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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살롱 김은정 Mar 27. 2022

[고.그.담1]손을 씻어도 씻어도 불안해요. 강박증일까

청결 강박증의 고민 <축구선수 윌리>

고그담(고민을 그림책에 담다) 첫 번째 사연은 어느 청결 결벽증의 고민입니다.       

       

Q-1. 자판을 한 참 두드리고 나서 물을 마시기 전에 손을 꼭 씻어야 합니다. 시간은 재어보지 않았지만 2~3분 이상은 씻는 거 같아요. 쓰고 있는 헤드폰을 벗고 나서도 손을 씻구요(참, 저는 홈쇼핑에서 일해요). 아까처럼 씻어요. 그리고 운동화 끈을 맬 때도 리본을 묶었다가 다시 한번 풀고 다시 리본을 묶으면서 꽉 묶였는지 다시 확인합니다. 이 정도는 제가 생각해도 괜찮은데요, 테이블 위에 있는 물건들 있잖아요, 컴퓨터 옆에 있는 책이나 파우치, 필통 같은 것들이 기울어져 있거나 조금 다른 위치에 있으면 무척 신경이 쓰여요. 그래서 상담 마치고 물건이 자기 위치에 있나 확인하고 정돈하고 화장실 가서 손을 씻고 다시 자리에 앉곤 합니다. 화장실이나 점심시간에 잠시 자리를 비운 시간 이후에 제가 많이 신경을 쓰는 것 같아요. 제가 없는 사이에 옆 동료 친구가 제 자리에 앉았다 일어나면 저는 제 방석을 다시 정돈하고 다른 물건들이 제 위치에 있나 확인하고 헤드폰을 낍니다. 그런데, 이런 저의 행동이 문제가 될 줄은 몰랐어요. 제 자리에 동료들이 앉으려 하지 않는 것 같고, 어느 순간부터 제가 은따가 되어 있더라구요. 앞에서는 저랑 친한 친구 같은 동료들인데, 왠지 수군거리는 것 같고, 그러면 더 불안해져서 제 자리를 더 정리하게 되고, 이런 일들이 반복되니까 회사에서 일하기도 싫고, 그렇다고 다른 일을 알아보기도 힘들고 그렇습니다. 주변 친구들이 제게 강박증 환자라며 농담으로 놀리긴 하는데 제가 강박증 환자 맞나요? 조금 깔끔한 정도가 아니고 환자인가요?        


Q-2. 무엇을 하든 어색하거나 완벽하지 않으면 저는 자꾸 되돌아보는 것 같습니다. 구두를 신을 때도 왼발부터 신어야 하는데, 신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 식당에서 급하게 오른발을 먼저 신을 때가 있었습니다. 내 신을 신은 것 같지 않고 어딘지 이상하고 어색해서 오른쪽에 신었던 신발을 벗고 다시 왼쪽 신발을 신은 뒤, 오른쪽 신발을 신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편안하고 괜찮은데 주변에서 저더러 별스럽다고 합니다. 이거 이상한 거죠?   

음... 주차를 하고 ‘차문을 잠권나?’ 하는 생각이 매번 듭니다. 꼭 두 번씩은 ‘삑삑’ 하는 소리를 듣고도 모라자 차 손잡이를 들었다 놨다 하면서 잠긴 것을 확인합니다. 또 엘리베이터문이 닫히기 전에 또 잠김을 확인하기 위해 자동차키를 한 번 더 눌러 확인합니다. 휴일에 야외로 놀러갈 때는, 꼭 제 노트북 가방을 가지고 다닙니다. 왜냐하면, 회사나 영업소에서 갑자기 일이 주어질 것 같은데 노트북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잖아요. 뭐, 노트북 가지고 가면 일도 할 수 있지만, 영화도 다운받아 볼 수 있고 일거양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요, 제 여자친구가 저더러 너무 피곤하게 산다고 그럽니다. 요즘은 ‘같이 있으면 너무 피곤하고 자기까지 이상해지는 것 같다’는 잔소리로 자주 다투어서 저도 많이 힘듭니다. 정말 제가 문제가 있는건지, 이왕 하는 거 정확하게 마무리하고 다른 사람한테 싫은 소리 듣지 않으려는 저의 준비성이 뭐가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A. 왠지 혼자인 것 같고, 어딘지 모르게 내가 있으면 안 될 것은 그런 느낌이 들 때, 타인에게 해를 끼친 행동을 한 것도 아닌데 가까운 동료들이 나를 피하는 것 같은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저도 가끔 그런 경험 한 적 있는데 이상하게 가슴 한 구석이 시리면서 가슴이 답답해져 옵니다. 말씀하신 분들은 제가 느끼는 것 보다 더 하시겠죠. 가슴이 시리고 답답하다 못해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요? 더구나 은근한 왕따를 당하는 느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 받는 이상한 사람의 취급은 받는 일에 있어 더더욱 마음이 무거워지고 회사 가기 싫어지는 건 당연합니다.      


정리 정돈하고 손을 씻는 건 좋은 습관입니다. 타인에게 불편을 주는 것이 아니고 자신이 편하고자 하는 행동도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어느 쪽 신발을 먼저 신건, 나중에 신든지 간에 신발 신는 것은 자신이 편하면 됩니다. 또 자동차 문 단속 정확하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구요. 어떤 일에 준비성도 괜찮습니다. 이러한 행동들이 타인에게 해가 되는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왜 청결하고, 정확하게 일 처리하려고 정리와 단속하는 습관인데도 타인을 의식하게 되고 차츰 마음이 무겁고, 더 나아가서는 내가 정상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는 걸까요?   

  

정리 정돈하고 타인 것과 나의 것을 구분하며, 정확한 일처리를 위한 준비하는 것은 나쁘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런 횟수나 빈도가 잦다보면, 이런 모습들을 가까이서 보시는 분들은 ‘왜 저렇게 반복되어 하는거지? 뭔가 잘못되었나?’라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처음에는 ‘그냥 그는가가 보다’하는 마음이 들다가 점차로 불편함을 느끼게 됩니다. 본인은 ‘어딘지 완벽해야 하는데 그것이 완벽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다면, 그것을 지켜보는 분들은 ‘한 두 번도 아니고 꼭 저렇게까지 해야하는 거야?’ 하면서 불편감이 슬쩍 올라오게 된다고 합니다. 이런 불편함이 자주 올라오면 불편감을 느끼는 것을 최소화로 하고 싶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불편한 장소나 불편을 느끼는 대상을 피하고 싶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제게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는 그림책이 있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영국의 유명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이 쓰고 그림, 하은미 옮김, 웅진주니어 출판사의 <축구선수 윌리> 그림책입니다.

축구선수를 꿈꾸는 윌리는 많은 생각을 합니다. ‘축구를 잘하고 싶어. 그런데 축구화가 없어. 축구화 살 돈이 없거든’, ‘열심히 뛰고 연습을 하지만 아무도 윌리한테 공을 패스하지 않아, 그래서 축구를 잘못해’라며 고민합니다. 어릴 적 윌리 아빠가 축구를 무척이나 잘했던 추억들을 떠올려 봅니다. 축구화가 없다고 고민하던 윌리는 아빠의 낡은 축구화를 꺼내 봅니다. 낡고, 크고, 남이 쓰던 축구화였기에 사람들이 ‘준비되어 있은 축구선수’라고 놀릴까 봐 꺼내지 않던 아빠의 낡은 운동화를 ‘새 것처럼 보일 때까지’ 닦고 또 닦습니다. 사실 윌리는 축구화 외에 걱정이 많은 아이입니다. 2층 자기 방을 오르내릴 때 계단 16개를 천천히 세면서 올라가고 내려오고, 얼굴과 손을 구석구석 4분 동안 깨끗이 씻고, 잠옷의 단추도 4개를 늘 채우고 잠들기 전에 물 내리는 소리가 멈추기전에 침대로 가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경우 무슨 큰 일이 일어날지 모를 걱정으로 잠들기 어렵거든요. 잠들기 전에 하는 이런 행동들이 아침에 일어날 때는 거꾸로 똑같이 해야 마음 편하게 외출할 수 있는 윌리. 처음으로 시합에 나가는 명단에 윌리의 이름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환호성을 치며 달리는 와중에도 윌리는 인도에 있는, 골목에 있는 보도 블럭의 금을 밟지 않으려 바닥을 보며 달립니다. 밟으면 왠지 큰일이 날 것 같고, 안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거든요. 그런데 10시에 시합이 열리는 당일 날 9시 45분에 일어났습니다. 여지껏 해오던 계단 16개 세고 오르 내기기, 잠옷 4개의 단추 순서대로 꼭 채우고 풀기, 4분 동안 구석구석 깨끗이 씻어야 하는 것들을 무시한 채 침대에서 펄쩍 뛰어나와, 후다닥 옷을 입고, 단숨에 계단을 내려가서는 축구장까지 뛰어갑니다. 축구장 가는 길의 골목과 인도에 있는 보도 블럭의 금까지 밟아가면서 말이지요.     


그런데요, 아뿔싸! 윌리는 급하게 서둘러 나오는 바람에 두고 운동화를 두고 나왔습니다. 나의 축구화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모든 것을 갖춰야만 축구를 잘한다고 생각해 온 윌리. 하는 수 없이 동료가 신었던 다른 축구화를 신고 시합에 합류합니다. 공포에 가까운 불안함을 잔뜩 안고 말입니다. 걱정과 불안을 가득 안은 채 수비하던 윌리에게 패스된 공을 웬일로 걱정없이 상대방 선수를 따돌리고 또 따돌리며 상대편 전체를 따돌리면서 공을 차 넣습니다. 골인. 윌리 덕분에 윌리 팀이 승리하게 됩니다. 윌리가 승리하여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그림책의 맨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윌리는 금이 있는 바닥을 보며 걷는 것이 아니라 먼 곳을 웃으며 걸어갑니다. 아주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보도 블럭의 금을 밟으면서 말입니다. 어때요? 행복하고 편안해 보이시죠?


우리들이 평소 자주 듣는 ‘강박증’이란 무엇일까요?

강박증이란, ‘자신이 원하지 않는데도 마음속에 어떠한 생각이나 행동을 하지 않으면 불안을 느끼고’, 그러한 장면, 충동으로 인해 반복적으로 불안을 느끼고, 그 불안을 없애기 위해 일정한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는 질환을 말합니다. 앞서 위의 사례를 보더라도 강박증은 그 누구보다도 본인 자신이 가장 힘들고 괴로운 불편감을 가지게 됩니다. 강박증은 크게 보면 불안장애에 해당되는 신경증입니다. 강박적인 사고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따른 행동을 하게 되는데요, 이를 강박행동이라 부르고, 강박행동은 불편할 때나 불안할 때, 그 생각을 떨쳐내기 위한 본인의 행동을 말합니다.      


특히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강박 증상이 더 악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별, 출산, 이혼 등의 커다란 일을 겪는 것 외에도 승진이나 업무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스트레스는 강박증을 유발하거나 기존의 강박증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트레스 자체가 강박증의 원인은 아닙니다. 강박증은 머리속에 자신이 원치 않는 생각이나 충등 들이 나도 모르게 들어와 스스로와 싸우는 것입니다.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거나 행동하지 않으려 하는데도 점점 더 심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모든 생각이나 마음, 마음에 따라 나타나게 되는 행동들 모두가 잘못된 생각이나 신념에 의해 나타납니다. 어쩌다 한 번 부정적인 생각과 결부된 결과를 보면 다음에도 그와 유사한 일들이 벌어질 거라는 확인되지 않은 불안한 일을 예상하게 됩니다. 그런 확인되지 않은 일들과 예측 불안이 여러 차례 나타나면 반복적인 불안심리를 자극하게 되고, 반복되는 행동을 하면서 점차로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소개해 드린 <축구선수 윌리>가 단순한 그림책일지는 몰라도 강박증을 보이는 분들의 심리가 아주 잘 나타나 있는 그림책입니다. 윌리가 어디서 불안이 시작되는지, 그 불안이 사생활 구석구석에서 자신을 괴롭히는지 조차 모르고 생활합니다. 그렇지만 본인이 의식하지 않은 채 행동하다가 그 일이 좋은 결과를 나타내면, 때로는 좋은 경험을 하게 되면 본인도 모르게 반복했던 행동들을 순간 멈추게 됩니다. 그걸 본인이 자각하게 되는 겁니다. ‘아~ 그렇게 한다고 해서 꼭 나쁘지는 않게? 다시 한번 해 볼까?’그러면서 시도하게 되고, 그 시도가 차츰 긍정적 감정으로 쌓이게 되면서 불안은 감소하게 됩니다. 어쩌면 어느 순간, 단 한 번에도 사라지고 합니다.   

   

살면서 불안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매일 매번 불안으로 살 수는 없습니다. 가끔은 다른 생각과 다른 행동으로 전환해 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전환의 시점이나 타이밍을 본인이 찾아보고, 한 번 또 시도해 보면서 차츰 빈도를 낮게 해 보는 노력도 필요하겠죠? 자~ 이제 한 번 시도해 볼까요? 윌리처럼, 어느 날 갑자기 그렇게 행동하지 않아도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떨쳐 버려 봅시다. 자신도 모르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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