다는 건 어머님의 성격 투사가 부정적으로 갈 수 있으니 더욱 조심히 다뤄주셔야 합니다. 더 잘 알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면,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편애하는 직접적인 표현보다는 지극히 사랑한다는 일차원적인 관심과 사랑을 자주 표현해주세요. 비교하는 표현보다는 세워주는 표현으로 전과는 다르게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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