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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카 Sukha Sep 19. 2024

그녀와 흑인 예술의 연결고리

콩고계 프랑스인 Christelle을 만나다. #1

근현대 아프리카 미술을 전문으로 하는 파리의 갤러리, 마냉-아(MAGNN-A)에서 열린 《흑인 머리카락의 서사 The Narratives of Black Hair》 전시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흑인 머리카락에 대한 뿌리 깊은 차별과 그로 인해 감추거나 바꾸어야 했던 그들의 자연모, 부정당했던 만큼 강하게 일어났던 자연 헤어 운동(Natural Hair Movement)까지. 흑인들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흑인 헤어의 역할을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으로 보여주는 기획전이었다. 


한국에서 거의 평생을 자란 나로서는 인터넷을 통해서 얼핏 본 정도의 이야기들이었다. 공감하기보다는 새로운 세계의 측면을 알아간다는 기분으로 전시를 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1층을 둘러보고 지하로 내려가니 제일 안쪽의 한 작품을 보고 있는 한 흑인 여성이 있었다. 그리고 내가 지하의 다른 작품을 모두 감상한 후 그 작품에 도달할 때까지 그녀는 여전히 그 작품을 보고 있었다. 흑인의 머리카락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머리스타일들을 모아놓은 사진 작품이었다. 


그녀의 옆에 서서 나도 작품을 한참 살펴보았다. 여전히 그녀는 그 작품을 보고 있었다. 나와 같은 제삼자가 아닌, 이 문화에 속한 사람의 감상은 어떨까? 인터뷰를 요청하자 그녀는 수줍게 승낙했다. 우리는 함께 전시를 보고 근처의 카페로 이동했다. 운이 좋게도 전시장에서 우연히 만난 그녀, 크리스텔은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콩고에서 이민 온 부모님을 둔 크리스텔은 프랑스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프리카계 프랑스인이고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배경에서 비롯된 흑인 문화와 예술에 대한 열정을 지니고 있었다. 


크리스텔과 그녀가 제일 마음에 들었던 작품


오늘 우리가 만난 전시가 열린 갤러리를 원래 알고 계셨는지 궁금해요. 오늘은 전시회가 한다는 걸 미리 알고 갤러리를 찾은 건가요?


MAGNN-A는 작년 여름에 한두 번쯤 와본 갤러리예요. 저는 아프리카 미술을 특히 눈여겨보고 있고, 파리에서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갈 때 아프리카 미술이나 흑인 문화를 반영한 작품을 찾아다녀요. 이 갤러리가 흑인 미술에 집중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 이번 전시도 흥미로울 거라 생각했어요.


아까 전시를 보러 다닐 때 어떤 갤러리나 미술관을 방문할지 미리 동선을 짜온다고 하셨어요

네, 저는 파리에서 살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한 달에 한 번 정도 미리 시간을 내어 전시를 보러 파리에 와요. 흥미로운 전시들을 미리 체크하고 동선을 계획하는 편이죠. 전시 목록을 준비하고 그 목록에 따라 움직여요. 가끔은 지나다가 흥미로워 보이면 즉흥적으로 가기도 하지만요!


전시는 어떠셨어요?

정말 좋았어요. 저는 흑인 문화를 다룬다면 무조건 좋아요. 그래서 당연히 마음에 들었지만 기획 전시여서 더욱 좋았어요. 하나의 일관된 주제로 여러 명의 작가들이 작업한 흑인 헤어에 대한 작품을 볼 수 있어서 좋았죠. 올해 본 전시 중에서 최고 중 하나인 것 같아요. 


Ngozi Ajah Schommers, Akwete X Catalogue V,  2019-2024,


참여한 작가들이 공통된 주제를 공유하고 있다고 느끼신 건가요?

네. 예술의 형태는 다 달랐지만 그들이 공유하는 경험은 같았어요. 그 점이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개인적인 경험이 떠오르기도 했나요?

음.. 제 이야기를 조금 해드릴까요?


저는 항상 이미지를 좋아했어요. 무언가를 생각할 때마다 제 머릿속에는 항상 이미지가 떠오르고 그건 제게 정말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저는 모두 저처럼 생각하는 줄 알았는데 대학에 가서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됐죠.


저는 항상 이미지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어요. 사진, 비디오, 촬영 감독 같은 일들이요. 대학교 2학년 때 촬영 감독을 겸하는 교수님 수업을 들었는데, 그분이 영화 속 이미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가르쳐주셨어요. 그리고 대부분의 영화에서 컬러 그레이딩은 주로 백인을 기준으로 작업된다고 하셨죠. 그래서 많은 영화에서 흑인들의 피부 톤이 좋지 않게 나오는 거예요. 


이때부터 저는 흑인의 피부, 어둡고 멜라닌이 많은 피부를 화면에 어떻게 잘 담아낼 수 있을까에 대해 관심이 생겼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흑인들을 찍는 일에 정말 집중하게 됐어요. 원래도 흑인 사진에 관심이 있었지만 관심이 더 깊어졌고, 흑인을 주제로 하는 영화나 촬영 감독들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이런 주제의 전시회를 찾아다니게 되었어요. 흑인 문화를 다루는 이미지, 비디오, 전시들을 볼 때마다 그들이 어떤 기법을 사용했는지 분석하는 걸 좋아해요. 그리고 그저 작품들에 감탄하죠. 


이게 제 연결고리예요. 질문에 대한 답이 될지 모르겠지만, 이게 제가 흑인 미술과 연결되는 방식이에요. 


정말 딱 맞는 답이에요. 


저는 흑인 예술과 특별한 연결고리가 있다고 느껴요. 백인들이 지루하다는 뜻은 아니지만, 소수자들을 찍을 때는 특별한 연결이 느껴져요. 그들이 제 카메라, 렌즈를 통해 표현되는 것이 정말 좋아요. 때로는 이런 부분이 직업적으로 좋지 않을 때도 있죠. 가끔 제 포트폴리오를 보여주면 "아 이 사람은 흑인만 찍는구나."와 같은 반응이 돌아오기도 하죠. 그렇지만 저는 그게 특별한 연결이라고 느껴요. 


Nakeya Brown, Hair Portrait #1,2,3, 4, 2012



*크리스텔과의 대화가 다음주 목요일에 이어집니다. 



@spectators_of_art

관객들의 이야기를 직접 만나 들어보는 프로젝트 "전시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매주 목요일에 연재됩니다. 


인터뷰어: 최보영 BoYoung Choi (수카 Sukha)

인터뷰이: 크리스텔 Christelle

인터뷰 진행일 : 2024년 7월 18일

*인터뷰는 영어로 진행되었습니다.


전시 공간: 마냉-아 MAGNIN-A

전시정보: 《흑인 머리카락의 서사 The Narratives of Black Hair》, 2024.05.30.-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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