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종교를 만들었지, 종교가 인간을 만들지 않았다. -마르크스
모임이나 단톡방에서 금기시하는 이야기 중 한 가지가 종교 이야기다. 자신의 종교에 대한 신념이든, 타 종교에 대한 비판이든 뭔가 주장을 내세우면 바로 다툼 시작이다.
최근 언론에서 말이 많았던 특정 종교를 가진 사람과 안면을 트게 되었다. 처음에는 종교와 관련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친밀해졌다는 생각이 들었을 즈음, 자신의 활동을 조금만 도와달라고 했다. 줌으로 하는 강좌를 들어달라는 이야기였다. 자신이 전도사 자격을 따는 데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강좌 한 번 듣는 것이 뭐 어렵나 싶어 쉽게 수락했다. 문제는 강좌가 일회성이 아니었다는 것.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두 번씩 링크를 보내더니 바빠서 제대로 듣지 못했다고 하니 수시로 다시듣기 링크를 보내왔다.
처음에는 시간이 없어 못 들었다고 간단한 답을 보내곤 했는데, 영 관심 없는 분야였기에 차차 답장도 없이 읽씹해버렸다.
타일러(Edward Burnett Tylor, 1832-1917)는 『원시 문화(Primitive Culture)』에서 종교가 ‘애니미즘’에서 시작되었다고 주장했다. 간단히 말해서 애니미즘은 모든 물질에 정령이 있다는 것이다. 원시시대에 비가 오면 비의 신에게 비가 그치기를 빌고, 바람이 불면 바람의 신에게 바람이 멈추길 비는 것이 종교의 기원이라는 주장이다.
타일러의 제자인 마레트(Robert Ranulph Marett, 1866-1943)는 이에 한 걸음 나아간 애니마티즘(Animatism)을 주장한다. 애니미즘이 만물의 존재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애니마티즘은 존재 그 자체의 영혼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 영혼에 초자연적인 힘이 깃들어 있다는 것인데, 그야말로 미신적이다.
(이는 심리학적 신앙 기원설이다. 사회학적 접근, 신학적 방법, 철학적 탐구, 등의 신앙 기원설은 임헌영의 문학과 인문학 6.신앙과 종교의 형성을 참고 바란다.)
단적으로 미신에서 종교가 시작되었다는 소리인데, 종교인들에게 대놓고 얘기했다간 간단한 다툼으로 끝나지 않을 이야기다.
단톡방에서 못할 얘기는 또 있다.
‘천지창조의 구상설, 자유로운 불멸의 영혼, 인자한 창조주 등은 증명이 어렵기에 종교가 과학과 신학을 기초 삼을 수 없고 도덕에 기초한다고 주장’한 칸트(Immanuel Kant, 1724-1804)의 이야기다.
뿐이겠는가.
헤겔의 제자 포이어바흐(Ludwig Andreas Feuerbach, 1804-1872)는 『기독교의 본질』에서 “인간의 유일한 악마는 인간이고, 인간의 유일한 신도 인간이다.”라는 말로 신을 부정했다. 마르크스(Karl Heinrich Marx, 1818-1883)는 헤겔의 기독교론과 군주제 입헌주의론을 비판하며 ‘인간이 종교를 만들었지, 종교가 인간을 만들지 않았다.’라고 했다.
종교인에게 시비를 걸자는 게 아니다. 신앙이란 말 그대로 믿음의 영역인데, 믿음이 전혀 없고 더군다나 종교를 비판한 철학자들의 말에 푹 빠져있는 내게 종교를 강요하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늘어놓는 소리다. 최근 알게 된 특정 종교를 가진 그가 이 글을 볼까 싶기도 하고, 본다고 한들 내게 하던 전도를 포기할까 의문이긴 하다.
어쨌든 이 글은 브런치북 소개에 밝힌 대로 ‘인문학 시식’이므로 아주 단편적인 정보만 전달했기에 오해는 없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