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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즐기자!

- 또 하나의 오늘 10

by 사랑비 Mar 01. 2025

일찍 퇴근하고 지하철을 갈아타며 도착한 경복궁역. 

근처의 모임이 있어 매주 1회~2회를 오는 곳이다. 주로 토요일에 오는데 정말 사람이 많다. 외국인이 이렇게 우리나라를 찾다니. 우리 동네에서도 자주 눈에 띄는데 비할 바가 아니다. 

한복을 차려입고, 어색한 모습으로 걸으며 자기네 나라말로 떠드는 모습을 보노라면 흐뭇한 미소가 번진다. 외국 사람만 보면 도망가던 시대를 살진 않았고, 올림픽을 치르면서 한국의 수도 서울을 알려진 후로 지금까지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들의 수가 코로나를 빼면 늘고 있음을 체험하고 있다. 

한 가지 아쉽다면 인도가 좁다는 거다. 오고 가기 힘들 정도로 좁은 인도에서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리는 사람들 틈을 지나가려면 “sorry!”와 “미안합니다.”를 섞어서 한다. 한참을 비집고 지나면 좁은 골목으로 이어진 가게들 앞을 지난다. 가끔 한가할 때도 있지만 요즘 들어 사람이 많지 않을 때가 거의 없다. 

그동안 문을 닫고 있던 가게가 공사를 하더니 문을 여는 모습도 볼만하다. 주로 고깃집이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서 숯불이나 불판에 구워 먹는 고기를 좋아한다더니 고깃집이 하나 더 생겨 화환이 줄을 섰다.

모임 장소에 도착하면 한옥의 작은 마당에 깔아 놓은 파란 잔디가 보인다. 비가 오는 날 툇마루에 앉아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방울과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면 세상 근심이 사라진다. 차도 한잔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있어 방안에 앉아서 더위를 피할 수도 있다. 

지난해 여름은 비가 유난히 많이 왔다고 생각이 드는 게 모임을 마치고 나면 비가 내리고 있거나 하늘에 먹구름이 잔뜩 했다. 가방엔 우산이 항상 들어 있었고 어떤 때는 두 개나 들어 있어서 빌려주기도 했다. 

하나둘 사람들이 모이면 하려던 이야기를 나눈다. 주로 옛날 사람들의 생활 모습이다. 문득 ‘옛날’은 언제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100년 전쯤부터 옛날로 치면, 지금이 2025년이니까 1925년쯤이 된다. 그보다 더 멀면 200년쯤 전, 1825년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오래 살긴 했다. 조선 건국이 1592년이니까 조선 건국 당시의 생활이 궁금하면 정말 옛날옛날옛날이다. 옛날 사람들은 나랑 얼마나 다른 생활을 했을지, 또 얼마나 다른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을 잘 살려면 과거로부터 배워야 할 것들이 있다고 믿는다. 

처음으로 역사에 흥미를 가진 건 중학교 때 만난 국사 선생님 때문이었다. 교과서 밖의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선사시대 사람들이 남긴 유적인 ‘패총’을 처음 들었을 때 충격이었다. 일명 조개무지. 조개를 먹고 쌓아 놓은 게 유적지라니.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는 단어였다.

역사란 이런 과목이라고 단박에 느끼게 해준 시간이었다. 수업시간에 샘이 말한 '삼국유사'를 사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  

같이 공부하는 누군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우리가 살아온 지난 시간이 바로 역사가 될 거다.” 

모임을 끝내고 나오니  ‘30년 전통’이라는 간판의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아, 그렇네. 내 나이를 생각하면 30년은 오래된 게 아니지만 지금 초등학생들한테는 진짜 오래된 가게로 보일 수 있네. 

다음엔 경복궁역 근처에서 오래된 맛집을 찾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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