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Z세대의 문화
2010년대까지는 혈액형으로 사람의 유형을 구분하며 연애나 궁합 같은 일상 속의 소소한 것들이나 사람의 첫인상 등을 재미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하지만 2020년대 들어서 MBTI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얼마 전에는 기업에서 채용할 때 선호하는 MBTI 유형에 조금 더 가점을 준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MBTI는 혈액형처럼 단순한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 깊이 파고들어 사람들의 유형을 구분하는 도구가 되었다.
Z세대 친구들과 식사를 하거나 술자리를 함께 할 때 MBTI에 대한 주제의 대화는 필수적이다. 친하지 않은 사이에서 MBTI를 물어보는 것은 곧 당신에 대해 알고 싶다는 일종의 관심 표현이 되었고 MBTI를 물어보는 대화가 전혀 어색하지 않게 되었다. 자신의 MBTI를 밝히게 되면 16가지 유형 중 한 사람으로 규정되고 자신과 비슷하거나 호감 가는 유형의 MBTI를 발견하면 없었던 내적 친밀감이 생기기도 한다. 16가지 유형의 MBTI에는 다양한 특성이 있으며 사회적으로 호감이 높거나 낮은 MBTI도 생겨났다. 가령, 돈을 가장 많이 버는 MBTI로는 ESTJ나 ENTJ를 꼽기도 하며 연애를 하기 힘든 특정 MBTI를 꼽기도 한다. 특정한 기업에서 특정한 MBTI를 선호한다는 루머와 함께 과거 몇 년 간 우리나라에서 MBTI의 인기는 높아져만 갔다.
과거 M세대 이전 20대 연애 시기를 생각하면 사람의 유형을 구분할 때 혈액형을 묻곤 했다. 4가지 유형으로 국한되는 혈액형은 넓은 표본을 분류하는 만큼 당시 사람들은 신뢰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소개팅 자리에서 혈액형을 물어보며 상대방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 나갔고 연애를 하며 나오는 특정 행동을 이해하기도 하였다. MBTI와 마찬가지로 유형별 특정한 이미지가 생겨났고 예를 들어 O형은 성격이 좋고 온순하다는 좋은 이미지를 가져간 혈액형도 있었던 반면 A형은 소심하다는 오해를 받는 일도 발생하였다.
다만, 자신이 평가한 자신을 규정짓는 MBTI와 20세기 초 인류 우열 이론에서 파생된 혈액형은 큰 차이가 있다. 타인이 평가하는 자신보다 자신이 바라보는 자신을 궁금해하는 Z세대는 자연스레 4가지로 분류된 타인이 분류한 혈액형보다 16가지로 분류된 자신이 평가한 MBTI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혈액형과는 달리 과거의 3~4년의 기록인 MBTI는 자신을 설명하고 스스로 이해를 시켰으며 자신과 비슷하거나 잘 맞는 유형의 사람들을 분류하며 인간관계의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게 되었다.
따라서 Z세대가 MBTI를 상대방에게 물어보는 것은 관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며 자신의 MBTI를 궁금해하는 것은 타인보다 자신에게 관심이 많은 Z세대에게 당연한 현상 일 수 있다. 자신의 MBTI를 모르거나 밝히기 싫어하는 소수의 사람들도 있지만 현재 Z세대가 가지고 있는 MBTI에 대한 관심은 그들의 문화로 인식하며 바라볼 필요가 있다.
당신의 MBTI는 무엇인가? 3년 뒤의 당신의 MBTI는 바뀔 수 있지만 누군가는 지금 당신의 MBTI를 궁금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