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보는 크리스텔
제일 마음에 드셨다고 한 사진 작품에 대해서 더 말해주실 수 있나요?
오늘 처음 그 작가를 알게 되었어요. 이름이 조나단인 것 같은데, 작품을 보고 인스타그램에서 그녀의 작품을 찾아봤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그 작품이 좋았던 건 아니지만, 저는 아름다운 흑인 여성을 보는 게 좋아요. 그들의 머리카락, 피부... 그런 것들이 정말 좋아요.
그래서 아름다운 그녀의 사진이 수백 장 있는 걸 보고 “와, 이 작품 정말 좋다”라고 생각했어요.
이런 말이 약간 상투적일 수 있지만, 이 작품을 보고 나니 "흑인은 마법이다"라는 말을 더 잘 이해하게 됐어요.
그 7년 동안 그녀가 시도한 다양한 헤어스타일. 정말 놀라웠어요. 이런 말 하기 좀 미안하지만, 흑인 여성이 아니면 이런 걸 할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었어요.
우리는 뭐든 할 수 있어요.
Favour JonathanA Statement of Pride, 2017 - Ongoing *Cropped Image 흑인이고 흑인 머리를 가졌을 때, 프랑스처럼 백인이 주류인 지역에서 자라면 머리를 숨기게 되는 경향이 있어요. 작가도 런던에서 자랐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백인이 많은 지역에서 자라면 어릴 때 머리를 감추게 되는 것 같아요. 그녀가 그걸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그녀가 자신의 머리를 재전유(reappropriation)하는 행위로 봤어요.
제가 이 작품에서 특히 좋아하는 건 다양한 종류의 머리카락을 보여준다는 거예요—자연 머리, 가발, 브레이드 등 모든 게 다 있거든요. 마치 흑인 머리의 역사가 이 작품 안에 모두 담겨 있는 것 같아요. 다른 작품들도 좋아하지만, 이 작품은 거의 마법 같아요—흑인 머리의 역사를 하나의 이미지로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정말 놀랍죠.
Anya PaintsilFrom God's Mouth, 2024
방금 하신 말씀을 듣고 궁금해졌어요. 저는 파리에 막 와서 이곳의 분위기를 잘 모르는데, 아프리카 부모님을 둔 사람으로서 프랑스에서 자란다는 게 어땠는지 궁금해요.
네, 이제 제가 28살이 되었으니, 팟캐스트나 다른 흑인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아마 유럽 전역에서 비슷할 거예요. 하지만 저는 프랑스에 대해서 말하자면—우리 모두가 머리카락에 대한 비슷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 걸 느껴요. 정말 신기해요. 우리가 어릴 때, 엄마들은 우리 머리를 스트레이트로 펴곤 했어요. 그리고 10대가 되면 머리를 땋거나 조금 더 펴곤 했죠. 아마 20대가 되면서 자연 머리를 돌보기 시작한 것 같아요. 유럽에 사는 흑인 여성의 90%는 같은 경험을 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게 신기하죠. 부모님을 탓할 수는 없어요. 그들 시대의 특정한 사고방식에서 온 거니까요. 머리를 펴는 사고방식은 유럽에서 온 게 아니에요. 아프리카에서 비롯된 사고방식이고, 불행히도 그 배경이 있죠. 하지만 우리 모두가 머리카락과 관련해 비슷한 여정을 겪었다는 게 정말 놀라워요.
Shani CroweTHE BOUNDLESS BOUNTY OF DREAMING, 2017
프랑스 문화에서 사는 게 힘드셨나요? 사실 저는 길거리에 아프리카 출신 사람들이 많아서 자연스러울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저는 처음으로 자연 상태의 머리를 하고 다녔을 때 재미있는 일이 있었어요. 제 자연머리에 대해 처음으로 받은 칭찬이 백인이었죠. 그 사람이 “와, 머리가 정말 멋지네요! 왜 다른 흑인들은 당신처럼 머리를 하지 않나요? 왜 머리를 펴죠?”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그 후 흑인 가족 중 한 사람이 “왜 머리가 그래?”라고 물었어요. 그건 사고방식 때문인데, 그게 가끔은 힘들어요. 파리나 프랑스에는 아프리카 출신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여전히 사고방식은 개선 중이에요.
어떻게 더 잘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2024년인 지금은 2020년이나 2015년보다 확실히 나아졌지만, 여전히 나아갈 길이 남아 있어요. 자연 상태의 머리나 전통적인 아프리카 헤어스타일, 브레이드를 한 여성들을 더 자주 볼 수 있게 되었고, 점점 더 자연스러워지고 있어요. 하지만 이 과정은 점진적이에요. 가끔은 여전히 조금 어려워요. 예를 들어, 제가 자연 머리를 관리하기 시작했을 때, 작은 마을에 살다 보니 필요한 제품을 찾는 게 어려웠어요. 늘 같은 가게에 전화를 하곤 했죠. 지금은 아프리카에서 온 제품들이나 다른 제품들도 있지만, 그때는 정말 힘들었어요. 지금은 인터넷 덕분에 더 편리해졌고, 일부 제품은 여전히 파리에서 사야 하지만 그래도 상황은 훨씬 나아졌어요. 10년 전에는 훨씬 더 힘들었죠. 상황이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도전이었어요.
작품을 보고 있는 관객들 설명해 주셔서 감사해요. 궁금했던 게 있는데, 예술 작품과 관객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경우가 많잖아요. 이번 경험이 당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바꿨나요? (변화가 없었다면 괜찮아요.)
솔직히 말해서, 이번 전시회에서 특히 마지막에 제가 좋아했던 작품을 보면서 든 생각은, “나도 자연 머리로 더 많은 스타일을 시도해야겠다”는 것이었어요. 그게 제 머릿속에 있던 가장 큰 생각이었어요.
그거 정말 좋네요.
네, 그래서 생각했죠... 그녀가 자연 머리를 하고 있었으니까요—저도 제 자연 머리를 사랑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대부분의 흑인 여성들, 아니면 대부분의 여성들이 이렇게 느낄 것 같아요. 우리는 모두 가장 좋아하는 헤어스타일이 있잖아요. 저는 머리를 뒤로 묶고 얼굴을 드러내는 스타일을 가장 좋아해요. 아프로 스타일을 밖에서 해본 적은 없었어요. 하지만 그녀를 보고 나니, “내 머리로 할 수 있는 게 정말 많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이런 작품을 보면, 그녀가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그녀는 가발을 쓰기도 하고, 자연 머리를 하기도 해요—길 때도 있고, 짧을 때도 있죠. 그녀는 긴 브레이드, 자신의 머리로 땋은 브레이드까지 다 시도해 봤어요. 그걸 보면서 저도 “항상 똑같은 스타일만 고수하지 말고, 더 많이 시도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지금까지 제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본 적이 없었지만, 이제는 제 헤어스타일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양한 헤어스타일을 시도하고 그걸 기록하는 거죠. 그 작품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마치 유산을 남기는 것 같았어요.
예를 들어, 저는 엄마가 자연 머리를 한 모습을 본 적이 없어요. 아니, 엄마를 본 적이 없다는 건 아니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자연 머리를 한 모습을 본 적이 없다는 뜻이에요. 아빠는 아프로 헤어를 했었지만, 그건 또 다른 이야기죠. 우리 콩고 문화에서는 가발을 많이 쓰잖아요. 그래서 제 엄마도 늘 가발을 썼고, 저는 그런 모습을 보고 자랐어요. 그런데 이런 작품을 보면서 “이건 정말 멋지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언젠가 그녀에게 아들이나 딸이 생기면, 그 아이가 이런 모습을 보게 될 테니까요. 이건 정말 멋진 유산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때때로 특정 헤어스타일이 과거의 어느 시점에만 속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아요. 지금도 여전히 그런 스타일을 할 수 있거든요. 그런 생각을 했어요.
아마 마지막 질문이 될 것 같은데, 당신에게 예술이란 무엇인가요?
저에게 예술이란 무엇이냐고요? 간단하게 말하자면, 저는—프랑스어로 말할 뻔했네요—예술은 또 다른 소통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어요. 소통과 자기표현은 저에게 같은 의미예요. 예술은 그냥 또 다른 방식의 소통이에요. 저는 늘 예술이 말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표현하는 방식이라고 말하는 걸 더 선호하지만요. 네, 저에게 예술은 또 다른 소통 방식이에요.
크리스텔과의 인터뷰를 편집하면서 이 긴 인터뷰를 다 싣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태어나서 한국에서 자란 나로서는 아프리카계 프랑스인의 삶과 시선이 그 어느 것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었다. 내가 마냉-아 갤러리에 간 건 순전한 우연으로, 갤러리들을 돌아다니며 전시를 보던 와중에 이 갤러리가 가던 길에 있었고, 유리창 너머로 본 작품이 흥미로워 보였기 때문이었다. 갤러리에서 흔하지 않은 단체 기획 전시에, 좋은 작품들, 흥미로운 기획 의도. 일전에 본 적 없던 아프리카 흑인 예술에 집중한다는 갤러리의 컨셉까지. 내 즉흥적 선택이 만족스러웠지만 사실 그게 다였달까. 몰랐던 지식을 알게 되었다는 기쁨 뿐이었다.
그런데 전시장 안에 하나의 작품을 거의 20분 동안 보는 듯한 한 흑인 여성이 있었다. 전체를 둘러보고 다시 또 그 작품 앞으로 왔을 때도 그녀는 그곳에 있었다. 흥미롭네-하며 여유롭게 전시를 보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진 건 그 때였던 것 같다. 그저 새롭고 재밌는 작품일 뿐인 이 작품은 이 사람에게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의미를 지니겠지. 그래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그렇게 한참동안 전시와 그녀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나서도 우리는 서로의 삶을 공유하며 긴 시간을 보냈다. 그녀는 프랑스에서 살아가는 흑인의 삶을, 자신의 사진가로서의 열정을 말했고, 나는 그녀에게 어쩌다보니 파리에 와서 살게 된 한 동양인 여성의 삶을, 예술에 대한 열정을 말했다. 예술이 또 하나의 소통방식이라던 그녀의 말처럼.
관객들의 이야기를 직접 만나 들어보는 프로젝트 "전시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매주 목요일에 연재됩니다.
인터뷰어: 최보영 BoYoung Choi (수카 Sukha)
인터뷰이: 크리스텔 Christelle
인터뷰 진행일 : 2024년 7월 18일
*인터뷰는 영어로 진행되었습니다.
전시 공간: 마냉-아 MAGNIN-A
전시정보: 《흑인 머리카락의 서사 The Narratives of Black Hair》, 2024.05.30.-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