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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육아, 그리고 달리기




바람이 여전히 차갑던 2월.


앞쪽에서 엄마와 6살 정도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모자는 금세 저를 지나쳐 갔습니다.


"야!!!! 너!!!! 내가 하지 말라고 했어 안 했어!!!!"


갑자기 등 뒤에서 들리는 짜증이 깊게 섞인 날카로운 소리. 큰 소리에 놀라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습니다. 화가 난 엄마와 겁에 질린 아이가 서있었습니다. 아이는 굳은 엄마의 표정 때문인지, 날카로운 목소리 때문이었는지 작은 몸을 뒤로 움찔하며 한발 물러섰습니다.


짧게 지켜본 상황은 이러했습니다. 아이는 먼지 쌓인 시커먼 벽을 손바닥으로 훑으며 걷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아이에게 반복해서 그만하라고 경고를 날렸습니다. 아이는 엄마 말은 듣지 않았고, 결국 엄마는 화산처럼 폭발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아이에게 불같이 화를 내는 엄마 얼굴 위로 심한 피로감이 스치고 있었습니다. 그날 마주친 그녀도 평소에는 그 아이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엄마일 것입니다. 좋은 엄마고 싶고, 사랑을 듬뿍 주는 엄마가 되고 싶은 것이 엄마의 마음입니다. 다만 그것이 마음처럼 쉽지 않을 뿐. 하필 그날 불쾌한 일로 엄마의 마음이 상해 있었거나, 잠을 뒤척이는 바람에 삶의 예민함이 높아져 있었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저 역시 좋지 않은 기분이 감싸고 있을 때, 어두운 감정이 아이에게 드러나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물론 그것이 참으로 쉽지 않은 일임을 깨닫습니다. 불쾌한 일을 겪어 기분이 상하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알게 모르게 마음 안에 날이 서게 되니까요.




마흔이 넘어가면서 예전 같지 않은 체력도 하루의 기분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고갈된 체력은 곧바로 그날 기분으로 나타나기 쉽습니다. 삼십 대 때와 다른 몸의 상태를 인정하고서야 체력 관리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천사같이 나타난 아이는 그렇게 몸의 건강에 대해, 그리고 마흔의 체력에 대해 깊은 물음표를 던지게 해 주었습니다.


건강한 육체에서 건강한 마음이 우러나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의 작가 태수는 말합니다.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고 말이지요. 책 속 문장을 읽으며, 우리가 가진 다정함의 본질에 대해 깊은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
달달한 사랑이나 찐한 우정도 결국 다 건강해야만 가능했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사람에겐 부모도 부부도, 결국은 남이다.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p18, 태수, 페이지 2 북스>


작가의 말처럼 지금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사람에게는 부모도 부부도, 결국은 남이 될 수밖에 없을지 모릅니다. 누군가에게 깊은 사랑을 주기 위해서는 체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는 이야기는 육아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마흔이 넘어가면 대부분 체력 저하와 온갖 성인병들이 출몰하기 시작하며, 30대에 건강하던 사람들도 노화를 점점 경험합니다. 그렇기에 어찌 보면 마흔에 즐거운 육아를 하기 위해서는 체력이 정말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어떤 운동이 적합할까 고민하던 중 달리기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올해 3월 말쯤 경쾌늘보 작가님이 연재하고 있는 <달리기 관찰: 남반구 느리게 달리기>를 읽으며 달리기에 큰 흥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slowmarathon-b1


글에 등장하는 주인공 '달씨'는 저와 비슷하거나 조금은 나이가 있는 인물인 듯싶었습니다. 달씨는 호주 남쪽 애들레이드라는 곳에 살고 있습니다. 그녀는 조용하며 골목길이 예쁜 그곳에서 달리기를 만나게 되고, 지금은 달리기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달씨가 아름다운 골목 여기저기를 달리는 모습과 점점 달리기에 빠져드는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마치 그곳을 달리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대리만족이 저를 들뜨게 했습니다.


사실 하루 종일 아이를 쫓아다니며 걷다 보면 그것만으로도 꽤 운동이 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하루를 마칠 때쯤이면 스마트 워치에 매일 1만 보 정도가 찍혔습니다. 걷기 만보 만으로 미래를 준비하기에 아주 충분한 운동이라 생각하며 한 3년 정도 만족하면서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날이 지날수록 몸은 체력 저하를 호소했습니다.


사실 달씨의 이야기를 읽으며 달씨처럼 자연 속에서 멋지게 달리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달리기를 시작할 용기까지는 없었습니다. 20대 시절 러닝머신에서 달리다 발목에 염증이 생겨 한동안 고생했던 경험이 생각났고, 숨을 헥헥거리며 달리는 경험은 그리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달리기에 대한 갈망과 두려움 사이를 거닐고 있을 무렵, 두 권의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책은 달리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이 책에는 무라카미하루키가 20년 넘게 달리면서 느꼈던 달리기에 관한 자유로운 문장들이 적혀 있습니다. 이제 50을 넘은 하루키가 그동안 달리면서 느꼈던 마음들을 적어 놓았습니다. 하루키가 말하는 달리기를 하면 얻게 되는 것 중에 제 마음을 끄는 문장들이 있었습니다.


1. 모든 걸 다 털어내 버린 듯한 상쾌함


참고 끝까지 달리고 나면, 몸의 중심에서 모든 걸 깡그리 쥐어짜 내버린 것 같은, 어쩌면 모든 걸 다 털어내 버린 듯한 상쾌함이 거기에 우러난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p22,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사상>



하루키는 참고 끝까지 달리고 나면 모든 것을 다 털어내 버린 듯한 상쾌함이 몸의 중심에서 다시 우러난다고 이야기합니다. 모든 것을 다 털어내 버린 듯한 상쾌함이라는 기분을 느꼈던 때가 언제일까요. 사실 마흔에 들어서고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하루를 시작할 때 상쾌한 날들보다 몸이 찌뿌둥한 날들을 더 많이 만나게 되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오늘 참 찌뿌둥하다고 느낄 때쯤 제가 30대 중반에 40대 중반이 된 선배와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랐습니다.


"선배, 40대가 넘으면 무엇이 달라지나요?"

"응, 별건 없는데....(고민하는 표정) 음.. 몸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이 좋은 날보다 훨씬 더 많아져."

그때 선배의 대답을 듣고 40대 중반을 겪어보지 않았던 저는 저 대답이 다른 나라 이야기로만 들렸습니다. 하지만 어느덧 마흔을 넘기고 그 시간을 직접 살아보니 그때 선배가 했던 이야기가 농담이 아니라 실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모든 걸 다 털어내 버린 듯한 상쾌함을 느끼며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달리기라는 운동을 점점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2. 자신만의 침묵의 시간


그런 까닭에 하루에 1시간쯤 달리며 나 자신만의 침묵의 시간을 확보한다는 것은, 나의 정신 위생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 작업이었다. 적어도 달리고 있는 동안은 누구와도 얘기하지 않아도 괜찮고, 누구의 얘기도 듣지 않아도 된다. 그저 주위의 풍경을 바라보고, 자기 자신을 응시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p35,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사상>


육아를 하다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도 육아를 하며 혼자 있고 싶다는 감정을 느끼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사람들을 만나면 기운을 얻기보다는 기운이 빠지는 사람으로, 하루에 30분이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흩어진 에너지를 다시 채워 세상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육아를 하다 보면, 특히 아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그런 시간을 갖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하루에 1시간 달리면서 나 자신만의 침묵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하루키의 이야기는 '정말로? 그럼 달려야지.'라고 말하게 만들었습니다.


바깥 풍경을 바라보고, 스스로의 상태를 계속 바라볼 수 있는 것. 그것은 하루키가 이야기하듯 정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시간이 될 것이 틀림없었으니까요.




두 번째로 만나게 된 책은 뇌를 치료하는 의사 러너 정세희 선생님이 20년 동안 달리면서 알게 된 것들을 기록한 '길 위의 뇌'였습니다.


정세희 선생님은 현재는 재활의학과에서 뇌를 치료하는 의사이며, 전공의 2년 차인 2003년부터 달리기를 시작해서 지금까지 쭉 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20년 동안 이어온 달리기가 20년 동안 뇌를 치료하고 연구하는 일과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내용을 책에 담게 되었습니다.


1. 아프기 전 삶이, 병이 찾아왔을 때 삶의 모습을 결정짓는다


실제로 내가 만난 수많은 환자들이 병에 항복했다. 그것도 아무 저항 없이 순순히. 나는 그들이 왜 그렇게 무기력하게 포기하는지 궁금했다. 답은 그들의 아프기 전 삶에 있었다. 이들은 병에 걸리기 훨씬 전부터 이미 항복한 사람들이었다. 현재의 안락과 편리에 항복했고, 현재의 풍요와 나태에 항복했다. 수고로움의 가치를 얕보았고, 불편을 거부했다. 병에 걸리지 않았을 때부터 이미 그런 삶을 산 사람들은, 병에 걸리면 더욱 속수무책이 된다. <길 위의 뇌, p5, 정세희, 한스미디어>


나이가 들면 몸의 노화는 자연스러운 것이며, 함께 찾아오는 병은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정세희 작가는 말합니다.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이 있다고 말이지요. 현재의 안락과 편리에 항복하지 않고, 현재의 풍요와 나태에 항복하지 않으며, 수고로움의 가치를 알고 불편을 기꺼이 받아들인다면 우리에게 병이 찾아왔을 때 다르게 대처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그 방법으로 달리기를 권합니다.


2. '야외 달리기'는 뇌와 감각을 예민하게 깨운다.


야외에서 달릴 때는 시간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매일이 다른 풀과 꽃과 나무를 목격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먼저 공기에 실려 코에 이르는 냄새가 다르고, 살갗에 닿는 바람의 온도와 햇살의 세기도 다르다. 공기의 밀도도 매일 새롭다. 그래야 야외 달리기는 몸의 오감을 예민하게 깨운다. 감각 정보를 감지하고 해석하는 뇌가 예민해진다는 것이다.

야외에서 달리는 사람은 뇌와 감각이 둔할 수 없다.
<길 위의 뇌, p183, 정세희, 한스미디어>


정세희 작가는 달리기 중에서도 트레드밀 위에서 달리는 달리기가 아닌 자연 속에서 달리는 달리기를 권합니다. 매일 같은 길을 달려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매일매일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어제는 꽃봉오리를 동그랗게 말고 있던 꽃이 다음 날에는 조금씩 활짝 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또 그날 날씨에 따라 바람에 실려오는 공기의 냄새가 달라집니다. 계절이 무르익을수록 차가웠던 공기가 점점 따뜻해지는 것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세희 작가는 야외에서 달리는 사람은 뇌와 감각이 둔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달리기를 시작하다


달리기에 관한 책과 글을 읽던 저는, 더 이상 달리기를 미룰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2025년 5월 13일 달리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5월은 달리기를 하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었습니다. 너무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그런 계절. 땀을 식혀주는 좋은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


계획형인 저는 우선 언제 달리면 좋을지 고민이 앞섰습니다. 물론 선택지는 많지 않았습니다. 오후에는 아이 하원 후 가족들에게 집중하는 시간이라 시간을 내기 어려워, 이른 새벽 달리기를 시작하였습니다.

남쪽에 위치한 이곳은 새벽 5시 5분쯤 되면 깜깜했던 하늘이 푸릇푸릇해지며 해가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하늘이 푸릇해지기 시작하면 5시 5분 운동복을 입고 밖으로 나섭니다.


달리기 장소는 집에서 7분 거리에 있는 동네 천입니다. 강을 따라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서 걷기도, 달리기도 좋은 곳입니다. 집에서 동네 천까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습니다. '운동하는 사람들은 많을까?' '달리기를 하려니 좀 떨리는데....'. 금방 동네 천 산책로에 도착했습니다. 혹시 위험할지 모른다는 저의 걱정이 무색하게 산책로에는 새벽 5시부터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몇 명씩 짝지어 걷거나, 혼자 걷는 사람들, 혹은 러닝을 하는 사람들.


'아니, 새벽 5시에 운동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모습에 놀라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새벽 달리기 동지들이 생겼다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어떻게 달릴까?


걷기는 많이 해왔지만, 마흔이 넘어 처음 달려 보려고 하니 달리기라는 것이 조금 막막하게 느껴졌습니다. 빠르게 달려야 할지, 아니면 천천히 달려도 되는지. 자세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옷은 무엇을 입어야 하는지까지 계획형인 저로서는 처음부터 모든 것이 모르는 것 투성이라 고민이 되었습니다.


그때 '길 위의 뇌' 책에서 저자가 추천한 런웨이 앱이 떠올랐습니다. 런웨이 앱은 달리기 트레이닝 앱으로 조금 더 꾸준하게 달릴 수 있게 프로그램을 제안해 주기 때문에 달리기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앱을 설치하고 보니 초보자에게 추천하는 30분 코스가 있어, 그 프로그램에 따라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30분 달리기 코스는 2주 코스로 격일로 달리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또한 처음에는 5분 달리고 2분 쉬는 형식으로 트레이닝이 진행되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달릴 수 있습니다.


달려보면 어떨까?


새벽 달리기를 시작한 지 이제 1주가 조금 넘어갑니다. 사실 달리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달려보니 어떻다고 섣불리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처음 달릴 때는 숨이 차기도 했지만, 꼭 빨리 달려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천천히 쉬지 않고 달렸습니다. 아주 천천히 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리더라도 빠른 걷기와 비교해 많은 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매일 새벽 5시에 집에서 출발해 새벽 6시에 돌아오는 일정으로 달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걷기 30분 달리기 30분 이렇게 말이지요. 새벽에 1시간 정도 달리기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평소와 달리 몸에 활기가 도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약 30분 정도 쉬지 않고 달리면 땀도 나고, 몸이 개운해졌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달리다 보면 아침에 일어났을 때 멍했던 머리가 맑아졌습니다. 무엇보다 약 3킬로를 쉬지 않고 천천히 달리는 일을 완수하고 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채워지는 기분도 들었습니다.


달리기로 인해 연약했던 마음이 점점 단단해지고 있었습니다.




아이를 처음 키울 때, 육아를 마주 보며 이렇게 어려운 일을 어떻게 할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점점 자라나며 "도대체 이 아이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지~"라고 말하며 가슴을 쓸어내리곤 합니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노래 부르고 춤추는 아이를 바라보는 것 만으로 마음이 흐뭇해집니다. 엄마와 아빠에게 끝없는 사랑을 부어주는 다섯 살 꼬마 천사.


늦은 나이, 아이를 낳고 가장 아쉬웠던 점은 아이와 더 신나게 뛰어놀 체력이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저질 체력인 엄마와 대조적으로 아이의 체력은 점점 높아져 갔습니다. 그 격차가 벌어져 갈 때쯤, 아이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는 마흔이 넘은 엄마에게도 든든한 체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체력을 쌓아 놓아야 아이와 두고두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테니까요.


제 곁에 온 아이는 항상 지금 필요한 삶의 지혜와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새롭게 고민하게 했습니다. 아이를 좀 더 사랑스러운 눈으로 오래오래 바라보고 싶어서, 그리고 자신을 위해 고민 끝에 달리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매일 꾸준히 달리면서 기억하고자 합니다.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그리고 우리를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것은 마음가짐이라는 리브스의 이야기를 말입니다.


(중략) 달리기란 결국 단 한 마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우리를 끊임없이 앞으로 나가게 만드는 것은 마음가짐이란 것.
오른발, 왼발.
<길 위의 뇌, p84, 정세희, 한스미디어>


* 메인: pinterest


* 참고 도서

#경쾌늘보 작가님 <달리기 관찰: 남반구 느리게 달리기>

https://brunch.co.kr/brunchbook/slowmarathon-b1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정세희 작가님 <길 위의 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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